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원희룡 지사 광복회장 작심 비판 “광복절 경축식 집행 재검토”

입력 2020.08.15 (20:23) 수정 2020.08.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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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행사가 파행을 빚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오늘(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우리 국민 대다수와 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갔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기념사 대독이 또 이뤄진다면 앞으로 광복절 경축식 행정 집행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미리 준비한 축사 대신 즉석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원 지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당시 식민지 상황에서 공과 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 지사의 발언이 이어지자 행사에 참석한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항의성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원 지사는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올해 제주지역 유일한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고 강봉근 선생의 후손도 현장에서 항의하며 자리를 뜨는 등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습니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닙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준비된 축사 대신 이러한 즉석 발언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고, 이어 마련된 제주지역 기관장의 만세삼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만세삼창에 앞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했습니다. 365일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이 시간 만큼은 순열의 뜻을 함께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세삼창을 함께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도 "광복절인 오늘 아쉽게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리로 변했습니다."라며 "광복회나 원 지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광복이고 평화가 옵니다"이라고 원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전문]원희룡 제주도지사 75주년 광복절 경축사.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저희의 평생 앞으로 후손 대대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되겠죠.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3년의 해방정국을 거쳐서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입니다. 그 후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공의 그늘에는 과도 있었습니다.

지금 75주년을 맞은 광복절 이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러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습니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닙니다. 바로 이 75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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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원희룡 지사 광복회장 작심 비판 “광복절 경축식 집행 재검토”
    • 입력 2020-08-15 20:23:42
    • 수정2020-08-15 21:31:03
    취재K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행사가 파행을 빚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오늘(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우리 국민 대다수와 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갔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기념사 대독이 또 이뤄진다면 앞으로 광복절 경축식 행정 집행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미리 준비한 축사 대신 즉석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원 지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당시 식민지 상황에서 공과 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 지사의 발언이 이어지자 행사에 참석한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항의성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원 지사는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올해 제주지역 유일한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고 강봉근 선생의 후손도 현장에서 항의하며 자리를 뜨는 등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습니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닙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준비된 축사 대신 이러한 즉석 발언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고, 이어 마련된 제주지역 기관장의 만세삼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만세삼창에 앞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했습니다. 365일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이 시간 만큼은 순열의 뜻을 함께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세삼창을 함께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도 "광복절인 오늘 아쉽게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리로 변했습니다."라며 "광복회나 원 지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광복이고 평화가 옵니다"이라고 원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전문]원희룡 제주도지사 75주년 광복절 경축사.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저희의 평생 앞으로 후손 대대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되겠죠.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3년의 해방정국을 거쳐서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입니다. 그 후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공의 그늘에는 과도 있었습니다.

지금 75주년을 맞은 광복절 이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러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습니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닙니다. 바로 이 75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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