8월 수출 -23.6%?…수출동향 ‘일평균’이 중요한 이유

입력 2020.08.12 (16:14) 수정 2020.08.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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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른 통계와 달리 계절적 요인 반영하지 않는 수출입 동향
"조업일수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이 중요"

■ 매달 3차례 발표되는 수출 동향에 쏠린 시선

관세청은 매달 11일과 21일 그 전날까지의 열흘 치, 20일 치 수출 동향을 발표합니다. 11일과 21일이 휴일이면 그다음 평일에 발표합니다. 그리고 전달의 수출 실적은 매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합니다. 이때는 휴일이라도 꼭 발표합니다. 이렇게 매달 세 차례 발표되는 수출 실적은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도 곧바로 인용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통계입니다.
우리 경제는 GDP의 40%가 수출에 의존하는데, 가장 빠르게 현재의 수출 실적과 한국의 경기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수출입 동향은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로는 이례적으로 '계절적 요인'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계절적 요인'은 어느 달에는 휴일이 많아서 조업일이 줄었다거나 하는, 매년 특정 시기 발생하는 매출 변화 때문에 생기는 통계상의 변동을 뜻합니다. 그러한 요소를 제거해야 실제 경제 상황의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분기별 GDP나 신규취업자 수 등 정부가 발표하는 다른 지표에는 이 '계절적 요인'을 반영해 조정한 값이 발표됩니다.

■ 8월 1일~10일 수출 -23.6%…일평균은 -12.7% 어느 쪽이 더 의미 있을까?

계절적 요인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출 동향에 대한 기사에는 유독 "전년동기대비"라는 말이 많이 쓰입니다. 이번 달과 지난달의 실적을 그대로 비교할 수 없어서 조건이 비교적 비슷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더라도 문제가 남습니다. 해마다 같은 기간이라도 실제로 조업하는 날의 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6% 줄었습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최근 호전되는 줄 알았던 수출 실적이 다시 4, 5월 전 세계가 셧다운 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착시입니다. 올해 8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조업일은 7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조업일 8일에 비해서 하루 적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조업일은 평일은 1일, 토요일은 0.5일로 계산합니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지난달 하루 평균인 -7%에서 -12.7%로 다소 나빠진 수준입니다.

■ 매년 조업일 수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 잦아

비슷한 일이 7월 중에도 있었습니다. 7월 1일에서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동기비 12.8% 감소했는데, 이것만 보면 6월의 10.9% 감소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평균으로 보면, 6월에는 18.4% 감소했고 7월엔 7.1% 감소하면서 오히려 감소폭은 줄었습니다. 발표 대상이 됐던 기간의 조업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줄었기 때문에 생긴 착시였습니다.

실제로 좀 더 긴 기간으로 보면 결국 일평균 수출액으로 수렴되는 추세가 보입니다. 올해 7월은 7월 31일까지의 전체 실적을 놓고 보면 일평균 7% 감소로 6월에 대비해 개선된 실적입니다.

업계의 분위기도 주요 국가의 셧다운이 끝난 7월부터 6월에 비해서는 대체로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10일·20일·한 달 단위 수출액 vs 일평균 수출액…전문가들의 선호는?

전년동기대비 수출동향을 볼 때 10일, 20일, 한 달 단위 증감폭과 일평균 증감폭 중 전문가들은 어떤 지표를 더 선호할까요?

김신호 전 통계청 통계기준과장은 "전년동월대비는 (계절효과 반영한 지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나마 조업일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증감이 단기 변화를 보는 유용한 지표"라고 했습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도 "정확히는 일평균이 더 확실한 비교가 될 수는 있겠다"고 일평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물론 해당 월의 조업일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몇 안 되는 조업일에 '수출 물량이 쏠리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빠졌는데, 일평균 수치는 나아진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현정 실장은 "통관일이 준다고 (수출물량을) 몰아서 보내는 건 상반기 말이나 연말에 나타나지 매달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시장의 입장은 어떨까요? 금융시장에서 경기변화를 판단하는 증권회사의 투자전략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이 전문가는 "조업일 변화가 반영된 일평균 수출변화가 당연히 더 낫다"면서, 나아가 "당국에서 매번 일평균 수치를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일평균 수출액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발표하지 않아 직접 계산해야 해서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그 말처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체로 해당 기간의 일평균 수출동향을 전년도와 비교해서 발표하긴 하지만 누적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사해봤습니다.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입수한 지난해 초부터의 일평균 수출 증감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위 일평균은 임시공휴일과 노동자의 날을 휴업일로 계산한 자료입니다. 출처: 한국무역협회위 일평균은 임시공휴일과 노동자의 날을 휴업일로 계산한 자료입니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표를 보면 올해 1월쯤 개선되던 추세였던 수출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악화되다가 4월과 6월 사이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다소 반등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최근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8%로 상향했지만 수출은 -2.6%에서 -5.7%로 오히려 오히려 6월에 내놓은 전망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산업부 "내부적으로는 논의 있어…다른 지표 개발도 검토"

그렇다면 산업부는 왜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지표를 발표하지 않는 것일까요? 산업부 담당자는 "매달 1일 발표하는 수치가 아니라 별도의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관련된) 내부 보고도 있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매달 1일 발표하는 통계 기준을 갑자기 바꿀 경우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고, 최대한 빨리 발표를 하기 위해서 현재처럼 발표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수출동향 통계는 발표 전날까지 초안을 작성한 뒤에 마지막 순간까지 집계된 전날 자료를 반영해 숫자를 바꿔서 곧바로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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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수출 -23.6%?…수출동향 ‘일평균’이 중요한 이유
    • 입력 2020-08-12 16:14:46
    • 수정2020-08-12 16:16:23
    취재K
다른 통계와 달리 계절적 요인 반영하지 않는 수출입 동향<br />"조업일수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이 중요"
■ 매달 3차례 발표되는 수출 동향에 쏠린 시선

관세청은 매달 11일과 21일 그 전날까지의 열흘 치, 20일 치 수출 동향을 발표합니다. 11일과 21일이 휴일이면 그다음 평일에 발표합니다. 그리고 전달의 수출 실적은 매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합니다. 이때는 휴일이라도 꼭 발표합니다. 이렇게 매달 세 차례 발표되는 수출 실적은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도 곧바로 인용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통계입니다.
우리 경제는 GDP의 40%가 수출에 의존하는데, 가장 빠르게 현재의 수출 실적과 한국의 경기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수출입 동향은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로는 이례적으로 '계절적 요인'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계절적 요인'은 어느 달에는 휴일이 많아서 조업일이 줄었다거나 하는, 매년 특정 시기 발생하는 매출 변화 때문에 생기는 통계상의 변동을 뜻합니다. 그러한 요소를 제거해야 실제 경제 상황의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분기별 GDP나 신규취업자 수 등 정부가 발표하는 다른 지표에는 이 '계절적 요인'을 반영해 조정한 값이 발표됩니다.

■ 8월 1일~10일 수출 -23.6%…일평균은 -12.7% 어느 쪽이 더 의미 있을까?

계절적 요인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출 동향에 대한 기사에는 유독 "전년동기대비"라는 말이 많이 쓰입니다. 이번 달과 지난달의 실적을 그대로 비교할 수 없어서 조건이 비교적 비슷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더라도 문제가 남습니다. 해마다 같은 기간이라도 실제로 조업하는 날의 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6% 줄었습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최근 호전되는 줄 알았던 수출 실적이 다시 4, 5월 전 세계가 셧다운 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착시입니다. 올해 8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조업일은 7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조업일 8일에 비해서 하루 적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조업일은 평일은 1일, 토요일은 0.5일로 계산합니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지난달 하루 평균인 -7%에서 -12.7%로 다소 나빠진 수준입니다.

■ 매년 조업일 수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 잦아

비슷한 일이 7월 중에도 있었습니다. 7월 1일에서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동기비 12.8% 감소했는데, 이것만 보면 6월의 10.9% 감소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평균으로 보면, 6월에는 18.4% 감소했고 7월엔 7.1% 감소하면서 오히려 감소폭은 줄었습니다. 발표 대상이 됐던 기간의 조업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줄었기 때문에 생긴 착시였습니다.

실제로 좀 더 긴 기간으로 보면 결국 일평균 수출액으로 수렴되는 추세가 보입니다. 올해 7월은 7월 31일까지의 전체 실적을 놓고 보면 일평균 7% 감소로 6월에 대비해 개선된 실적입니다.

업계의 분위기도 주요 국가의 셧다운이 끝난 7월부터 6월에 비해서는 대체로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10일·20일·한 달 단위 수출액 vs 일평균 수출액…전문가들의 선호는?

전년동기대비 수출동향을 볼 때 10일, 20일, 한 달 단위 증감폭과 일평균 증감폭 중 전문가들은 어떤 지표를 더 선호할까요?

김신호 전 통계청 통계기준과장은 "전년동월대비는 (계절효과 반영한 지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나마 조업일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증감이 단기 변화를 보는 유용한 지표"라고 했습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도 "정확히는 일평균이 더 확실한 비교가 될 수는 있겠다"고 일평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물론 해당 월의 조업일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몇 안 되는 조업일에 '수출 물량이 쏠리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빠졌는데, 일평균 수치는 나아진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현정 실장은 "통관일이 준다고 (수출물량을) 몰아서 보내는 건 상반기 말이나 연말에 나타나지 매달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시장의 입장은 어떨까요? 금융시장에서 경기변화를 판단하는 증권회사의 투자전략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이 전문가는 "조업일 변화가 반영된 일평균 수출변화가 당연히 더 낫다"면서, 나아가 "당국에서 매번 일평균 수치를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일평균 수출액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발표하지 않아 직접 계산해야 해서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그 말처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체로 해당 기간의 일평균 수출동향을 전년도와 비교해서 발표하긴 하지만 누적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사해봤습니다.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입수한 지난해 초부터의 일평균 수출 증감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위 일평균은 임시공휴일과 노동자의 날을 휴업일로 계산한 자료입니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표를 보면 올해 1월쯤 개선되던 추세였던 수출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악화되다가 4월과 6월 사이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다소 반등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최근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8%로 상향했지만 수출은 -2.6%에서 -5.7%로 오히려 오히려 6월에 내놓은 전망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산업부 "내부적으로는 논의 있어…다른 지표 개발도 검토"

그렇다면 산업부는 왜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지표를 발표하지 않는 것일까요? 산업부 담당자는 "매달 1일 발표하는 수치가 아니라 별도의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관련된) 내부 보고도 있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매달 1일 발표하는 통계 기준을 갑자기 바꿀 경우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고, 최대한 빨리 발표를 하기 위해서 현재처럼 발표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수출동향 통계는 발표 전날까지 초안을 작성한 뒤에 마지막 순간까지 집계된 전날 자료를 반영해 숫자를 바꿔서 곧바로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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