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반·걱정반 첫 휴가”…‘쉼 없는 노동’ 해법은?

입력 2020.08.14 (06:07) 수정 2020.08.14 (06: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국내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택배 없는 날' 입니다.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택배와 로젠택배, 그리고 우체국, 이렇게 5개 회사가 참여하는데요.

정부와 택배 업계가 공동 선언식을 열고 해마다 '택배없는 날'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하루 휴가에 그칠 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김지숙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우체국.

곳곳에 안내 문구가 붙어있고, 접수창구는 평소보다 한산합니다.

["화요일날 받으시는데 괜찮으세요? (화요일날? 왜요?) 택배원들 휴무가 있어서... (그러면 안 되는데...)"]

냉동식품을 맡기러 온 고객은 접수가 되지 않는다는 안내에 발길을 돌립니다.

[정승심/서울시 동대문구 :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다시 집에 가져가야죠. (불편하시진 않으세요?) 괜찮아요."]

15년째 우체국에서 택배 업무를 하고 있는 김태완 씨.

하루의 휴가, 모처럼 편히 쉴 수 있단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서 하루의 휴가가 너무도 간절했지만, 동료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엄두도 못 냈기 때문입니다.

[김태완/우체국 택배기사 : "꿀 같은 휴가죠. 저희한테는. 되게 필요로 했고..."]

문제는 휴가 이후 늘어날 업무량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것.

또, 노조가 없는 택배사나 쿠팡처럼 고용 체계가 다른 곳의 노동자들은 이 하루의 휴가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조찬호/쿠팡맨 : "365일 주야로 배송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쉬는 날이 없거든요. 내년에는 쿠팡에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참을 했으면..."]

하루짜리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윱니다.

정부와 택배 업계의 공동 선언도 택배 없는 날을 해마다 이어가기로 했다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심야배송 금지같은 노동자들의 요구들은 노력한다 정도에 그쳤습니다.

[김태완/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 "사실상 '심야 택배를 허용해 준 것이다' 저희는 이렇게 해석하는 거고.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 일반근로자들과 달리 노동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노동 환경을 바꾸려면 택배 서비스에 특화된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물품 분류와 배송에 초점을 맞춘 생활물류법이 발의됐지만 노사 모두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에도 다시 발의됐는데 입장차는 여전합니다.

올해 과로사로 산재를 인정받은 택배 노동자만 벌써 7명, 코로나19 사태도 길어지고, 가장 바쁠 때인 추석 연휴에 연말까지.

택배 노동자들은 또 쉼없는 일터로 나가야 합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한종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설렘반·걱정반 첫 휴가”…‘쉼 없는 노동’ 해법은?
    • 입력 2020-08-14 06:10:46
    • 수정2020-08-14 06:12:47
    뉴스광장 1부
[앵커]

오늘은 국내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택배 없는 날' 입니다.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택배와 로젠택배, 그리고 우체국, 이렇게 5개 회사가 참여하는데요.

정부와 택배 업계가 공동 선언식을 열고 해마다 '택배없는 날'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하루 휴가에 그칠 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김지숙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우체국.

곳곳에 안내 문구가 붙어있고, 접수창구는 평소보다 한산합니다.

["화요일날 받으시는데 괜찮으세요? (화요일날? 왜요?) 택배원들 휴무가 있어서... (그러면 안 되는데...)"]

냉동식품을 맡기러 온 고객은 접수가 되지 않는다는 안내에 발길을 돌립니다.

[정승심/서울시 동대문구 :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다시 집에 가져가야죠. (불편하시진 않으세요?) 괜찮아요."]

15년째 우체국에서 택배 업무를 하고 있는 김태완 씨.

하루의 휴가, 모처럼 편히 쉴 수 있단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서 하루의 휴가가 너무도 간절했지만, 동료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엄두도 못 냈기 때문입니다.

[김태완/우체국 택배기사 : "꿀 같은 휴가죠. 저희한테는. 되게 필요로 했고..."]

문제는 휴가 이후 늘어날 업무량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것.

또, 노조가 없는 택배사나 쿠팡처럼 고용 체계가 다른 곳의 노동자들은 이 하루의 휴가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조찬호/쿠팡맨 : "365일 주야로 배송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쉬는 날이 없거든요. 내년에는 쿠팡에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참을 했으면..."]

하루짜리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윱니다.

정부와 택배 업계의 공동 선언도 택배 없는 날을 해마다 이어가기로 했다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심야배송 금지같은 노동자들의 요구들은 노력한다 정도에 그쳤습니다.

[김태완/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 "사실상 '심야 택배를 허용해 준 것이다' 저희는 이렇게 해석하는 거고.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 일반근로자들과 달리 노동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노동 환경을 바꾸려면 택배 서비스에 특화된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물품 분류와 배송에 초점을 맞춘 생활물류법이 발의됐지만 노사 모두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에도 다시 발의됐는데 입장차는 여전합니다.

올해 과로사로 산재를 인정받은 택배 노동자만 벌써 7명, 코로나19 사태도 길어지고, 가장 바쁠 때인 추석 연휴에 연말까지.

택배 노동자들은 또 쉼없는 일터로 나가야 합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한종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