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리는 ‘파이브 아이스’…일본, ‘여섯번째 눈’ 되나

입력 2020.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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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좌). 2016년 배우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스노든’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좌). 2016년 배우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스노든’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통신 도감청 기밀문서를 폭로했습니다. 미국이나 밀접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죠.

미 NSA가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기관과 연결해 첩보 활동을 벌인 결과물이었는데, 다섯 나라, 이른바‘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정보 수집 활동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파이브 아이스'에요!"

파이브 아이스는 1940년대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이 기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권 5개 국가로 확대되면서 지금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정보 동맹체인 셈인데, 특히'에셜론'이라는 통신 도·감청 프로그램을 극비리에 운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다섯 나라는 '영어권'의 '앵글로색슨'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협정에 따라 서로 정보기관을 자국 기관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위성사진 같은 고급 정보도 무제한 공유합니다.

여기에 일본이 낀다고?

그런데 이런 파이브 아이스에 일본이 추가되면서 '식스 아이스(Six Eyes)'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또 나왔습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복수의 하원 의원을 인용해 파이브 아이스에 일본이 포함되고, 협력 분야도 군사·정보뿐 아니라 '전략적 경제 협력 관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습니다. 회원국끼리 주요 광물이나 의료물품 같은 주요 전략 비축물자도 공동 관리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서요.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파이브 아이스는 수십 년 동안 정보·국방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면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언제, 어떻게 가입한다는 것인지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미 사실상 식스 아이스에 가입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노 다로(河野 太郎)방위상은 14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회원국과)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 공유에 접근해 왔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식스 아이스'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이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하기 위해 특정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면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회원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5~18일 일본 오키나와 남쪽 바다에서 실시된 미·일 공동 훈련. 왼쪽부터 이카즈치함, 존에릭슨함, 항모 로널드레이건함. (자료:일본 해상자위대)15~18일 일본 오키나와 남쪽 바다에서 실시된 미·일 공동 훈련. 왼쪽부터 이카즈치함, 존에릭슨함, 항모 로널드레이건함. (자료:일본 해상자위대)

■中 매체 "日, 절대 용서 안 해" 강력 반발…우리는?

이런 움직임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에겐 '화웨이 배제'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등으로 똘똘 뭉쳐 있는 파이브 아이스가 가뜩이나 눈엣가시인데, '가까운 나라' 일본까지 가세한다니 열 받을 수밖에요.

여기에 고노 방위상은 "중국이 동·남중국해와 중국-인도 국경, 홍콩 등 배후에서 무력 위협을 하며 일방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나라가 많다"면서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감대"라고 말해 불난 집에 선풍기를 틀었네요.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일본의 파이브 아이스 가입 가능성에 대해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 상대로 펼치는 소위 '신(新)냉전'의 선봉이 되겠다는 의미"라며 일본을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또 "중국인들은 일본의 그런 행동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보복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도 중국이지만, 우리도 우리대로 향후 일본의 식스 아이스 가입(또는 그에 준하는 활동) 을 지켜봐야 하는 속내는 마냥 편할 수만은 없습니다.

일본이 최고의 군사·정보 동맹체 핵심 멤버로 자리잡게 되면 가뜩이나 군사적 지형이 험한 동북아에서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입지가 자칫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군사협력이 한층 깊어진 미·일과 대조되면서, 대북 제재나 방위비 분담 등 현안을 둘러싼 한·미 의견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식스 아이스 구상과 관련한 뉴스는 앞으로 일본 언론에서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층 더 복잡해진 동북아 안보 방정식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준비가 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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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때리는 ‘파이브 아이스’…일본, ‘여섯번째 눈’ 되나
    • 입력 2020-08-20 07:00:23
    취재K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좌). 2016년 배우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스노든’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통신 도감청 기밀문서를 폭로했습니다. 미국이나 밀접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죠.

미 NSA가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기관과 연결해 첩보 활동을 벌인 결과물이었는데, 다섯 나라, 이른바‘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정보 수집 활동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파이브 아이스'에요!"

파이브 아이스는 1940년대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이 기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권 5개 국가로 확대되면서 지금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정보 동맹체인 셈인데, 특히'에셜론'이라는 통신 도·감청 프로그램을 극비리에 운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다섯 나라는 '영어권'의 '앵글로색슨'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협정에 따라 서로 정보기관을 자국 기관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위성사진 같은 고급 정보도 무제한 공유합니다.

여기에 일본이 낀다고?

그런데 이런 파이브 아이스에 일본이 추가되면서 '식스 아이스(Six Eyes)'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또 나왔습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복수의 하원 의원을 인용해 파이브 아이스에 일본이 포함되고, 협력 분야도 군사·정보뿐 아니라 '전략적 경제 협력 관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습니다. 회원국끼리 주요 광물이나 의료물품 같은 주요 전략 비축물자도 공동 관리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서요.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파이브 아이스는 수십 년 동안 정보·국방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면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언제, 어떻게 가입한다는 것인지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미 사실상 식스 아이스에 가입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노 다로(河野 太郎)방위상은 14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회원국과)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 공유에 접근해 왔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식스 아이스'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이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하기 위해 특정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면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회원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5~18일 일본 오키나와 남쪽 바다에서 실시된 미·일 공동 훈련. 왼쪽부터 이카즈치함, 존에릭슨함, 항모 로널드레이건함. (자료:일본 해상자위대)
■中 매체 "日, 절대 용서 안 해" 강력 반발…우리는?

이런 움직임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에겐 '화웨이 배제'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등으로 똘똘 뭉쳐 있는 파이브 아이스가 가뜩이나 눈엣가시인데, '가까운 나라' 일본까지 가세한다니 열 받을 수밖에요.

여기에 고노 방위상은 "중국이 동·남중국해와 중국-인도 국경, 홍콩 등 배후에서 무력 위협을 하며 일방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나라가 많다"면서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감대"라고 말해 불난 집에 선풍기를 틀었네요.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일본의 파이브 아이스 가입 가능성에 대해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 상대로 펼치는 소위 '신(新)냉전'의 선봉이 되겠다는 의미"라며 일본을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또 "중국인들은 일본의 그런 행동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보복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도 중국이지만, 우리도 우리대로 향후 일본의 식스 아이스 가입(또는 그에 준하는 활동) 을 지켜봐야 하는 속내는 마냥 편할 수만은 없습니다.

일본이 최고의 군사·정보 동맹체 핵심 멤버로 자리잡게 되면 가뜩이나 군사적 지형이 험한 동북아에서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입지가 자칫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군사협력이 한층 깊어진 미·일과 대조되면서, 대북 제재나 방위비 분담 등 현안을 둘러싼 한·미 의견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식스 아이스 구상과 관련한 뉴스는 앞으로 일본 언론에서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층 더 복잡해진 동북아 안보 방정식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준비가 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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