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심야배송은 사실상 허용?

입력 2020.08.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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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택배업이 도입된 지 28년 만에 내일(14일)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됩니다. 5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 기사들의 대부분이 사흘간의 휴가를 받게 됐는데요. 하루 휴가도 값지고 소중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로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바라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택배업계가 "택배 없는 날'을 계기로 마련한 대책은 어떤 건지 들여다봤습니다.


■매년 8월 14일 '택배 쉬는 날'...심야 배송 지양 노력, 휴일 배려?

고용노동부와 물류협회에 속해 있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는 앞으로 매해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주 6일 근무하며 한해 60일 정도만 쉴 수 있는 택배기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하루 휴가 보장 외에는 실질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택배사와 대리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택배기사가 심야시간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는데요. 지속적으로 심야 배송이 이뤄질 경우에는 택배기사 충원을 통해서 적정한 휴식 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부속 조항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택배업계의 "노력한다"는 조항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택배기사에게 심야 배송은 이미 일상이라는 건데요. 오전 6시, 7시부터 택배를 분류한 뒤 배당받은 물량을 배송하다 보면 항상 업무는 밤 10시 이후에 끝납니다. 택배기사를 충원하는 일도 쉽지 않아서 결국 정부가 업계에 심야 배송을 용인하는 효과를 낳게 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대안으로 물량이 몰리는 때만이라도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분류도우미)를 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지연배송을 하더라도 사측이 감점 등의 불이익을 주지 말아달라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들은 배송물량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의도적인 지연 배송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택배종사자가 질병·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조항 역시 대체 인력의 활용 등을 통해 택배 기사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부연하고 있는데요. 택배기사들은 현재도 연차·휴가 제도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본인이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고 있습니다. 휴무 시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대체 기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택배사 직영기사를 아예 확충하거나 대체 인력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합니다.

■자율적으로 건강상태 점검? "과로사 실태 조사부터"

택배기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과로입니다.

선언문에서 정부와 택배사는 택배기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는데요. 정부가 근로자건강관리센터를 활용해서 대리점 등으로 이동식 건강상담을 한다는 건 일면 바람직해 보이지만 업무량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택배기사들이 자율적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택배사가 택배기사 건강상 이상징후가 있으면 취할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용혜인 의원실이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산재 승인을 받은 택배기사 사망자 9명 중 7명이 모두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다 전체 5만 명으로 추산되는 택배기사 가운데 5월 기준 등록 종사자는 만 8천여 명에 불과하고 또 이 가운데에서도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제출한 택배기사가 만 천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과로로 인해 질병을 앓고 있거나 숨진 택배기사는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정부 주도의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우선적으로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과 과로사 발생 현황부터 조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공동선언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난 택배사가 대책에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는다며 정부와 택배사에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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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심야배송은 사실상 허용?
    • 입력 2020-08-13 14:31:31
    취재K
국내에 택배업이 도입된 지 28년 만에 내일(14일)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됩니다. 5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 기사들의 대부분이 사흘간의 휴가를 받게 됐는데요. 하루 휴가도 값지고 소중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로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바라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택배업계가 "택배 없는 날'을 계기로 마련한 대책은 어떤 건지 들여다봤습니다.


■매년 8월 14일 '택배 쉬는 날'...심야 배송 지양 노력, 휴일 배려?

고용노동부와 물류협회에 속해 있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는 앞으로 매해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주 6일 근무하며 한해 60일 정도만 쉴 수 있는 택배기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하루 휴가 보장 외에는 실질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택배사와 대리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택배기사가 심야시간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는데요. 지속적으로 심야 배송이 이뤄질 경우에는 택배기사 충원을 통해서 적정한 휴식 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부속 조항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택배업계의 "노력한다"는 조항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택배기사에게 심야 배송은 이미 일상이라는 건데요. 오전 6시, 7시부터 택배를 분류한 뒤 배당받은 물량을 배송하다 보면 항상 업무는 밤 10시 이후에 끝납니다. 택배기사를 충원하는 일도 쉽지 않아서 결국 정부가 업계에 심야 배송을 용인하는 효과를 낳게 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대안으로 물량이 몰리는 때만이라도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분류도우미)를 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지연배송을 하더라도 사측이 감점 등의 불이익을 주지 말아달라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들은 배송물량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의도적인 지연 배송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택배종사자가 질병·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조항 역시 대체 인력의 활용 등을 통해 택배 기사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부연하고 있는데요. 택배기사들은 현재도 연차·휴가 제도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본인이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고 있습니다. 휴무 시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대체 기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택배사 직영기사를 아예 확충하거나 대체 인력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합니다.

■자율적으로 건강상태 점검? "과로사 실태 조사부터"

택배기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과로입니다.

선언문에서 정부와 택배사는 택배기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는데요. 정부가 근로자건강관리센터를 활용해서 대리점 등으로 이동식 건강상담을 한다는 건 일면 바람직해 보이지만 업무량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택배기사들이 자율적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택배사가 택배기사 건강상 이상징후가 있으면 취할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용혜인 의원실이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산재 승인을 받은 택배기사 사망자 9명 중 7명이 모두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다 전체 5만 명으로 추산되는 택배기사 가운데 5월 기준 등록 종사자는 만 8천여 명에 불과하고 또 이 가운데에서도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제출한 택배기사가 만 천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과로로 인해 질병을 앓고 있거나 숨진 택배기사는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정부 주도의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우선적으로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과 과로사 발생 현황부터 조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공동선언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난 택배사가 대책에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는다며 정부와 택배사에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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