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㊱ “아빠가 누구냐 물으니 ‘조국’이라 했다”…그날의 목격담

입력 2020.08.17 (08:02) 수정 2020.08.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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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검찰 "조국이 딸 인턴 확인서 직접 위조"…조국 "단호히 부인"

여름 휴정기가 지나고 3주 만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4번째 공판에는 모두 9명의 증인이 출석했는데요.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앞서,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직접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재판부가 '디테일이 빠졌다', '조국 전 장관 공소장과 내용이 다르다'며 기존 공소장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것에 맞게 내용을 정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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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허위 내용이 담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혐의, 즉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됐다면, 이젠 해당 확인서를 직접 위조한 뒤 제출한 '위조공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됩니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서울대 교수실 컴퓨터로 내용을 작성해 출력한 뒤 '불상의 방법으로'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의 직인을 날인했고, 이 과정에 정 교수가 공모했다는 게 공소 요지입니다.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 부분도,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상의한 뒤 직접 그 내용을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두 부분 모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돼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사건 공소장에 적힌 내용과 일치하도록 맞춘 셈입니다.

정 교수 측은 당시 확인서 발급과정에서 한인섭 교수의 동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고, 부산 호텔 인턴십 발급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과 상의한 사실이 없다며 바뀐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조 전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무단으로 문서를 위조한 사람으로 만든 이 변경된 공소사실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다 합쳐도 나흘만 출근했다"…조국 딸 KIST 출근 공방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인턴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를 두고, 앞선 증인신문에서도 논란이 있었죠.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조 씨를 KIST 인턴으로 추천했던 이 모 박사와, 인턴 당시 조 씨의 지도교수였던 정 모 박사가 이미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 씨가 대체 언제부터 언제까지 인턴을 했던 건지, 출근을 며칠이나 했던 건지, 공식 증명서를 발급받은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은 상태였습니다.

조민 씨는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 7월, KIST 이 박사의 추천으로 정 박사 밑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조 씨는 이후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에서 2011년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주 5일 8시간씩, 모두 120시간 동안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인턴 증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검찰은 이 증명서가 허위로 작성된 뒤 입시에 제출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KIST 안전보안팀 직원 김 모 씨와 정보통신팀 직원 김 모 씨가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조 씨의 방문증과 임시 출입증 '태그기록'을 두고, 출근 일자를 따져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검찰은 우선 방문증 태그기록을 보면 조 씨가 2011년 7월 12일과 20일, 21일 등 모두 세 차례 KIST에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시 출입증 태그기록을 봐도, 같은 해 7월 21일 오후 5시 56분에 나간 기록과 다음날인 22일 출입한 기록만 나온다고 제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조 씨가 모두 나흘만 KIST에 출입한 게 됩니다.

검찰은 또 7월 12일에는 단 30분, 22일에는 3시간여 만에 KIST를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인턴 증명서 내용과는 달리, 조 씨의 인턴 활동이 사실상 7월 22일에 종료됐고 활동 시간도 훨씬 적다는 거죠. 그러면서 조 씨의 인턴 활동이 7월 22일에 종료된 것으로 나타난 '연수관리 변경 신청서'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KIST 직원 두 사람의 대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확인된 기록상으론 그렇다"는 것입니다. '단기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으레 그렇듯 조 씨에게도 방문증과 임시 출입증이 차례로 발급됐고, 전산에 남은 숫자만 볼 땐 검찰 말대로 출입한 게 맞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기록만 보고 과연 조 씨 본인이 그렇게 출입한 게 맞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출입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긴 CCTV라든지, 더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한 게 아니므로 다른 변수들도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조 씨가 인턴을 했던 2011년에 해당 팀에서 근무했던 직원도 아니었습니다.

■ "출입증 안 찍고 들어갈 수 있다더라"…커뮤니티 게시글 등판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방문증이나 출입증을 꼭 태그하지 않더라도 연구실에 출입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출입증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면, 검찰 말대로 조 씨가 나흘만 출근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주장인데요.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본인을 'KIST 연구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작성자가 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가지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는 다수의 사람이 출입하는 경우 일일이 출입증을 찍지 않아도 연구실에 드나들 수 있었다, 출입기록이 없다고 해서 출입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보보안팀 김 씨는 "건물 간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누가 찍어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동의하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현재는 반드시 태그를 하고 검사하게 돼 있지만, 조민 씨가 출입했던 2011년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 역시 "게이트를 통과할 때 한 사람만 태그하고 출입할 수 있게 돼 있느냐, 아니면 한 사람이 열면 다른 사람도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김 씨는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있고, 찍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아빠가 조국이라 했다"…'서울대 세미나'서 조민 본 사연

오후 재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던 의혹,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참석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또 다른 증인이 나왔습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영 씨인데요. 골형성부전증 장애가 있는 김 변호사는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전원에 재학 중이던 2009년 5월 15일, 서울대에서 진행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진행 요원으로 참여해 참가등록을 안내하고 자료를 배부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조민 씨를 직접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당시 교수님이나 대학원생들이 주로 오는 세미나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참가등록을 하러 왔고, 신기한 마음에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 기억에는 그날 교복을 입은 참가자는 그 여학생뿐이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와 함께 진행요원을 맡았던 동료 법전원생 김 모 씨가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이런 데를 왔어요?"라고 묻자, 여학생이 "아빠가 가보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는 건데요. 그러자 김 씨 또는 자신이 "아버지가 누구시길래요?"라고 다시 물었는데, 여학생이 "조국이요"라고 말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정 교수 측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특별한 이유

검찰은 앞서 증인으로 나왔던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 당시 세미나에 대원외고 교복을 입은 남학생 1명과 사복을 입은 여학생·남학생 각 1명이 참석했다고 말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 참가등록 안내를 했다고 했는데 당시 방명록에 조 씨 이름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는데요. 김 변호사가 그날 행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조 씨를 마주해놓고, 기억을 헷갈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김 변호사도 "(조 씨와 대화한 게) 이날은 아니어도 다른 세미나나 학회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습니다. 조 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인상착의나 조 씨가 맡았던 일 등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진행 요원으로 참여했던 동료 김 씨는 조 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 자신이 10년 전 대화를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도 따로 있다고 말했는데요. 김 변호사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제 기억에 (조민 씨가) 조국 교수가 아빠라고 했고,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고?' 이런 얘기를 제가 농담으로 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혀 다른 사회적 지위였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1~2년 뒤에도 종종 친구들한테도 장난삼아 얘기했습니다. 데스크에서 내가 지키는데 아빠가 조국이라 하더라, 신기했다, 이런 얘기들을 했었습니다. … 10년 전이라 기억하는 게 더 이상한 거 같고, 저에게는, 제 생애사적 경험에서는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실제로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 측이 이 인턴 활동의 일환으로 조 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 씨가 이날 자리에 왔는지도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엇갈리는 증언들과 10년 전의 불투명한 기억 속에서 재판부는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 '올인'해야 할 시험기간 내내 인턴 활동 간 조민?

이날 재판에는 조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관련해 또 다른 증인도 법정에 나왔습니다. 바로 조민 씨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 한영외고 김 모 교사인데요.

검찰은 조 씨의 생활기록부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기간이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로 기재돼있는데, 이 기간은 조 씨가 대학 입시에 필요한 AP 시험을 치른 기간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조 씨의 2학년 생활기록부와 고려대 입시 제출자료 목록표 등을 비교해볼 때, 조 씨가 최소 네 과목 이상 시험을 봤을 걸로 추정된다고도 했습니다. 시험 준비로 여념이 없을 만큼 바쁜 시간이었을 텐데 어떻게 인턴을 할 수 있었겠냐는 지적입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담임 선생님 김 씨의 검찰 진술 내용도 이렇습니다.

"AP 시험을 보기 전엔 거의 '올인'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강남에 있는 AP 대비 학원에 가서 '올인'하다시피 한다. 영어 시간에 토플이나 텝스를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OSP반(유학반)에서도 AP 관련 수업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학생들이 점수를 받기 위해 강남 학원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이라, 그 기간이 되면 학생들이 엄청나게 공부를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씨가 유학반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AP 시험 기간에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조 씨에게 인턴 활동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저희는 항상 발급 기관을 신뢰하고 발급했다는 증명서만 오면 그걸 토대로 하지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검찰의 '조민 공로상' 헛발질?…담임교사 "3년 중 1번이면 상 준다"

이날 재판에선 조민 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받은 '공로상'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 씨가 졸업하던 2010년 2월 수여된 이 공로상에는 "이 사람은 재학 중 품행이 단정하고 학급회장으로서 공로가 지대하였으므로 이 상장을 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요. 검찰은 조 씨가 고3 때 학급회장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며, 일종의 '부정·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검찰 조사 당시 조 씨 본인도 고1 때 학급회장을 했지, 고3 때는 회장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 뒤 변호인의 반대 신문 과정에서 이 논란은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재학 기간인 3년 동안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게 '공로상'이고, 조 씨 역시 1학년 때 학급회장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상을 받은 것뿐이라고 설명한 겁니다. 교사 김 씨 역시 "지금 말씀하신 대로 3년 안에 회장을 한 번이라도 한 학생에게 공로상을 일반적으로 줬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공로상 부분은) 어이가 없었다"며 "검찰이 허위이고 받을 수 없는 공로상을 받은 게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전제 하에서 이런저런 질문들을 했던 에피소드"라고 꼬집었습니다.

■ 법정에 나온 중고폰 가게 사장님…'중후한 50대 남성' 정체는?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은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중고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였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 다음날 조국 전 장관이 수사에 대비해 본인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 정 교수가 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가 받고 있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배경으로, 휴대전화 교체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지난해 8월 28일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가 직접 방문해 아이폰을 사가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두 사람은 아니었고 다른 50대 남성 2명이 휴대전화를 사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중후한 남성 2명이 와서 단말기를 사 가지고 갔다. 당시 구매자들은 주변 사람들이 아이폰을 써서 본인도 쓰고 싶다고 구매한 걸로 기억한다. 두 분은 회사 동료나 친구인 거 같다. 한 분은 키가 180cm 정도 된 걸로 알고 있고 한 분은 통통한 체격에 배가 나와 있었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 지인 금 모 씨의 사진을 제시하며 이 사람이 당시 휴대전화를 사간 남성이 맞느냐고도 물었는데, 김 씨는 상당히 비슷하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정 교수가 판매점으로부터 불과 600m 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매한 남성 2명과 정 교수가 함께 있었던 건 아니냐고 물었는데, 김 씨는 "아니다. 남자 2명이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질문 사항 대부분이 정 교수와 아무 상관 없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모관계에 대한 암시 정도가 신문사항의 전부"라고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과정에 대한 설명을 위해 휴대전화 교체 경위를 입증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잠시 논의한 끝에 "관련성이 있다"며 신문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과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이미지 흐리기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론의 가치와 필요성이 전혀 없어서 반대신문도 생략하고 재판을 마쳤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 PC 은닉, 정경심이 지시했나?…자산관리인 김경록, 증인석 앉는다

다음 재판에는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가 증인으로 나옵니다. 김 씨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숨긴 증거은닉 혐의로 지난 6월 유죄를 인정받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씨는 그동안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고객인 정 교수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직접 PC 은닉을 지시했는지, 아니면 김 씨가 능동적으로 증거은닉을 제안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달 23일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던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 포렌식 담당 이 모 씨도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위해 다시 한 번 증언대에 섭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위조가 맞다'는 취지로 핵심적인 증언을 했던 인물인 만큼, 변호인이 어떤 논리로 기존 진술을 배척할지 주목됩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재판 내용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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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의 시간]㊱ “아빠가 누구냐 물으니 ‘조국’이라 했다”…그날의 목격담
    • 입력 2020-08-17 08:02:38
    • 수정2020-08-17 13:14:55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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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정기가 지나고 3주 만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4번째 공판에는 모두 9명의 증인이 출석했는데요.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앞서,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모 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직접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재판부가 '디테일이 빠졌다', '조국 전 장관 공소장과 내용이 다르다'며 기존 공소장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것에 맞게 내용을 정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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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허위 내용이 담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혐의, 즉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됐다면, 이젠 해당 확인서를 직접 위조한 뒤 제출한 '위조공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됩니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서울대 교수실 컴퓨터로 내용을 작성해 출력한 뒤 '불상의 방법으로'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의 직인을 날인했고, 이 과정에 정 교수가 공모했다는 게 공소 요지입니다.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부산 호텔 인턴십 확인서 부분도,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상의한 뒤 직접 그 내용을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두 부분 모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돼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사건 공소장에 적힌 내용과 일치하도록 맞춘 셈입니다.

정 교수 측은 당시 확인서 발급과정에서 한인섭 교수의 동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고, 부산 호텔 인턴십 발급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과 상의한 사실이 없다며 바뀐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조 전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무단으로 문서를 위조한 사람으로 만든 이 변경된 공소사실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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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씨는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 7월, KIST 이 박사의 추천으로 정 박사 밑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조 씨는 이후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에서 2011년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주 5일 8시간씩, 모두 120시간 동안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인턴 증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검찰은 이 증명서가 허위로 작성된 뒤 입시에 제출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KIST 안전보안팀 직원 김 모 씨와 정보통신팀 직원 김 모 씨가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조 씨의 방문증과 임시 출입증 '태그기록'을 두고, 출근 일자를 따져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검찰은 우선 방문증 태그기록을 보면 조 씨가 2011년 7월 12일과 20일, 21일 등 모두 세 차례 KIST에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시 출입증 태그기록을 봐도, 같은 해 7월 21일 오후 5시 56분에 나간 기록과 다음날인 22일 출입한 기록만 나온다고 제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조 씨가 모두 나흘만 KIST에 출입한 게 됩니다.

검찰은 또 7월 12일에는 단 30분, 22일에는 3시간여 만에 KIST를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인턴 증명서 내용과는 달리, 조 씨의 인턴 활동이 사실상 7월 22일에 종료됐고 활동 시간도 훨씬 적다는 거죠. 그러면서 조 씨의 인턴 활동이 7월 22일에 종료된 것으로 나타난 '연수관리 변경 신청서'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KIST 직원 두 사람의 대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확인된 기록상으론 그렇다"는 것입니다. '단기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으레 그렇듯 조 씨에게도 방문증과 임시 출입증이 차례로 발급됐고, 전산에 남은 숫자만 볼 땐 검찰 말대로 출입한 게 맞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기록만 보고 과연 조 씨 본인이 그렇게 출입한 게 맞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출입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긴 CCTV라든지, 더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한 게 아니므로 다른 변수들도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조 씨가 인턴을 했던 2011년에 해당 팀에서 근무했던 직원도 아니었습니다.

■ "출입증 안 찍고 들어갈 수 있다더라"…커뮤니티 게시글 등판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방문증이나 출입증을 꼭 태그하지 않더라도 연구실에 출입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출입증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면, 검찰 말대로 조 씨가 나흘만 출근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주장인데요.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본인을 'KIST 연구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작성자가 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가지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는 다수의 사람이 출입하는 경우 일일이 출입증을 찍지 않아도 연구실에 드나들 수 있었다, 출입기록이 없다고 해서 출입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보보안팀 김 씨는 "건물 간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누가 찍어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동의하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현재는 반드시 태그를 하고 검사하게 돼 있지만, 조민 씨가 출입했던 2011년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 역시 "게이트를 통과할 때 한 사람만 태그하고 출입할 수 있게 돼 있느냐, 아니면 한 사람이 열면 다른 사람도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김 씨는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있고, 찍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아빠가 조국이라 했다"…'서울대 세미나'서 조민 본 사연

오후 재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던 의혹,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참석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또 다른 증인이 나왔습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영 씨인데요. 골형성부전증 장애가 있는 김 변호사는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전원에 재학 중이던 2009년 5월 15일, 서울대에서 진행된 '동북아 사형제도 세미나'에 진행 요원으로 참여해 참가등록을 안내하고 자료를 배부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조민 씨를 직접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당시 교수님이나 대학원생들이 주로 오는 세미나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참가등록을 하러 왔고, 신기한 마음에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 기억에는 그날 교복을 입은 참가자는 그 여학생뿐이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와 함께 진행요원을 맡았던 동료 법전원생 김 모 씨가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이런 데를 왔어요?"라고 묻자, 여학생이 "아빠가 가보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는 건데요. 그러자 김 씨 또는 자신이 "아버지가 누구시길래요?"라고 다시 물었는데, 여학생이 "조국이요"라고 말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정 교수 측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특별한 이유

검찰은 앞서 증인으로 나왔던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 당시 세미나에 대원외고 교복을 입은 남학생 1명과 사복을 입은 여학생·남학생 각 1명이 참석했다고 말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 참가등록 안내를 했다고 했는데 당시 방명록에 조 씨 이름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는데요. 김 변호사가 그날 행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조 씨를 마주해놓고, 기억을 헷갈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김 변호사도 "(조 씨와 대화한 게) 이날은 아니어도 다른 세미나나 학회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습니다. 조 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인상착의나 조 씨가 맡았던 일 등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진행 요원으로 참여했던 동료 김 씨는 조 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 자신이 10년 전 대화를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도 따로 있다고 말했는데요. 김 변호사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제 기억에 (조민 씨가) 조국 교수가 아빠라고 했고,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고?' 이런 얘기를 제가 농담으로 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혀 다른 사회적 지위였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1~2년 뒤에도 종종 친구들한테도 장난삼아 얘기했습니다. 데스크에서 내가 지키는데 아빠가 조국이라 하더라, 신기했다, 이런 얘기들을 했었습니다. … 10년 전이라 기억하는 게 더 이상한 거 같고, 저에게는, 제 생애사적 경험에서는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실제로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 측이 이 인턴 활동의 일환으로 조 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 씨가 이날 자리에 왔는지도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엇갈리는 증언들과 10년 전의 불투명한 기억 속에서 재판부는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 '올인'해야 할 시험기간 내내 인턴 활동 간 조민?

이날 재판에는 조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관련해 또 다른 증인도 법정에 나왔습니다. 바로 조민 씨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 한영외고 김 모 교사인데요.

검찰은 조 씨의 생활기록부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기간이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로 기재돼있는데, 이 기간은 조 씨가 대학 입시에 필요한 AP 시험을 치른 기간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조 씨의 2학년 생활기록부와 고려대 입시 제출자료 목록표 등을 비교해볼 때, 조 씨가 최소 네 과목 이상 시험을 봤을 걸로 추정된다고도 했습니다. 시험 준비로 여념이 없을 만큼 바쁜 시간이었을 텐데 어떻게 인턴을 할 수 있었겠냐는 지적입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담임 선생님 김 씨의 검찰 진술 내용도 이렇습니다.

"AP 시험을 보기 전엔 거의 '올인'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강남에 있는 AP 대비 학원에 가서 '올인'하다시피 한다. 영어 시간에 토플이나 텝스를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OSP반(유학반)에서도 AP 관련 수업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학생들이 점수를 받기 위해 강남 학원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이라, 그 기간이 되면 학생들이 엄청나게 공부를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씨가 유학반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AP 시험 기간에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조 씨에게 인턴 활동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저희는 항상 발급 기관을 신뢰하고 발급했다는 증명서만 오면 그걸 토대로 하지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검찰의 '조민 공로상' 헛발질?…담임교사 "3년 중 1번이면 상 준다"

이날 재판에선 조민 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받은 '공로상'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 씨가 졸업하던 2010년 2월 수여된 이 공로상에는 "이 사람은 재학 중 품행이 단정하고 학급회장으로서 공로가 지대하였으므로 이 상장을 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요. 검찰은 조 씨가 고3 때 학급회장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며, 일종의 '부정·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검찰 조사 당시 조 씨 본인도 고1 때 학급회장을 했지, 고3 때는 회장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 뒤 변호인의 반대 신문 과정에서 이 논란은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재학 기간인 3년 동안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게 '공로상'이고, 조 씨 역시 1학년 때 학급회장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상을 받은 것뿐이라고 설명한 겁니다. 교사 김 씨 역시 "지금 말씀하신 대로 3년 안에 회장을 한 번이라도 한 학생에게 공로상을 일반적으로 줬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공로상 부분은) 어이가 없었다"며 "검찰이 허위이고 받을 수 없는 공로상을 받은 게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전제 하에서 이런저런 질문들을 했던 에피소드"라고 꼬집었습니다.

■ 법정에 나온 중고폰 가게 사장님…'중후한 50대 남성' 정체는?

이날 재판의 마지막 증인은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중고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였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 다음날 조국 전 장관이 수사에 대비해 본인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 정 교수가 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가 받고 있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배경으로, 휴대전화 교체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지난해 8월 28일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가 직접 방문해 아이폰을 사가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두 사람은 아니었고 다른 50대 남성 2명이 휴대전화를 사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중후한 남성 2명이 와서 단말기를 사 가지고 갔다. 당시 구매자들은 주변 사람들이 아이폰을 써서 본인도 쓰고 싶다고 구매한 걸로 기억한다. 두 분은 회사 동료나 친구인 거 같다. 한 분은 키가 180cm 정도 된 걸로 알고 있고 한 분은 통통한 체격에 배가 나와 있었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 지인 금 모 씨의 사진을 제시하며 이 사람이 당시 휴대전화를 사간 남성이 맞느냐고도 물었는데, 김 씨는 상당히 비슷하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정 교수가 판매점으로부터 불과 600m 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매한 남성 2명과 정 교수가 함께 있었던 건 아니냐고 물었는데, 김 씨는 "아니다. 남자 2명이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질문 사항 대부분이 정 교수와 아무 상관 없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모관계에 대한 암시 정도가 신문사항의 전부"라고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과정에 대한 설명을 위해 휴대전화 교체 경위를 입증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잠시 논의한 끝에 "관련성이 있다"며 신문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과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이미지 흐리기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론의 가치와 필요성이 전혀 없어서 반대신문도 생략하고 재판을 마쳤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 PC 은닉, 정경심이 지시했나?…자산관리인 김경록, 증인석 앉는다

다음 재판에는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가 증인으로 나옵니다. 김 씨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숨긴 증거은닉 혐의로 지난 6월 유죄를 인정받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씨는 그동안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고객인 정 교수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정 교수가 직접 PC 은닉을 지시했는지, 아니면 김 씨가 능동적으로 증거은닉을 제안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달 23일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던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 포렌식 담당 이 모 씨도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위해 다시 한 번 증언대에 섭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위조가 맞다'는 취지로 핵심적인 증언을 했던 인물인 만큼, 변호인이 어떤 논리로 기존 진술을 배척할지 주목됩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도 재판 내용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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