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렸는데 애플이 아프다…한국 ‘반사이익’ 있을까?

입력 2020.08.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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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트럼프의 중국 '위챗' 규제가 아이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미·중 갈등은 한국에 위기이지만 뜻밖의 반사이익도 기대

"(비관적인 경우) 아이폰 판매가 전세계에서 25~30% 감소할 겁니다"

저명한 애플 전문 증권 애널리스트인 궈밍치가 트럼프의 인기 메시징 앱 '위챗(WeChat)' 규제는 애플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블룸버그, 맥루머 등 외신 보도를 보면 궈밍치는 중국인들이 서로 연락하거나 결재를 하고 기사를 읽는데 쓰는 위챗을 아이폰에서 쓸 수 없게 된다면 아이폰 판매가 타격을 입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위챗은 중국인들에게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를 할 뿐 아니라 전자결재에서도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중국인들의 생활과 떼놓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해당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은 45일 뒤라서 아직 어떤 식으로 위챗 사용이 제한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에서 120만 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95%는 위챗 대신 아이폰을 버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궈밍치는 전세계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아이폰 판매가 25~30%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어팟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맥 등 다른 애플 제품도 10~15%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삭제될 경우에도 판매량 감소는 3~6%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 백악관에 우려 전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백악관을 접촉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전날 백악관 관계자와의 전화회의를 통해 위챗 금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월마트, 디즈니와 포드 등 10여 개사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백악관에 우려를 전한 만큼, 실제로 아이폰에서 위챗을 쓸 수 없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 시장 내 한국산 스마트폰 점유율 낮아 반사이익 기대 어려워

그렇다면 이런 아이폰의 어려움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기업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올까요? 전망 자체가 아직은 이르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1%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LG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스마트폰이 채용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왓츠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 속에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보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가 규제를 받자, 에릭슨과 함께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통신 장비 판매에는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과 협력 관계인 인도와 중국의 갈등 국면 속에서도 인도의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중국산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LG전자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진출 늦어져 반사이익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하려고 했던 중국의 시도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미·중 갈등 때문인 걸로 분석됩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수혜는 반도체 산업이 누리는 걸로 봐야 한다"면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려고 노력 중이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업체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푸젠진화의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일이나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겨냥한 규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한국산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이 구입해 제품으로 만든 뒤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 2000년대 이후의 가치사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중갈등은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산업에 기본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열린 세계시장에서 무역을 통해 성장해왔기에 최근 보호무역 기조가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국가를 향한 규제가 오히려 손해로 돌아오는 일도 있고, 그 속에서 '뜻밖의 길'도 있다는 것이 이번 '위챗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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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때렸는데 애플이 아프다…한국 ‘반사이익’ 있을까?
    • 입력 2020-08-17 07:02:26
    취재K
트럼프의 중국 '위챗' 규제가 아이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br />미·중 갈등은 한국에 위기이지만 뜻밖의 반사이익도 기대
"(비관적인 경우) 아이폰 판매가 전세계에서 25~30% 감소할 겁니다"

저명한 애플 전문 증권 애널리스트인 궈밍치가 트럼프의 인기 메시징 앱 '위챗(WeChat)' 규제는 애플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블룸버그, 맥루머 등 외신 보도를 보면 궈밍치는 중국인들이 서로 연락하거나 결재를 하고 기사를 읽는데 쓰는 위챗을 아이폰에서 쓸 수 없게 된다면 아이폰 판매가 타격을 입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위챗은 중국인들에게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를 할 뿐 아니라 전자결재에서도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중국인들의 생활과 떼놓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해당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은 45일 뒤라서 아직 어떤 식으로 위챗 사용이 제한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에서 120만 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95%는 위챗 대신 아이폰을 버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궈밍치는 전세계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아이폰 판매가 25~30%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어팟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맥 등 다른 애플 제품도 10~15%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삭제될 경우에도 판매량 감소는 3~6%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 백악관에 우려 전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백악관을 접촉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전날 백악관 관계자와의 전화회의를 통해 위챗 금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월마트, 디즈니와 포드 등 10여 개사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백악관에 우려를 전한 만큼, 실제로 아이폰에서 위챗을 쓸 수 없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 시장 내 한국산 스마트폰 점유율 낮아 반사이익 기대 어려워

그렇다면 이런 아이폰의 어려움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기업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올까요? 전망 자체가 아직은 이르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1%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LG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스마트폰이 채용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왓츠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 속에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보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가 규제를 받자, 에릭슨과 함께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통신 장비 판매에는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과 협력 관계인 인도와 중국의 갈등 국면 속에서도 인도의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중국산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LG전자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진출 늦어져 반사이익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하려고 했던 중국의 시도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미·중 갈등 때문인 걸로 분석됩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수혜는 반도체 산업이 누리는 걸로 봐야 한다"면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려고 노력 중이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업체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푸젠진화의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일이나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겨냥한 규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한국산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이 구입해 제품으로 만든 뒤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 2000년대 이후의 가치사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중갈등은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산업에 기본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열린 세계시장에서 무역을 통해 성장해왔기에 최근 보호무역 기조가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국가를 향한 규제가 오히려 손해로 돌아오는 일도 있고, 그 속에서 '뜻밖의 길'도 있다는 것이 이번 '위챗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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