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촉발’ 운전자에게 항소심도 금고 2년 선고

입력 2020.08.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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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1일 저녁 6시쯤,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왕복 2차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시 9살 김민식 군이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났습니다. 제한 속도가 시속 30km인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신호등도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민식 군은 숨졌고 동생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신호등도 카메라도 없던 스쿨존…'민식이법' 시행

사고 후 민식 군 부모는 또 다른 피해를 막아달라며 눈물로 애끓는 호소를 했습니다. 민식이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선 한 달 넘게 법안 심사 한 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는 아이 영정을 가슴에 안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에게 눈물로 직접 호소했습니다.

그 결과 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사고 시 운전자 처벌을 더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제정돼 지난 3월 시행됐습니다.


검찰, 현행법상 최고형인 금고 5년 구형…운전자 처벌은?

사고를 낸 운전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어제(1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44살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결과는 1심과 같은 금고 2년이었습니다.

1심 재판 당시 검찰은 현행법상 금고 5년의 최고형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의해 전방을 주시하고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했다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고 2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A 씨는 형량이 너무 과하다며 모두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고 2년을 선고하며 사고로 어린아이가 숨졌고 동생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원심과 다르게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전과가 없고 사고장소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속 30㎞를 초과하지 않았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참작해 원심의 형량이 재량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잉처벌 논란 속 시행 중인 민식이법

"운전자가 피하기 어려운 사고였는데 금고 2년은 너무 과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났는데 처벌이 가볍다" A 씨에게 내려진 판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식이법을 놓고는 의견이 더 분분합니다. 민식이법이 생길 당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40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지난 3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갈린 여론은 지금도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민식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한속도 준수와 불법 주정차 금지 등은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많은 법들, 개선사항을 담은 법이지만 그만큼 법의 사각지대에서 다치고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2, 제3의 민식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어린이보호구역'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어린이가 사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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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식이법 촉발’ 운전자에게 항소심도 금고 2년 선고
    • 입력 2020-08-14 01:02:53
    취재K
지난해 9월 11일 저녁 6시쯤,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왕복 2차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시 9살 김민식 군이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났습니다. 제한 속도가 시속 30km인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신호등도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민식 군은 숨졌고 동생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신호등도 카메라도 없던 스쿨존…'민식이법' 시행

사고 후 민식 군 부모는 또 다른 피해를 막아달라며 눈물로 애끓는 호소를 했습니다. 민식이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선 한 달 넘게 법안 심사 한 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는 아이 영정을 가슴에 안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에게 눈물로 직접 호소했습니다.

그 결과 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사고 시 운전자 처벌을 더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제정돼 지난 3월 시행됐습니다.


검찰, 현행법상 최고형인 금고 5년 구형…운전자 처벌은?

사고를 낸 운전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어제(1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44살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결과는 1심과 같은 금고 2년이었습니다.

1심 재판 당시 검찰은 현행법상 금고 5년의 최고형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의해 전방을 주시하고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했다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고 2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A 씨는 형량이 너무 과하다며 모두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고 2년을 선고하며 사고로 어린아이가 숨졌고 동생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원심과 다르게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전과가 없고 사고장소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속 30㎞를 초과하지 않았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참작해 원심의 형량이 재량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잉처벌 논란 속 시행 중인 민식이법

"운전자가 피하기 어려운 사고였는데 금고 2년은 너무 과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났는데 처벌이 가볍다" A 씨에게 내려진 판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식이법을 놓고는 의견이 더 분분합니다. 민식이법이 생길 당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40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지난 3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갈린 여론은 지금도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민식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한속도 준수와 불법 주정차 금지 등은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많은 법들, 개선사항을 담은 법이지만 그만큼 법의 사각지대에서 다치고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2, 제3의 민식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어린이보호구역'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어린이가 사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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