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베 사임 D-6? 후임은 아소?…說說 끓는 일본 정계

입력 2020.08.18 (14: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6월 13일 종합 건강검진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인 17일, 돌연 도쿄(東京)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찾아 7시간 넘게 추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관저에서 피를 토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등 미확인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계에선 '아베 후임은 아베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를 '4연임 12년'으로 바꾼 뒤 아베 정권을 연장하자는 주장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격세지감, 이런 논의는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아베 총리의 구체적인 사임 시점에 '포스트 아베' 논의도 본격화하면서 일본 정계가 여러 설(說)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 인근 전몰자 묘원에서 불편한 걸음걸이로 헌화하고 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 인근 전몰자 묘원에서 불편한 걸음걸이로 헌화하고 있다.


■ 하필 이때, 그 병원

아베 총리는 17일 오전 10시 반쯤 차량으로 게이오대 병원에 들어가 7시간 반 동안 머무른 뒤 오후 6시 넘어 귀가했습니다. 병원 주변에는 취재진이 50명 넘게 몰려들었습니다. 몸 상태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베 총리는 "수고하십니다"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먼저 아베 총리가 병원을 찾은 시점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날인 16일, 아베 총리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민영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아베 총리가)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쉬는 것을 죄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며칠이라도 좋으니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고 동정론을 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17일 오전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17일 오전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

정치인에게 건강 악화는 치명적 약점입니다. 정치 생명과 직결되고, 그래서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게 당연합니다. 총리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아베 총리는 17세 때부터 대장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특히 1차 정권 때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1년여 만에 퇴진에 내몰린 '아픈 기억'까지 있습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신약 부작용을 막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장복(長服)하는 등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 아베 총리는 17일과 18일 휴가를 냈습니다. 맘만 먹으면 총리관저에서 비공개 검사를 받거나, 은밀히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측근이 '강제 휴식' 필요성을 언급하자마자 공개적으로 병원을 갔고, 이 모습은 TV로 생중계됐습니다. 어찌 보면 아마리의 발언은 '아베의 병원행'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자락을 깔아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원 시점뿐만 아니라 병원 역시 기시감을 남깁니다. 아베 총리는 2차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이 병원에서 1년에 2차례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도 3월 30일과 10월 26일에 이 병원을 찾았죠. 특히 아베 총리가 1차 정권 때 전격 퇴진을 선언한 뒤 곧바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곳이 다름 아닌, 바로 '게이오대 병원'이었습니다.


■ 아베 총리, 24일 이후 사임?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이번에도 건강을 퇴진 명분으로 삼으려고 일부러 '공개 행보'를 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정계를 총칭)에선 꽤 오래 전부터 아베 총리의 사임 시점으로 '8말 9초설(說)'이 파다했습니다. 구체적으론 8월 24일이 거론됩니다. 2012년 12월 26일, 2차 집권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이날로 2,799일 연속 재임을 하게 됩니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전 총리를 제치고 '단일 임기' 역대 단독 1위가 되는 날입니다. 사토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의 친동생입니다.

아베 총리에게 이날은 보다 특별해 보입니다. 자신이 유치부터 개최까지 마무리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내년(2021년 7월 23일~8월 8일)에도 개최가 불투명합니다. 정치적 비원(悲願)인 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헌법 개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정지출 확대로 시장에 통화를 풀고, 초저금리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아베노믹스'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엔 코로나19 대응 미숙으로 국정 지지율마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죠. 결국, 아베 총리가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마지막 타이틀은 전무후무한 '장기 집권'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 아소, 임시 총리로 등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아베 총리가 병원을 다녀온 17일 밤 "쉬지 않고 일한다면 누구라도 몸 상태가 이상해지지 않겠나. 쉴 필요가 있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씀드렸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일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는 '총리 동정'을 보면 아베 총리는 1월 26일부터 6월 20일 사이 147일 동안 '공무(公務) 없음', 즉 휴일이 없었습니다.

아소 부총리의 이 발언이 특히 주목되는 건 최근 두 사람의 만남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가 병원에 가기 이틀 전인 15일, 아소 부총리는 도쿄 시부야(澁谷) 자택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했습니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총리의 맹우(盟友)로 꼽힙니다. 특히 2008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는 일본 총리도 지냈습니다. 아베 총리가 1차 정권을 내놓은 직후이죠. 이른바 '머리 없는 정국'에서 아베를 대신해 '머리' 역할을 해낸 전력이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련의 흐름을 볼 때 두 사람이 15일 만남에서 어떤 수위로든 총리 사임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퇴진 이후 임시 대리 서열 2위인 아소 부총리가 또다시 잠정적으로 총리를 맡는 게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아소 부총리는 전후 최고 총리로 꼽히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의 외손자로, 아베 총리에 버금가는 정치 귀족 가문 출신입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멈춰 있던 일본 '정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베 퇴장', '아소 등판'이 현실화할까요. 이후 제기되는 설(說)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소 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아니면 9월에 내각 총사퇴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를 하는 흐름이 만들어질 거란 시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아베 사임 D-6? 후임은 아소?…說說 끓는 일본 정계
    • 입력 2020-08-18 14:38:49
    특파원 리포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6월 13일 종합 건강검진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인 17일, 돌연 도쿄(東京)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찾아 7시간 넘게 추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관저에서 피를 토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등 미확인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계에선 '아베 후임은 아베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를 '4연임 12년'으로 바꾼 뒤 아베 정권을 연장하자는 주장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격세지감, 이런 논의는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아베 총리의 구체적인 사임 시점에 '포스트 아베' 논의도 본격화하면서 일본 정계가 여러 설(說)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 인근 전몰자 묘원에서 불편한 걸음걸이로 헌화하고 있다.

■ 하필 이때, 그 병원

아베 총리는 17일 오전 10시 반쯤 차량으로 게이오대 병원에 들어가 7시간 반 동안 머무른 뒤 오후 6시 넘어 귀가했습니다. 병원 주변에는 취재진이 50명 넘게 몰려들었습니다. 몸 상태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베 총리는 "수고하십니다"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먼저 아베 총리가 병원을 찾은 시점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날인 16일, 아베 총리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민영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아베 총리가)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쉬는 것을 죄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며칠이라도 좋으니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고 동정론을 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17일 오전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
정치인에게 건강 악화는 치명적 약점입니다. 정치 생명과 직결되고, 그래서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게 당연합니다. 총리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아베 총리는 17세 때부터 대장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특히 1차 정권 때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1년여 만에 퇴진에 내몰린 '아픈 기억'까지 있습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신약 부작용을 막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장복(長服)하는 등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 아베 총리는 17일과 18일 휴가를 냈습니다. 맘만 먹으면 총리관저에서 비공개 검사를 받거나, 은밀히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측근이 '강제 휴식' 필요성을 언급하자마자 공개적으로 병원을 갔고, 이 모습은 TV로 생중계됐습니다. 어찌 보면 아마리의 발언은 '아베의 병원행'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자락을 깔아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원 시점뿐만 아니라 병원 역시 기시감을 남깁니다. 아베 총리는 2차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이 병원에서 1년에 2차례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도 3월 30일과 10월 26일에 이 병원을 찾았죠. 특히 아베 총리가 1차 정권 때 전격 퇴진을 선언한 뒤 곧바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곳이 다름 아닌, 바로 '게이오대 병원'이었습니다.


■ 아베 총리, 24일 이후 사임?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이번에도 건강을 퇴진 명분으로 삼으려고 일부러 '공개 행보'를 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정계를 총칭)에선 꽤 오래 전부터 아베 총리의 사임 시점으로 '8말 9초설(說)'이 파다했습니다. 구체적으론 8월 24일이 거론됩니다. 2012년 12월 26일, 2차 집권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이날로 2,799일 연속 재임을 하게 됩니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전 총리를 제치고 '단일 임기' 역대 단독 1위가 되는 날입니다. 사토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의 친동생입니다.

아베 총리에게 이날은 보다 특별해 보입니다. 자신이 유치부터 개최까지 마무리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내년(2021년 7월 23일~8월 8일)에도 개최가 불투명합니다. 정치적 비원(悲願)인 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헌법 개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정지출 확대로 시장에 통화를 풀고, 초저금리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아베노믹스'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엔 코로나19 대응 미숙으로 국정 지지율마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죠. 결국, 아베 총리가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마지막 타이틀은 전무후무한 '장기 집권'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 아소, 임시 총리로 등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아베 총리가 병원을 다녀온 17일 밤 "쉬지 않고 일한다면 누구라도 몸 상태가 이상해지지 않겠나. 쉴 필요가 있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씀드렸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일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는 '총리 동정'을 보면 아베 총리는 1월 26일부터 6월 20일 사이 147일 동안 '공무(公務) 없음', 즉 휴일이 없었습니다.

아소 부총리의 이 발언이 특히 주목되는 건 최근 두 사람의 만남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가 병원에 가기 이틀 전인 15일, 아소 부총리는 도쿄 시부야(澁谷) 자택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했습니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총리의 맹우(盟友)로 꼽힙니다. 특히 2008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는 일본 총리도 지냈습니다. 아베 총리가 1차 정권을 내놓은 직후이죠. 이른바 '머리 없는 정국'에서 아베를 대신해 '머리' 역할을 해낸 전력이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련의 흐름을 볼 때 두 사람이 15일 만남에서 어떤 수위로든 총리 사임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퇴진 이후 임시 대리 서열 2위인 아소 부총리가 또다시 잠정적으로 총리를 맡는 게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아소 부총리는 전후 최고 총리로 꼽히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의 외손자로, 아베 총리에 버금가는 정치 귀족 가문 출신입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멈춰 있던 일본 '정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베 퇴장', '아소 등판'이 현실화할까요. 이후 제기되는 설(說)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소 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아니면 9월에 내각 총사퇴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를 하는 흐름이 만들어질 거란 시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