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임슬옹에 누가 돌을 던지랴

입력 2020.08.13 (17:11) 수정 2020.09.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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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슬옹(33)씨가 교통사고를 냈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로 삼거리 교차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임씨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게 지난 1일 밤이었습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찾아간 현장에는 공익근무요원 한 명이 안전을 위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보행자가 반대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는 '사망사고 발생 장소'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습니다.


임씨가 운전했던 방향에서 달리는 차들을 지켜봤습니다. 삼거리라 우회전하는 차들을 조심하겠지만, 녹색 신호에서는 차들이 제법 속도를 내며 교차로를 통과하는 흐름입니다. 운전자가 운전하면서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시야상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횡단보도 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횡단보도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전방에는 위험표지판이 있습니다. '사고 잦은 곳 전방 120m' '속도를 줄이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비교적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횡단보도에 서서 촬영을 시작하자 운전자들이 경찰 단속 카메라로 생각한 듯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사고는 1일 자정이 가까운 밤에 일어났습니다. 그날 비가 왔고요. 사고 직후 임 씨는 구호 조치를 다 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행인은 숨졌다고 합니다.

유명 가수의 사고인지라 관련 기사에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임 씨의 책임을 놓고 옹호론과 책임론으로 팽팽했습니다.

처음에는 행인이 보행 신호 빨간불(차량 신호는 녹색불)에 무단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임 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죠. 하지만 며칠 뒤 사고 영상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임 씨 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화면으로 보니 생각보다 임씨 차량 속도가 빨랐고, 명백히 횡단보도 상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임 씨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임슬옹씨의 사건에 대해 다뤄봅니다. 임 씨의 사고 영상을 보며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으며, 횡단 보도 사고 시 과실 산정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판례도 살펴봤습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사고 당시 CCTV 영상

다음은 방송 요약

무단횡단 사고도 운전자 책임?

무단횡단 사고라도 차(車)대 사람(人) 사고에서는 운전자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사고라면 운전자에게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스콜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일명 민식이법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도 차대 사람 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관행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판례에서는 다른 흐름도 보입니다. 무단횡단처럼 특수한 경우 집행유예, 혹은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보입니다.

일례로 지난 4월 수원지법은 경기 용인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시속 46㎞로 운전하던 중 무단횡단하던 8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죠. 재판부는 무죄 사유로 "중앙분리시설인 화단 때문에 무단횡단한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사고 당시 비가 내렸고 피해자가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의 도로 상태나 날씨, 피해자의 의상 등 정황이 참작돼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임슬옹씨 경우는?

임씨의 경우 현재 사고 당시 CCTV가 공개됐지만, 이것만 봐서는 쉽게 유무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교통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영상만으로는 정확히 의견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뒀습니다.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대로) 행인이 횡단보도에 들어선 뒤 2초 만에 사고가 났고, 심야였다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빗길이었다면 평소보다 제동 거리가 1.5배는 된다. 당시 빗길이라 40km로 달렸다고 치면 행인을 보고 바로 브레이크를 잡아도 20m이상 가야 멈출 수 있었다.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빗길이었고, 심야였던 상황이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현장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현장

반면 임 씨의 책임이 있다는 전문가들이 좀 더 많았습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호등이 적색 신호였다 해도 기본적으로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의 주의 주의 의무가 가중된다"며 "사고 당시 빗길이었던 만큼 20% 감속운행 등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무혐의는 어렵고 결국 기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횡단보도 였던 만큼 무단횡단에 대비할 책임이 운전자에게 어느 정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경찰은 사고 당시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제한 속도 준수와 브레이크 작동 시점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가 50km이었고, 빗길 상황이었으면 20% 감속 운행 지침에 따라 40km가 제한속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판결은 제한속도를 몇 km 넘어 발생한 사고에서도 운전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면 무죄를 선고하고 있습니다. 임 씨의 경우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수사,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 모를 법원 재판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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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임슬옹에 누가 돌을 던지랴
    • 입력 2020-08-13 17:11:05
    • 수정2020-09-16 07:35:59
    속고살지마
가수 임슬옹(33)씨가 교통사고를 냈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로 삼거리 교차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임씨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게 지난 1일 밤이었습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찾아간 현장에는 공익근무요원 한 명이 안전을 위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보행자가 반대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는 '사망사고 발생 장소'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습니다.


임씨가 운전했던 방향에서 달리는 차들을 지켜봤습니다. 삼거리라 우회전하는 차들을 조심하겠지만, 녹색 신호에서는 차들이 제법 속도를 내며 교차로를 통과하는 흐름입니다. 운전자가 운전하면서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시야상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횡단보도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전방에는 위험표지판이 있습니다. '사고 잦은 곳 전방 120m' '속도를 줄이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비교적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횡단보도에 서서 촬영을 시작하자 운전자들이 경찰 단속 카메라로 생각한 듯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사고는 1일 자정이 가까운 밤에 일어났습니다. 그날 비가 왔고요. 사고 직후 임 씨는 구호 조치를 다 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행인은 숨졌다고 합니다.

유명 가수의 사고인지라 관련 기사에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임 씨의 책임을 놓고 옹호론과 책임론으로 팽팽했습니다.

처음에는 행인이 보행 신호 빨간불(차량 신호는 녹색불)에 무단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임 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죠. 하지만 며칠 뒤 사고 영상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임 씨 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화면으로 보니 생각보다 임씨 차량 속도가 빨랐고, 명백히 횡단보도 상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임 씨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임슬옹씨의 사건에 대해 다뤄봅니다. 임 씨의 사고 영상을 보며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으며, 횡단 보도 사고 시 과실 산정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판례도 살펴봤습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
다음은 방송 요약

무단횡단 사고도 운전자 책임?

무단횡단 사고라도 차(車)대 사람(人) 사고에서는 운전자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사고라면 운전자에게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스콜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일명 민식이법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도 차대 사람 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관행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판례에서는 다른 흐름도 보입니다. 무단횡단처럼 특수한 경우 집행유예, 혹은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보입니다.

일례로 지난 4월 수원지법은 경기 용인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시속 46㎞로 운전하던 중 무단횡단하던 8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죠. 재판부는 무죄 사유로 "중앙분리시설인 화단 때문에 무단횡단한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사고 당시 비가 내렸고 피해자가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의 도로 상태나 날씨, 피해자의 의상 등 정황이 참작돼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임슬옹씨 경우는?

임씨의 경우 현재 사고 당시 CCTV가 공개됐지만, 이것만 봐서는 쉽게 유무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교통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영상만으로는 정확히 의견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뒀습니다.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대로) 행인이 횡단보도에 들어선 뒤 2초 만에 사고가 났고, 심야였다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빗길이었다면 평소보다 제동 거리가 1.5배는 된다. 당시 빗길이라 40km로 달렸다고 치면 행인을 보고 바로 브레이크를 잡아도 20m이상 가야 멈출 수 있었다.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빗길이었고, 심야였던 상황이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임슬옹씨가 교통사고를 낸 현장
반면 임 씨의 책임이 있다는 전문가들이 좀 더 많았습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호등이 적색 신호였다 해도 기본적으로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의 주의 주의 의무가 가중된다"며 "사고 당시 빗길이었던 만큼 20% 감속운행 등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무혐의는 어렵고 결국 기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횡단보도 였던 만큼 무단횡단에 대비할 책임이 운전자에게 어느 정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경찰은 사고 당시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제한 속도 준수와 브레이크 작동 시점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가 50km이었고, 빗길 상황이었으면 20% 감속 운행 지침에 따라 40km가 제한속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판결은 제한속도를 몇 km 넘어 발생한 사고에서도 운전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면 무죄를 선고하고 있습니다. 임 씨의 경우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수사,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 모를 법원 재판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속고살지마> 검색 후 구독 버튼 누르고 시청해주세요. 각종 현안을 깊이 있게 분석해 드립니다.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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