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고 울먹인 김종인 “참회와 반성”…광주시민들 반응은?

입력 2020.08.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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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영령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두환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죄'를, 과거 통합당의 '막말'에 대해 '사과'를, 광주시민들에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 벌써 일백 번이라도 사과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합니다.(중략)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두환 국보위 참여' 사죄…"위법행위 침묵은 역사 법정에서 유죄"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쓴 뒤 '민주의 문' 앞에서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낭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자신이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했던 과거에 대해 사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그 과정과 배경을 말씀드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국민에게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사죄 말씀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당시 대학 연구실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라고 자신을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할머니를 잃었고 밤바다 거처를 옮겨다녔다며 "쫓기는 자의 공포와 고립된 자의 좌절을 알고 있다. 80년 5월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후 호남 주민들이 겪었을 고립과 감정 또한 그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울먹이며 '5·18 망언' 사과…"부끄럽고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과거 통합당의 '5.18 망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은 더욱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당의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발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잘못된 언행을 한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에서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 소위 참회와 반성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소위 참회와 반성이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5.18 민주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과문 낭독 이후 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올해 80살인 김 위원장은 일어서다가 잠깐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희생자와 행방불명자 묘역을 둘러봤는데, 통합당은 '이름없는 희생자까지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변의 권유에 따라 묘비를 어루만지기도 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진상규명 협조하고 망언 의원 제명하라"

현장에선 김 위원장을 향해 부탁과 항의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과를 들은 한 시민은 "고맙다. 대표님 말씀이 다 맞다"면서 "왜 맞아 죽었는가, 고문당해 죽었는가 지금도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미래통합당에선 이만큼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부탁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끝까지 들어달라'는 이 시민의 부탁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은 "망언을 한 의원 3명부터 제명하고 참배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항의를 뒤로 하고 자리를 떴는데, 이후 다른 광주시민들은 "내가 당사자다. 우리가 책임지고 하겠다"며 대진연 소속 회원들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묘역 참배를 마치고 옛 전남도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김 위원장을 따라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은 '5.18 망언'을 했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전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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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9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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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영령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두환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죄'를, 과거 통합당의 '막말'에 대해 '사과'를, 광주시민들에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 벌써 일백 번이라도 사과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합니다.(중략)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두환 국보위 참여' 사죄…"위법행위 침묵은 역사 법정에서 유죄"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쓴 뒤 '민주의 문' 앞에서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낭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자신이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했던 과거에 대해 사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그 과정과 배경을 말씀드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국민에게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사죄 말씀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당시 대학 연구실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라고 자신을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할머니를 잃었고 밤바다 거처를 옮겨다녔다며 "쫓기는 자의 공포와 고립된 자의 좌절을 알고 있다. 80년 5월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후 호남 주민들이 겪었을 고립과 감정 또한 그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울먹이며 '5·18 망언' 사과…"부끄럽고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과거 통합당의 '5.18 망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은 더욱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당의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발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잘못된 언행을 한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에서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 소위 참회와 반성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소위 참회와 반성이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5.18 민주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과문 낭독 이후 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올해 80살인 김 위원장은 일어서다가 잠깐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희생자와 행방불명자 묘역을 둘러봤는데, 통합당은 '이름없는 희생자까지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변의 권유에 따라 묘비를 어루만지기도 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진상규명 협조하고 망언 의원 제명하라"

현장에선 김 위원장을 향해 부탁과 항의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과를 들은 한 시민은 "고맙다. 대표님 말씀이 다 맞다"면서 "왜 맞아 죽었는가, 고문당해 죽었는가 지금도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미래통합당에선 이만큼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부탁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끝까지 들어달라'는 이 시민의 부탁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은 "망언을 한 의원 3명부터 제명하고 참배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항의를 뒤로 하고 자리를 떴는데, 이후 다른 광주시민들은 "내가 당사자다. 우리가 책임지고 하겠다"며 대진연 소속 회원들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묘역 참배를 마치고 옛 전남도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김 위원장을 따라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은 '5.18 망언'을 했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전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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