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산사태 전 현장 점검에서 ‘문제없다’ 결론…이유는?

입력 2020.08.12 (21:01) 수정 2020.08.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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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잠시 비 갠 하늘 아래로 큰 비가 할퀴고 간 상흔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도움의 손길 이어지고 있지만 막막한 마음들,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 KBS통합뉴스룸 9시 뉴스, 어제(11일)는 침수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댐 관리, 하천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진단했는데요,

오늘(12일)은 산사태 문젭니다.

​이번 집중호우에 산사태로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죠.

자연재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넘어가도 되는건지 의문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산사태 관리와 예방 정책이 과연 이대로 좋은지, 문제점은 없는지 집중 보도하겠습니다.

먼저 주민 5명이 희생된 전남 곡성으로 가보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산사태가 나기 전에 이미 현장 점검을 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송락규 기잡니다.

[리포트]

닷새 전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진 전남 곡성의 성덕마을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원래 주택이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토사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리면서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마을 뒷산과 인접한 15번 국도 확장 공사를 지목합니다.

도로 주변부 지반이 90도 가까이 내려앉은 게 확연하게 보이고, 흙과 공사 구조물들이 마을 주변까지 굴러 내려왔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 "전체적으로 보면 이 계곡부는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토사가) 급격하게 내려올 일은 아닌데 콘크리트 구조물 무게에 의해 슬라이딩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 한 차례 현장 점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전남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산사태) 예방단원이 안 그래도 사고 있기 전에도 근처를 예찰을 했는데 그때도 크게 (산사태 가능성) 그런 건 없었다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산사태 예방단'.

취재진 확인 결과 5명 모두 곡성군 주민들로 구성됐고 산사태와 관련해 이렇다할 경력이나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남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분들은 다 산림 전문가로 이뤄진 분들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 취약 지역인 곳은 더 보고, 또 주변에 둘러보고 하는 형식으로 예찰을 하는 것이죠."]

곡성군은 사고가 난 장소가 산사태 위험 5등급, 즉 '매우 낮음'으로 지정돼 주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 등급은 도로 확장 공사 전에 매겨진 것이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산) 전체가 마치 지진 때 지반이 내려앉은 것처럼 터지면서 마을까지 치고 내려왔는데 여기는 거의 재론의 여지 없이 현장에서 모든 것이 다 설명되고 있습니다."]

비전문 인력이 형식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는 이런 사정은 곡성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를 통합 관리하고 예방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선오/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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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성 산사태 전 현장 점검에서 ‘문제없다’ 결론…이유는?
    • 입력 2020-08-12 21:04:54
    • 수정2020-08-12 22:09:26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잠시 비 갠 하늘 아래로 큰 비가 할퀴고 간 상흔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도움의 손길 이어지고 있지만 막막한 마음들,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 KBS통합뉴스룸 9시 뉴스, 어제(11일)는 침수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댐 관리, 하천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진단했는데요,

오늘(12일)은 산사태 문젭니다.

​이번 집중호우에 산사태로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죠.

자연재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넘어가도 되는건지 의문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산사태 관리와 예방 정책이 과연 이대로 좋은지, 문제점은 없는지 집중 보도하겠습니다.

먼저 주민 5명이 희생된 전남 곡성으로 가보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산사태가 나기 전에 이미 현장 점검을 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송락규 기잡니다.

[리포트]

닷새 전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진 전남 곡성의 성덕마을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원래 주택이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토사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리면서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마을 뒷산과 인접한 15번 국도 확장 공사를 지목합니다.

도로 주변부 지반이 90도 가까이 내려앉은 게 확연하게 보이고, 흙과 공사 구조물들이 마을 주변까지 굴러 내려왔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 "전체적으로 보면 이 계곡부는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토사가) 급격하게 내려올 일은 아닌데 콘크리트 구조물 무게에 의해 슬라이딩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 한 차례 현장 점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전남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산사태) 예방단원이 안 그래도 사고 있기 전에도 근처를 예찰을 했는데 그때도 크게 (산사태 가능성) 그런 건 없었다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산사태 예방단'.

취재진 확인 결과 5명 모두 곡성군 주민들로 구성됐고 산사태와 관련해 이렇다할 경력이나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남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분들은 다 산림 전문가로 이뤄진 분들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 취약 지역인 곳은 더 보고, 또 주변에 둘러보고 하는 형식으로 예찰을 하는 것이죠."]

곡성군은 사고가 난 장소가 산사태 위험 5등급, 즉 '매우 낮음'으로 지정돼 주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 등급은 도로 확장 공사 전에 매겨진 것이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산) 전체가 마치 지진 때 지반이 내려앉은 것처럼 터지면서 마을까지 치고 내려왔는데 여기는 거의 재론의 여지 없이 현장에서 모든 것이 다 설명되고 있습니다."]

비전문 인력이 형식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는 이런 사정은 곡성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를 통합 관리하고 예방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선오/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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