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신천지 집단 감염 때보다 더 위험한 이유

입력 2020.08.18 (18:18) 수정 2020.08.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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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로는 지난 2, 3월의 신천지 집단 발생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오늘(18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현재 상황이 예전에 대구·경북이나 이태원, 쿠팡하고 다르게 조금 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어제(17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방역 당국 담당자들이 모두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정오 기준으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진자는 지금까지 457명입니다.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왜 이들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 걸까요?


■ ① 신천지 때보다 전파력 '6배' 높은 바이러스 유형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유형마다 전파력이 다릅니다.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GH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방역 당국 설명입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이번 수도권 유행은 지난 신천지 유행과 달리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말했습니다. 정은경 본부장도 "(신천지 유행 때와는) 일단 바이러스의 유형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신천지 대구교회 유행 때 주로 전파됐던 건 'V형' 바이러스였습니다. 주로 'S형'과 함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당시에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됐던 유형입니다.

그에 비해 GH형 바이러스는 4월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인데요.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감염 때 유행했던 바이러스도 이번에 언급된 GH형 바이러스였습니다.

가장 큰 차이, 높은 전파력입니다. 권 부본부장은 "GH형이 그전의 S형, V형 등 바이러스군보다 2.3~9.6배, 평균 6배 이상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했고 치명률이나 중증률은 다른 바이러스군에 비해 크게 다르진 않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②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감염 경로 추적 불가능할 수도

이번 집단 감염이 수도권에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번 수도권 내 감염을 보면, 음식점과 대형 시장 같은 불특정 다수 이용 시설로 이어지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어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서울·경기의 경우 다양한 지역과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예배와 집회 등 불특정 다수의 접촉이 발생하고 있어 위험도가 더 높다"고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확진자가 불특정 다수 시설을 이용했다면, 그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로 누구와 접촉했는지, 또 감염시켰는지 등을 찾아내고 이를 차단하는 게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더 문제는, 지난 15일 대규모 집회 같은 모임이나 수도권에 방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을 통해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번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산 현황을 살펴보면요.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롯데홈쇼핑 미디어서울센터, 농협카드 콜센터, 새마음요양병원 등 장소도 다양합니다. 교인들의 지역 분포를 봐도 서울, 경기, 인천, 경북, 충남까지 넓습니다.

전파 우려는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감염병 환자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재생산지수'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수가 3이면 한 사람이 3명을 감염시킨다는 겁니다.

방대본이 계산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지난 9일부터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지난 15일까지 재생산지수는 1.78 내외였습니다. 전국적으로는 1.65 정도였고요. 하지만 15일 이후 더 많은 환자가 발견됐기 때문에 이 지수도 높아졌을 거라고 방역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재생산지수가 클수록 유행의 크기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재생산지수를 1 이하, 적어도 0.5 근처에서 유지해야 유행의 크기를 줄이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게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2에 가까운 수도권 지역 재생산지수는 위험한 상황임을 나타내는 거죠.


■ ③ 국민 위기감·경각심 둔화됐다

이번 유행의 심각성이 바이러스 특성 같은 요인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방역 당국 설명입니다.

권 부본부장은 "전 국민이 방역수칙을 아는 상황에서도 전파위험 행위가 이루어졌을 정도로 위기감이나 경각심이 둔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바이러스 특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경각심을 올리는 건 우리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정은경 본부장도 "우리는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방심과,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건 '방심하는 우리'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광훈 목사의 책임은 어디까지?"

-유튜브 '체크살'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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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 신천지 집단 감염 때보다 더 위험한 이유
    • 입력 2020-08-18 18:18:48
    • 수정2020-08-18 18: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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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로는 지난 2, 3월의 신천지 집단 발생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오늘(18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현재 상황이 예전에 대구·경북이나 이태원, 쿠팡하고 다르게 조금 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어제(17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방역 당국 담당자들이 모두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정오 기준으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진자는 지금까지 457명입니다.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왜 이들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 걸까요?


■ ① 신천지 때보다 전파력 '6배' 높은 바이러스 유형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유형마다 전파력이 다릅니다.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GH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방역 당국 설명입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이번 수도권 유행은 지난 신천지 유행과 달리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말했습니다. 정은경 본부장도 "(신천지 유행 때와는) 일단 바이러스의 유형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신천지 대구교회 유행 때 주로 전파됐던 건 'V형' 바이러스였습니다. 주로 'S형'과 함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당시에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됐던 유형입니다.

그에 비해 GH형 바이러스는 4월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인데요.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감염 때 유행했던 바이러스도 이번에 언급된 GH형 바이러스였습니다.

가장 큰 차이, 높은 전파력입니다. 권 부본부장은 "GH형이 그전의 S형, V형 등 바이러스군보다 2.3~9.6배, 평균 6배 이상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했고 치명률이나 중증률은 다른 바이러스군에 비해 크게 다르진 않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②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감염 경로 추적 불가능할 수도

이번 집단 감염이 수도권에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번 수도권 내 감염을 보면, 음식점과 대형 시장 같은 불특정 다수 이용 시설로 이어지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어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서울·경기의 경우 다양한 지역과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예배와 집회 등 불특정 다수의 접촉이 발생하고 있어 위험도가 더 높다"고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확진자가 불특정 다수 시설을 이용했다면, 그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로 누구와 접촉했는지, 또 감염시켰는지 등을 찾아내고 이를 차단하는 게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더 문제는, 지난 15일 대규모 집회 같은 모임이나 수도권에 방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을 통해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번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산 현황을 살펴보면요.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롯데홈쇼핑 미디어서울센터, 농협카드 콜센터, 새마음요양병원 등 장소도 다양합니다. 교인들의 지역 분포를 봐도 서울, 경기, 인천, 경북, 충남까지 넓습니다.

전파 우려는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감염병 환자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재생산지수'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수가 3이면 한 사람이 3명을 감염시킨다는 겁니다.

방대본이 계산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지난 9일부터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지난 15일까지 재생산지수는 1.78 내외였습니다. 전국적으로는 1.65 정도였고요. 하지만 15일 이후 더 많은 환자가 발견됐기 때문에 이 지수도 높아졌을 거라고 방역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재생산지수가 클수록 유행의 크기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재생산지수를 1 이하, 적어도 0.5 근처에서 유지해야 유행의 크기를 줄이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게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2에 가까운 수도권 지역 재생산지수는 위험한 상황임을 나타내는 거죠.


■ ③ 국민 위기감·경각심 둔화됐다

이번 유행의 심각성이 바이러스 특성 같은 요인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방역 당국 설명입니다.

권 부본부장은 "전 국민이 방역수칙을 아는 상황에서도 전파위험 행위가 이루어졌을 정도로 위기감이나 경각심이 둔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바이러스 특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경각심을 올리는 건 우리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정은경 본부장도 "우리는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방심과,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건 '방심하는 우리'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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