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050조 원 긴급 수혈…유럽 경제 다시 살아날까?

입력 2020.08.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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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세계 보건 위기이자 경제 위기이다. 유럽에서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3월 이후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며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국경이 석 달여 동안 차단됐고 사람과 물자 이동이 제한됐다. 피해는 막심했다. 유럽 주요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감소했다.

급기야 유럽연합이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7,500억 유로, 우리 돈 1,05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각 회원국에 분배할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이 회복기금이 휘청이는 유럽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까?

사상 최대 7,500억 유로(1,050조 원) 어떻게 조성하나?


경제회복기금 7,500억 유로 가운데 3,900억 유로는 나중에 상환할 필요가 없는 보조금으로 지원된다. 나머지 3,600억 유로는 저금리의 대출금이다.

유럽연합은 EU 명의의 공동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채권을 발행할 때 좋은 조건에서 이자율을 협의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회비를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민총생산(GNP)의 1.4%인 각 회원국의 회비는 2%로 오를 전망이다.

회복기금, 어느 나라에 얼마나 지원되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나라에 많은 금액이 지원된다. 각 나라별 지원금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가 총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가 받는 회복기금은 보조금과 대출금을 합해 850억 유로(120조 원)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2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일찍 비필수 사업장 영업 중단 등의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가 경제가 거의 마비되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내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규모가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외부의 긴급한 자금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713억 유로, 프랑스가 507억 유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 총액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가장 많은 지원을 받지만, 국가경제 규모를 따져볼 때 회복기금의 진정한 수혜국은 동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이라 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서 가장 많이 지원받는 국가는 크로아티아(22.4%), 불가리아(19.3%), 그리스(17.8%) 등이다. 유럽연합은 내년 1월부터 회복기금을 각국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경제회복기금, 어디에 사용되나?

경제회복기금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조성된 자금인 만큼, 타격이 큰 각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 투자와 인프라 구축, 에너지 전환 등에 사용된다.

유럽에 코로나19가 가장 번성했던 올해 2/4분기 유럽 각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아래 각국의 GDP 변화표를 보면 주요국 대부분에서 GDP가 1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즉 유로존의 올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8.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회복기금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코로나19 피해가 사상 유례없었던 만큼 회복기금도 이전에 없던 대규모로 편성됐다. 이 때문에 각 산업에 필수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져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회복기금은 정부가 설정하고 실현하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원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의 경제구조 개혁이 없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유럽경제연구 라이프니츠 센터의 하이네만 교수는 노동시장과 공공행정, 교육시스템 등의 광범위한 혁신만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복기금은 다른 한편으로 유럽연합이 모처럼 회원국 간 이견을 딛고 연대를 보여줬다는 의미도 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럽 각국은 자국 방역에 급급한 나머지 방호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피해 규모가 심각한 국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회복기금 조성 합의라는 신뢰의 효과가 돈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치주의 준수' 강조…동유럽 국가 압박

유럽연합은 회복기금 지원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존중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주의 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회원국에는 회복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권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가 진행된 폴란드, 정부의 권력 남용 비판이 제기된 헝가리 등의 동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주장이다.

해당 국가들은 이에 대해 부당한 내정 간섭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별 지원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경제회복기금 최종 합의안은 유럽연합 의회와 각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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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0 10:35:51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는 세계 보건 위기이자 경제 위기이다. 유럽에서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3월 이후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며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국경이 석 달여 동안 차단됐고 사람과 물자 이동이 제한됐다. 피해는 막심했다. 유럽 주요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감소했다.

급기야 유럽연합이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7,500억 유로, 우리 돈 1,05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각 회원국에 분배할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이 회복기금이 휘청이는 유럽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까?

사상 최대 7,500억 유로(1,050조 원) 어떻게 조성하나?


경제회복기금 7,500억 유로 가운데 3,900억 유로는 나중에 상환할 필요가 없는 보조금으로 지원된다. 나머지 3,600억 유로는 저금리의 대출금이다.

유럽연합은 EU 명의의 공동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채권을 발행할 때 좋은 조건에서 이자율을 협의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회비를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민총생산(GNP)의 1.4%인 각 회원국의 회비는 2%로 오를 전망이다.

회복기금, 어느 나라에 얼마나 지원되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나라에 많은 금액이 지원된다. 각 나라별 지원금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가 총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가 받는 회복기금은 보조금과 대출금을 합해 850억 유로(120조 원)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2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일찍 비필수 사업장 영업 중단 등의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가 경제가 거의 마비되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내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규모가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외부의 긴급한 자금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713억 유로, 프랑스가 507억 유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 총액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가장 많은 지원을 받지만, 국가경제 규모를 따져볼 때 회복기금의 진정한 수혜국은 동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이라 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서 가장 많이 지원받는 국가는 크로아티아(22.4%), 불가리아(19.3%), 그리스(17.8%) 등이다. 유럽연합은 내년 1월부터 회복기금을 각국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경제회복기금, 어디에 사용되나?

경제회복기금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조성된 자금인 만큼, 타격이 큰 각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 투자와 인프라 구축, 에너지 전환 등에 사용된다.

유럽에 코로나19가 가장 번성했던 올해 2/4분기 유럽 각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아래 각국의 GDP 변화표를 보면 주요국 대부분에서 GDP가 1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즉 유로존의 올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8.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회복기금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코로나19 피해가 사상 유례없었던 만큼 회복기금도 이전에 없던 대규모로 편성됐다. 이 때문에 각 산업에 필수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져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회복기금은 정부가 설정하고 실현하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원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의 경제구조 개혁이 없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유럽경제연구 라이프니츠 센터의 하이네만 교수는 노동시장과 공공행정, 교육시스템 등의 광범위한 혁신만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복기금은 다른 한편으로 유럽연합이 모처럼 회원국 간 이견을 딛고 연대를 보여줬다는 의미도 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럽 각국은 자국 방역에 급급한 나머지 방호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피해 규모가 심각한 국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회복기금 조성 합의라는 신뢰의 효과가 돈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치주의 준수' 강조…동유럽 국가 압박

유럽연합은 회복기금 지원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존중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주의 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회원국에는 회복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권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가 진행된 폴란드, 정부의 권력 남용 비판이 제기된 헝가리 등의 동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주장이다.

해당 국가들은 이에 대해 부당한 내정 간섭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별 지원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경제회복기금 최종 합의안은 유럽연합 의회와 각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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