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쿠폰도 임시 공휴일도 ‘물거품’…내수는 운다

입력 2020.08.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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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8대 소비 쿠폰' 첫날 코로나19 폭증
쿠폰 지급 이틀 만에 '잠정 중단'
'임시 공휴일 효과'도 타격
OECD도 높게 본 내수 '흔들'

'8대 소비 쿠폰' 첫날 코로나19 폭증쿠폰 지급 이틀 만에 '잠정 중단''임시 공휴일 효과'도 타격OECD도 높게 본 내수 '흔들''8대 소비 쿠폰' 첫날 코로나19 폭증쿠폰 지급 이틀 만에 '잠정 중단''임시 공휴일 효과'도 타격OECD도 높게 본 내수 '흔들'

'농수산물 사면 20% 깎아주고, 외식 5번 하면 만 원 할인!'

대형마트나 외식 업체의 마케팅 문구 같은 이 말은 정부가 이번 달부터 풀기로 한 '소비 쿠폰'의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농수산물, 외식 등 8개 분야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이달부터 국민에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의 돌파구를 내수에서 찾겠다는 정책이었다.

회복세가 더딘 수출과 달리 국내 소비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던 참이었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더 큰 회복을 기대했던 내수도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 쿠폰 주던 첫날 국내 발생 폭증

정부는 지난 14일 소비 쿠폰을 풀기 시작했다. 한 번에 2만 원 이상씩 5번 외식을 하면 6번째에는 만 원을 깎아주는 '외식 쿠폰'은 14일 오후 4시부터 외식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영화표를 사면 1인당 6,000원을 깎아주는 '영화 쿠폰' 등도 14일부터 줬다. 오는 24일부터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인당 8,000원을 할인해주는 '공연 쿠폰'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쿠폰 발급 첫날 코로나19 양상이 달라졌다. 14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85명으로, 전날인 13일(4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 소비 쿠폰, 시행 이틀 만에 '급제동'

광복절인 15일에도 국내 확진자가 155명을 기록하자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로 높였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행사가 제한되는 등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 쿠폰' 지급을 16일 0시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 첫날인 14일부터 15일까지 외식한 횟수는 나중에 쿠폰 지급을 재개했을 때 반영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농촌여행 할인 쿠폰도 발급을 중단했고, 이미 발급된 건 8월 말까지 철저한 방역 아래 쓸 수 있도록 했다. 농축산물 할인 쿠폰은 긴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상황 등을 고려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영화 쿠폰 등 쿠폰 6종의 발급을 모두 잠정 중단하면서, 이미 발급한 쿠폰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8대 소비쿠폰'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3분의 1인 1,800만 명이 1조 원 수준의 소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 4조 생산 유발 기대되던 임시 공휴일에도 찬물

정세균 국무총리는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지난달 지시하면서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 내수 회복의 흐름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공휴일이 회복 중인 내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 것이다.

실제 내수는 7월까지 회복세가 뚜렷했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8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자료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7월에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였다.

소비자심리지수도 6월 81.8에서 7월은 84.2로 올랐다. 기준선은 100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이 역시 석 달 연속 증가하며 개선 흐름을 보였다. 기재부도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시 공휴일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현안과 과제' 보고서에서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을 때 전체 생산 유발액 4조 2,000억 원, 취업 유발 인원은 3만 6,000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그대로 현실이 되진 못했다. 임시 공휴일 직전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소비 등이 일정 부분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확한 수치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공휴일의 경제적 효과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OECD도 높게 평가…갈림길에 선 내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 위주 경제였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내수의 역할이 상당했다.

수출은 미국 등의 코로나19 양상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개선이 더뎠다. 그러나 국내에선 'K-방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관리에 성공하며 내수가 경제를 이끌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지난 6월 전망(-1.2%)보다 0.4%포인트 높였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전망치였는데, 수출 전망을 낮추면서도 나온 분석이라 더 시선을 끌었다. 이 역시 내수 회복세의 힘이었다. OECD는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수출 전망은 하향조정했다"라면서도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지표를 높였다"고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불확실한 수출보단 내수가 좌지우지할 거란 얘긴데,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내수도 수출 못지않게 불확실해졌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느냐 못 막느냐가 이번 주에 달렸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우리 경제가 올해 선방하느냐 더 추락하느냐도 이번 주에 달렸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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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 쿠폰도 임시 공휴일도 ‘물거품’…내수는 운다
    • 입력 2020-08-18 16:01:10
    취재K
'8대 소비 쿠폰' 첫날 코로나19 폭증 <br />쿠폰 지급 이틀 만에 '잠정 중단' <br />'임시 공휴일 효과'도 타격 <br />OECD도 높게 본 내수 '흔들'
'8대 소비 쿠폰' 첫날 코로나19 폭증쿠폰 지급 이틀 만에 '잠정 중단''임시 공휴일 효과'도 타격OECD도 높게 본 내수 '흔들'
'농수산물 사면 20% 깎아주고, 외식 5번 하면 만 원 할인!'

대형마트나 외식 업체의 마케팅 문구 같은 이 말은 정부가 이번 달부터 풀기로 한 '소비 쿠폰'의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농수산물, 외식 등 8개 분야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이달부터 국민에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의 돌파구를 내수에서 찾겠다는 정책이었다.

회복세가 더딘 수출과 달리 국내 소비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던 참이었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더 큰 회복을 기대했던 내수도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 쿠폰 주던 첫날 국내 발생 폭증

정부는 지난 14일 소비 쿠폰을 풀기 시작했다. 한 번에 2만 원 이상씩 5번 외식을 하면 6번째에는 만 원을 깎아주는 '외식 쿠폰'은 14일 오후 4시부터 외식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영화표를 사면 1인당 6,000원을 깎아주는 '영화 쿠폰' 등도 14일부터 줬다. 오는 24일부터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인당 8,000원을 할인해주는 '공연 쿠폰'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쿠폰 발급 첫날 코로나19 양상이 달라졌다. 14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85명으로, 전날인 13일(4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 소비 쿠폰, 시행 이틀 만에 '급제동'

광복절인 15일에도 국내 확진자가 155명을 기록하자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로 높였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행사가 제한되는 등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 쿠폰' 지급을 16일 0시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 첫날인 14일부터 15일까지 외식한 횟수는 나중에 쿠폰 지급을 재개했을 때 반영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농촌여행 할인 쿠폰도 발급을 중단했고, 이미 발급된 건 8월 말까지 철저한 방역 아래 쓸 수 있도록 했다. 농축산물 할인 쿠폰은 긴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상황 등을 고려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영화 쿠폰 등 쿠폰 6종의 발급을 모두 잠정 중단하면서, 이미 발급한 쿠폰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8대 소비쿠폰'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3분의 1인 1,800만 명이 1조 원 수준의 소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 4조 생산 유발 기대되던 임시 공휴일에도 찬물

정세균 국무총리는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지난달 지시하면서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 내수 회복의 흐름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공휴일이 회복 중인 내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 것이다.

실제 내수는 7월까지 회복세가 뚜렷했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8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자료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7월에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였다.

소비자심리지수도 6월 81.8에서 7월은 84.2로 올랐다. 기준선은 100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이 역시 석 달 연속 증가하며 개선 흐름을 보였다. 기재부도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시 공휴일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현안과 과제' 보고서에서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을 때 전체 생산 유발액 4조 2,000억 원, 취업 유발 인원은 3만 6,000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그대로 현실이 되진 못했다. 임시 공휴일 직전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소비 등이 일정 부분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확한 수치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공휴일의 경제적 효과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OECD도 높게 평가…갈림길에 선 내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 위주 경제였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내수의 역할이 상당했다.

수출은 미국 등의 코로나19 양상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개선이 더뎠다. 그러나 국내에선 'K-방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관리에 성공하며 내수가 경제를 이끌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지난 6월 전망(-1.2%)보다 0.4%포인트 높였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전망치였는데, 수출 전망을 낮추면서도 나온 분석이라 더 시선을 끌었다. 이 역시 내수 회복세의 힘이었다. OECD는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수출 전망은 하향조정했다"라면서도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지표를 높였다"고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불확실한 수출보단 내수가 좌지우지할 거란 얘긴데,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내수도 수출 못지않게 불확실해졌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느냐 못 막느냐가 이번 주에 달렸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우리 경제가 올해 선방하느냐 더 추락하느냐도 이번 주에 달렸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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