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 축구장 7개 규모 리조트가…“마을회 7억 받기로”

입력 2020.08.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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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다 늙었으니까 살면 얼마나 살겠어. 후대들이 볼 자연이 없잖아. 우리가 봐도 진짜 경치 좋은 곳이었는데 매립하고 집을 짓고 이러니까. 옛날 것이 없어, 옛날 자연이…"

지난 4일 제주 우도에서 만난 천진리 주민 70대 A 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도에 수년째 몰아친 개발 광풍 때문이었다. A 씨는 "이젠 관광객이 와도 볼 게 없다"며 "주변에 뭐가 지어지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한탄했다. A 씨는 평생을 우도에서 살았다. 10여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덤프트럭 여러 대가 우도봉 인근으로 향했다. 전기차와 자전거를 탄 관광객들이 덤프트럭과 위태롭게 뒤섞여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가족과 우도를 찾은 관광객 박희영 씨는 "예전에 남편과 둘이 왔을 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이번엔 위험해서 얘들과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우도가 발전하는 것보단 자연 그대로의 느낌, 섬 같은 느낌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씨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덤프트럭 수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우도봉 인근으로 향했다.

지난 4일 우도. 관광객 사이로 덤프트럭이 지나가고 있다.지난 4일 우도. 관광객 사이로 덤프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우도에 축구장 7개 규모 리조트가 생긴다

공사 차량을 따라가자 대규모 공사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도봉과 자연경관 보전지구 1등급인 돌칸이 해안 인근에 위치한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건축 현장이었다.

넥스트아일랜드(주)가 우도면 천진리 4만9,900여㎡ 부지에 지상 2·3층 규모의 콘도 8개 동(48개 객실)과 미술관 등을 짓는 공사로, 우도에서 가장 큰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지난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단지'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이 사업은 당시 우도 전 주민이 나서 반대했지만,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5년이 지난 지금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을 따 사업명을 변경했고, 사업비도 300억 원 규모에서 69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현장에서 만난 우도 주민 B 씨는 "돌칸이 해안에서 수년 전부터 낙석이 발생하고 있는데, 리조트 지반 공사로 원형 훼손이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공사로 해안 침식 등이 우려된다며 해당 사업에 지반 안전성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사업자 측은 돌칸이 해안 낙석과 관련해선 최근 지질학 전문가와 돌칸이 해안을 조사한 결과 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조트 사업 부지는 4만9,900여㎡로, 5만㎡부터 받아야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갔다. 사업자 측은 이에 대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고, 부지 매입 과정에서 사업성 등을 고려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반대했던 사업, 5년 지나 일사천리

2015년 우도면 청년회와 해녀들이 나서 대규모 리조트 개발 사업을 반대했다. 당시 연합청년회장을 역임했던 김경철 우도 특보는 "우도에 마지막 남은 습지대, 곶자왈 같은 곳을 훼손할 수 없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 특보는 "안 그래도 난개발이 되는 상황에서 나무가 없어지고, 우도 입구에서부터 큰 건축물이 생긴다면, 좋게 만든다고 한들 값어치가 있겠느냐"며 "이미 행정 절차를 다 밟아버려 조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오영민 넥스트아일랜드(주) 대표는 "2015년 세 차례 주민설명회를 했고, 자생단체장에게 허락을 받아 어떻게 개발할지 공증을 받았고, 경관심의 등을 통과해 도시계획 고시가 나왔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당시 돌공원이나 지질공원을 하려 했지만, 2017년 훈데르트바서라는 예술가를 알게 됐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재단과 미팅을 해 지금의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리조트 들어서는 천진리 마을회 "7억 받기로"

2015년 인허가 절차를 마친 사업자 측은 2018년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숙박업 공사를 할 때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주민설명회는 리조트가 위치한 천진리 마을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천진리 주민들은 협약 내용은 물론 어떤 리조트가 지어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KBS 취재 결과 2018년 4월 열린 1차 주민설명회에 24명의 주민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천진리에는 180여 가구,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천진리장은 1년에 12만 원씩 마을회비를 내는 84가구를 대상으로만 설명회 참석을 알렸다. 전 리장은 "(마을 회비를 내지 않으면) 참여권이 없어 연락이 가지 않는다. 그분들이 알고 있으면 참석했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

결국 1차 주민설명회는 일부 소수 주민들만 참석해 진행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장과 어촌계장 등 설명회에 참석한 24명은 사업 협조 조건으로 천진리 경로당 건설과 천진리 주민 우선 채용 등을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천진리 동천진동 해녀회에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해삼종패 개발사업 명목으로 매해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을 달라고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

그런데 이후 열린 2차 주민설명회에서는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약속 대신, 사업자가 마을회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5억 원, 해녀회에 2억 원 등 모두 7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됐다. 전 천진리장과 현 천진리장은 최종 협의 내용을 취재진에게 밝히지 않았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돈이 사실상 대규모 개발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주민 동의를 얻어내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 부족은 결국 갈등 유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도 주민 B 씨는 "관광객들은 자연과 더불어 우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도를 찾아오는 것"이라며 "대규모 상업시설 리조트가 들어왔을 때 그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도 천진리 마을회관우도 천진리 마을회관

B 씨는 또 "우도 주민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자기 동네 사업인데 왜 끼어드냐고 말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끼리 싸울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생채기가 나도 주민들끼리는 보듬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미 주민들이 개발과 고착화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사업자 측 "환경 훼손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

오영민 대표는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 1일 350톤 분량의 재처리정화시설을 설치해 하수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나무 또한 최소한만 베고 나머지는 옮겨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천진항에서 중앙동으로 향하는 일부 도로를 주민 숙원 사업 차원에서 2차선으로 만들어 제주시에 기부 채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도로 인근 부지는 폭우가 내릴 때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데, 오 대표는 지하에 관거 340여 개를 묻어 우수도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 모두에게 서명을 받을 수 없다"며 "대표자 격인 리장과 어촌계장, 해녀 회장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을발전기금 7억 원에 대해서는 공사 시작 당시 천진리 마을회에 3억 원을 지급했고, 12월 말까지 3억 원, 나머지 1억 원은 내년 6월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이 외에도 "별도의 바지선을 이용해 공사 차량과 장비를 나르려 했지만, 10% 정도 할인을 받아 우도 도항선을 사용하고 있고, 현장 식당도 만들지 않고 우도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 진행을 위해 많은 과정이 있었고, 높은 로열티와 설계비가 들어갔다"며 "유럽인들과 전 세계인들이 우도에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48객실, 8개 동으로 지어지는 숙박시설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오 대표는 "IT 기업 등을 유치해 연수 장소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기존 우도 숙박업소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자연이 우리의 자유"…훈데르트바서가 우도를 본다면

훈데르트바서(1928년~2000년)는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건축가다. 생전에 쓰레기 소각장과 장애인 시설 등 500여 개의 생태 건축을 남겼다.

"인간은 자연에 초대받은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

평생 6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환경운동에 헌신한 그가 수많은 시위와 연설에서 남긴 메시지다.

훈데르트바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대규모 리조트 조성 사업 현장을 본다면, 과연 어떤 말을 남겼을까?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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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도에 축구장 7개 규모 리조트가…“마을회 7억 받기로”
    • 입력 2020-08-13 07:30:59
    취재K
"우리야 다 늙었으니까 살면 얼마나 살겠어. 후대들이 볼 자연이 없잖아. 우리가 봐도 진짜 경치 좋은 곳이었는데 매립하고 집을 짓고 이러니까. 옛날 것이 없어, 옛날 자연이…"

지난 4일 제주 우도에서 만난 천진리 주민 70대 A 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도에 수년째 몰아친 개발 광풍 때문이었다. A 씨는 "이젠 관광객이 와도 볼 게 없다"며 "주변에 뭐가 지어지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한탄했다. A 씨는 평생을 우도에서 살았다. 10여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덤프트럭 여러 대가 우도봉 인근으로 향했다. 전기차와 자전거를 탄 관광객들이 덤프트럭과 위태롭게 뒤섞여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가족과 우도를 찾은 관광객 박희영 씨는 "예전에 남편과 둘이 왔을 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이번엔 위험해서 얘들과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우도가 발전하는 것보단 자연 그대로의 느낌, 섬 같은 느낌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씨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덤프트럭 수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우도봉 인근으로 향했다.

지난 4일 우도. 관광객 사이로 덤프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우도에 축구장 7개 규모 리조트가 생긴다

공사 차량을 따라가자 대규모 공사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도봉과 자연경관 보전지구 1등급인 돌칸이 해안 인근에 위치한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건축 현장이었다.

넥스트아일랜드(주)가 우도면 천진리 4만9,900여㎡ 부지에 지상 2·3층 규모의 콘도 8개 동(48개 객실)과 미술관 등을 짓는 공사로, 우도에서 가장 큰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지난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단지'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이 사업은 당시 우도 전 주민이 나서 반대했지만,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5년이 지난 지금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을 따 사업명을 변경했고, 사업비도 300억 원 규모에서 69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현장에서 만난 우도 주민 B 씨는 "돌칸이 해안에서 수년 전부터 낙석이 발생하고 있는데, 리조트 지반 공사로 원형 훼손이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공사로 해안 침식 등이 우려된다며 해당 사업에 지반 안전성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사업자 측은 돌칸이 해안 낙석과 관련해선 최근 지질학 전문가와 돌칸이 해안을 조사한 결과 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조트 사업 부지는 4만9,900여㎡로, 5만㎡부터 받아야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갔다. 사업자 측은 이에 대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고, 부지 매입 과정에서 사업성 등을 고려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반대했던 사업, 5년 지나 일사천리

2015년 우도면 청년회와 해녀들이 나서 대규모 리조트 개발 사업을 반대했다. 당시 연합청년회장을 역임했던 김경철 우도 특보는 "우도에 마지막 남은 습지대, 곶자왈 같은 곳을 훼손할 수 없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 특보는 "안 그래도 난개발이 되는 상황에서 나무가 없어지고, 우도 입구에서부터 큰 건축물이 생긴다면, 좋게 만든다고 한들 값어치가 있겠느냐"며 "이미 행정 절차를 다 밟아버려 조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오영민 넥스트아일랜드(주) 대표는 "2015년 세 차례 주민설명회를 했고, 자생단체장에게 허락을 받아 어떻게 개발할지 공증을 받았고, 경관심의 등을 통과해 도시계획 고시가 나왔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당시 돌공원이나 지질공원을 하려 했지만, 2017년 훈데르트바서라는 예술가를 알게 됐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재단과 미팅을 해 지금의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리조트 들어서는 천진리 마을회 "7억 받기로"

2015년 인허가 절차를 마친 사업자 측은 2018년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숙박업 공사를 할 때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주민설명회는 리조트가 위치한 천진리 마을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천진리 주민들은 협약 내용은 물론 어떤 리조트가 지어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KBS 취재 결과 2018년 4월 열린 1차 주민설명회에 24명의 주민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천진리에는 180여 가구,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천진리장은 1년에 12만 원씩 마을회비를 내는 84가구를 대상으로만 설명회 참석을 알렸다. 전 리장은 "(마을 회비를 내지 않으면) 참여권이 없어 연락이 가지 않는다. 그분들이 알고 있으면 참석했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
결국 1차 주민설명회는 일부 소수 주민들만 참석해 진행됐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장과 어촌계장 등 설명회에 참석한 24명은 사업 협조 조건으로 천진리 경로당 건설과 천진리 주민 우선 채용 등을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천진리 동천진동 해녀회에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해삼종패 개발사업 명목으로 매해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을 달라고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2018년 4월 5일 열린 1차 주민설명회 회의록
그런데 이후 열린 2차 주민설명회에서는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약속 대신, 사업자가 마을회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5억 원, 해녀회에 2억 원 등 모두 7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됐다. 전 천진리장과 현 천진리장은 최종 협의 내용을 취재진에게 밝히지 않았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돈이 사실상 대규모 개발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주민 동의를 얻어내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 부족은 결국 갈등 유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도 주민 B 씨는 "관광객들은 자연과 더불어 우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도를 찾아오는 것"이라며 "대규모 상업시설 리조트가 들어왔을 때 그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도 천진리 마을회관
B 씨는 또 "우도 주민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자기 동네 사업인데 왜 끼어드냐고 말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끼리 싸울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생채기가 나도 주민들끼리는 보듬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미 주민들이 개발과 고착화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사업자 측 "환경 훼손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

오영민 대표는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 1일 350톤 분량의 재처리정화시설을 설치해 하수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나무 또한 최소한만 베고 나머지는 옮겨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천진항에서 중앙동으로 향하는 일부 도로를 주민 숙원 사업 차원에서 2차선으로 만들어 제주시에 기부 채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도로 인근 부지는 폭우가 내릴 때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데, 오 대표는 지하에 관거 340여 개를 묻어 우수도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 모두에게 서명을 받을 수 없다"며 "대표자 격인 리장과 어촌계장, 해녀 회장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을발전기금 7억 원에 대해서는 공사 시작 당시 천진리 마을회에 3억 원을 지급했고, 12월 말까지 3억 원, 나머지 1억 원은 내년 6월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이 외에도 "별도의 바지선을 이용해 공사 차량과 장비를 나르려 했지만, 10% 정도 할인을 받아 우도 도항선을 사용하고 있고, 현장 식당도 만들지 않고 우도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 진행을 위해 많은 과정이 있었고, 높은 로열티와 설계비가 들어갔다"며 "유럽인들과 전 세계인들이 우도에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도 역대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공사 현장
48객실, 8개 동으로 지어지는 숙박시설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오 대표는 "IT 기업 등을 유치해 연수 장소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기존 우도 숙박업소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자연이 우리의 자유"…훈데르트바서가 우도를 본다면

훈데르트바서(1928년~2000년)는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건축가다. 생전에 쓰레기 소각장과 장애인 시설 등 500여 개의 생태 건축을 남겼다.

"인간은 자연에 초대받은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

평생 6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환경운동에 헌신한 그가 수많은 시위와 연설에서 남긴 메시지다.

훈데르트바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대규모 리조트 조성 사업 현장을 본다면, 과연 어떤 말을 남겼을까?

오스트리아 환경운동가이자 화가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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