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절대 믿지 마세요!” 50대 자영업자의 호소

입력 2020.08.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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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는 50대 남성 A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끝으로 악몽같은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로 급전이 필요했던 A 씨는 친구에게 700만 원을 빌렸는데 상환일이 다가왔습니다.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B 저축은행에 전화 대출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C 저축은행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겠단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A 씨
'그쪽에서 인수·인계받았습니다'라고 들어온 거죠. 제가 당초에 요청했던 금액은 3,000만 원이었습니다. 거기서는 2,950만 원에 해주겠다고 그랬고...다른 데가 보통 한 10% 중후반대? 20% 초반대였다면 여기는 한 자릿수 대출금리였습니다.

보이스피싱범과 대화 내용보이스피싱범과 대화 내용

워낙 금리조건이 좋아서 빌린 돈도 갚고, 기존 대출도 갈아탈 생각에 3천만 원가량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통상적인 절차대로 C 은행 직원에게 소득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카카오톡으로 보냈고 이틀 뒤엔 대출 승인이 났단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30분 뒤 기존에 대출받은 D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D 은행 대출금 1000만 원을 모두 갚아야, C 은행 대출이 가능하단 내용이었습니다.

A 씨
'상환수수료라든지 이런 것들이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거는 담당자 선에서 정리할 테니까 그래도 이 건은 일시상환을 해야 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급정지를 걸어놨기 때문에 손해 볼 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출받을 생각이 급했던 A 씨는 그럼 원금을 갚겠다고 했더니, 은행 직원은 계좌로 받을 순 없다 했고, 은행연합회에서 대리로 수금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답니다.

요즘 세상에 사람이 직접 돈을 찾아가는 게 말이 되느냐 생각했는데, 은행 2곳과 은행연합회 전화번호로 10여 명과 통화하면서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A 씨
시간대를 달리해서 세 군데를 본사에다 전화를 해봤고요. 임의로 지점을 찍어서 전화 문의도 했습니다. 전부 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조건 그대로 답변을 하더라고요. 전화 통화한 게 10명이 넘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다 달랐어요. 그래서 좀 의심을 하면서도 여기까지 이 사람들이 가능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고요.

그날 오후 은행연합회의 수금 대행업체 직원이 가게에 찾아왔고, 천만 원을 직접 건넸습니다. 돈을 주고 나서는 저축은행 인터넷뱅킹도 정상적으로 연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래내역을 확인했을 때 금액이 차이가 난 걸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당했단 걸 알게 됐습니다.

A 씨가 통화한 10여 명도 모두 은행관계자가 아닌 보이스피싱범들이었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범들이 A 씨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A 씨의 발신 전화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도 맞춤형 사기를 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 5천 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50대였습니다.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50대는 32.9%로 3명 중 1명꼴이었고, 40대(27.3%), 60대(15.6%), 30대(15.2%) 순이었습니다.

신상주 선임조사역/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주택자금, 혹은 자영업자 같은 경우 운영자금, 자녀분들의 결혼자금 등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 50대이고. 이러한 분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시다 보니 사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놀라운 점은 보이스피싱범들이 피해자 특성에 맞게 지능적으로 사기를 친다는 겁니다.

보이스피싱범죄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챙기는 대출빙자형과, 지인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사칭형으로 나뉘는데요.

성별로 보면 남성(57.9%)이 여성(42.3%)보다 대출빙자형에 많이 당했고, 메신저 피싱을 포함한 사칭형은 여성(69)이 남성(31.0%)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사업이나 대출 등으로 자금수요가 많은 남성이 대출빙자형에, 지인과 심리적 유대감을 좀 더 중시 여기는 여성은 사칭형에 취약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습니다.

또 대출빙자형 피해는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58.8%로 가장 많았고, 4∼6등급의 중신용자(36.4%), 1∼3등급의 고신용자(4.8%) 순이었습니다.

저신용자들은 신용등급이 낮아서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사기를 치는 겁니다.

반면, 사칭형 사기는 고신용자(65.1%)가 절반이 넘었고, 저신용자는 6.1%에 불과했습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범들이 피해자를 물색할 때 금융 계좌를 먼저 확인한 뒤, 자산이 많아 빼낼 돈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기관사칭형 사기를 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은 피해 가능성이 큰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피해 예방 안내하고, 금융사의 이상 거래 탐지를 고도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융 소비자 스스로 낯선 문자와 전화는 늘 경계하고 의심하는 겁니다.

A 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면서, 보이스피싱범들의 표적이 되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제가 보기에는 이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사람이 돈이 더 절실하고 상황이 더 급박하면 급박할수록 여기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절대 믿지 마세요, 금융 거래는 반드시 은행 지점에 가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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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전화를 절대 믿지 마세요!” 50대 자영업자의 호소
    • 입력 2020-08-17 07:02:26
    취재K
자영업을 하는 50대 남성 A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끝으로 악몽같은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로 급전이 필요했던 A 씨는 친구에게 700만 원을 빌렸는데 상환일이 다가왔습니다.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B 저축은행에 전화 대출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C 저축은행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겠단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A 씨
'그쪽에서 인수·인계받았습니다'라고 들어온 거죠. 제가 당초에 요청했던 금액은 3,000만 원이었습니다. 거기서는 2,950만 원에 해주겠다고 그랬고...다른 데가 보통 한 10% 중후반대? 20% 초반대였다면 여기는 한 자릿수 대출금리였습니다.

보이스피싱범과 대화 내용
워낙 금리조건이 좋아서 빌린 돈도 갚고, 기존 대출도 갈아탈 생각에 3천만 원가량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통상적인 절차대로 C 은행 직원에게 소득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카카오톡으로 보냈고 이틀 뒤엔 대출 승인이 났단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30분 뒤 기존에 대출받은 D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D 은행 대출금 1000만 원을 모두 갚아야, C 은행 대출이 가능하단 내용이었습니다.

A 씨
'상환수수료라든지 이런 것들이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거는 담당자 선에서 정리할 테니까 그래도 이 건은 일시상환을 해야 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급정지를 걸어놨기 때문에 손해 볼 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출받을 생각이 급했던 A 씨는 그럼 원금을 갚겠다고 했더니, 은행 직원은 계좌로 받을 순 없다 했고, 은행연합회에서 대리로 수금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답니다.

요즘 세상에 사람이 직접 돈을 찾아가는 게 말이 되느냐 생각했는데, 은행 2곳과 은행연합회 전화번호로 10여 명과 통화하면서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A 씨
시간대를 달리해서 세 군데를 본사에다 전화를 해봤고요. 임의로 지점을 찍어서 전화 문의도 했습니다. 전부 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조건 그대로 답변을 하더라고요. 전화 통화한 게 10명이 넘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다 달랐어요. 그래서 좀 의심을 하면서도 여기까지 이 사람들이 가능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고요.

그날 오후 은행연합회의 수금 대행업체 직원이 가게에 찾아왔고, 천만 원을 직접 건넸습니다. 돈을 주고 나서는 저축은행 인터넷뱅킹도 정상적으로 연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래내역을 확인했을 때 금액이 차이가 난 걸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당했단 걸 알게 됐습니다.

A 씨가 통화한 10여 명도 모두 은행관계자가 아닌 보이스피싱범들이었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범들이 A 씨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A 씨의 발신 전화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도 맞춤형 사기를 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 5천 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50대였습니다.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50대는 32.9%로 3명 중 1명꼴이었고, 40대(27.3%), 60대(15.6%), 30대(15.2%) 순이었습니다.

신상주 선임조사역/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주택자금, 혹은 자영업자 같은 경우 운영자금, 자녀분들의 결혼자금 등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 50대이고. 이러한 분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시다 보니 사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놀라운 점은 보이스피싱범들이 피해자 특성에 맞게 지능적으로 사기를 친다는 겁니다.

보이스피싱범죄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챙기는 대출빙자형과, 지인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사칭형으로 나뉘는데요.

성별로 보면 남성(57.9%)이 여성(42.3%)보다 대출빙자형에 많이 당했고, 메신저 피싱을 포함한 사칭형은 여성(69)이 남성(31.0%)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사업이나 대출 등으로 자금수요가 많은 남성이 대출빙자형에, 지인과 심리적 유대감을 좀 더 중시 여기는 여성은 사칭형에 취약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습니다.

또 대출빙자형 피해는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58.8%로 가장 많았고, 4∼6등급의 중신용자(36.4%), 1∼3등급의 고신용자(4.8%) 순이었습니다.

저신용자들은 신용등급이 낮아서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사기를 치는 겁니다.

반면, 사칭형 사기는 고신용자(65.1%)가 절반이 넘었고, 저신용자는 6.1%에 불과했습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범들이 피해자를 물색할 때 금융 계좌를 먼저 확인한 뒤, 자산이 많아 빼낼 돈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기관사칭형 사기를 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은 피해 가능성이 큰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피해 예방 안내하고, 금융사의 이상 거래 탐지를 고도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융 소비자 스스로 낯선 문자와 전화는 늘 경계하고 의심하는 겁니다.

A 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면서, 보이스피싱범들의 표적이 되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제가 보기에는 이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사람이 돈이 더 절실하고 상황이 더 급박하면 급박할수록 여기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절대 믿지 마세요, 금융 거래는 반드시 은행 지점에 가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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