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추락’ 막아낸 재난지원금…앞으론 뭐로 버티나?

입력 2020.08.20 (14:35) 수정 2020.08.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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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분기 가계소득, 4.8% 증가
 근로·사업·재산 소득 감소 재난지원금이 채워
'재난지원금 효과' 3분기엔 기대 어려워
정부, 2차 재난지원금에 반대 입장


지난 5월 찾은 서울 망원시장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온기가 돌고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상인은 "한우를 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트 상인은 "주말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한 30% 증가했다"며 "평일에는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가계의 근로·사업·재산 소득이 동시에 줄었는데, 전체 소득은 늘었다. 재난지원금이 구멍 난 가계부를 메꾼 것이다. 소비 지출 역시 재난지원금 덕분에 선방했다.

재난지원금이 소득과 소비의 급격한 추락을 막아낸 것인데, 이렇게 간신히 살아나는 모습이었던 내수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3분기에 먹구름이 잔뜩 낀 모양새다.

■2분기 가계 소득 4.8%↑…"재난지원금 영향"

통계청이 오늘(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2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그러나 근로소득은 32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5.3% 줄었고, 사업소득도 94만2천 원으로 1년 전보다 4.6% 감소했다. 재산소득은 월평균 3만4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1.7% 줄었다.

이러한 '트리플 감소'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인데, 버팀목이 된 게 재난지원금이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77만7천 원)을 포함한 이전소득(98만5천 원)은 작년 동기(54만5천 원)보다 80.8%나 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인데, 역대 최악의 소득 감소를 역대 최대의 정부 지원으로 버텨낸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든 소득분위의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 감소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분기에 재난지원금 외에도 저소득층 소비쿠폰, 특별돌봄쿠폰, 일자리쿠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등의 정책을 폈다.


■2분기 소비 지출 2.7%↑…소비성향은 감소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천 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7% 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들고 가정 활동이 늘면서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45만4천 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20.1% 증가했다. 또,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18만 원으로 21.4% 늘었다.

반면 교육 지출은 16만8천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4% 줄었다. 오락·문화 지출은 17만4천 원으로 21.0% 감소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7.7%로 작년 동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100만 원을 벌면 67만 원을 쓴다는 의미다. 2003년 이후 최저(조사방식 달랐던 2017, 2018년 제외)다.

■2분기에 다 써버린 재난지원금…다시 덮친 코로나19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재난지원금을 줬다. 금액은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이었다.

재난지원금 신청률은 지급 첫 달인 5월에 90%를 넘겼다. 소득 효과는 이때 다 반영됐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 소진율도 2분기의 끝인 6월 말에 80%를 넘은 거로 추정됐다. 지출 효과 역시 2분기에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재난지원금 없이 맞이한 3분기도 7월까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8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자료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7월에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래방과 PC방, 뷔페 등 일부 업종은 지난 18일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 서울 잠실의 한 PC방 주인은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만 임대료 등 1천500만 원에 달한다"며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매출 감소를 버텼는데 앞으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3분기는 뭐로 버티나…정부, 2차 재난지원금엔 난색

코로나19 재확산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 나타나면서, 소득과 소비는 3분기에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 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 생산, 투자 등 내수부문이 회복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다시금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피해져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오늘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제안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3차례 추경으로 59조 원을 쏟아부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오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비용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꼭 재난지원금 형태가 아니라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오히려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원이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지급 중인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이 해당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월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전 국민 지급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엔 반대하고 있지만, 3분기에 나타날 충격에 대비한 재정 정책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홍 부총리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마련하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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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추락’ 막아낸 재난지원금…앞으론 뭐로 버티나?
    • 입력 2020-08-20 14:35:14
    • 수정2020-08-20 15:54:38
    취재K
2분기 가계소득, 4.8% 증가<br /> 근로·사업·재산 소득 감소 재난지원금이 채워<br />'재난지원금 효과' 3분기엔 기대 어려워<br />정부, 2차 재난지원금에 반대 입장

지난 5월 찾은 서울 망원시장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온기가 돌고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상인은 "한우를 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트 상인은 "주말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한 30% 증가했다"며 "평일에는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가계의 근로·사업·재산 소득이 동시에 줄었는데, 전체 소득은 늘었다. 재난지원금이 구멍 난 가계부를 메꾼 것이다. 소비 지출 역시 재난지원금 덕분에 선방했다.

재난지원금이 소득과 소비의 급격한 추락을 막아낸 것인데, 이렇게 간신히 살아나는 모습이었던 내수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3분기에 먹구름이 잔뜩 낀 모양새다.

■2분기 가계 소득 4.8%↑…"재난지원금 영향"

통계청이 오늘(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2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그러나 근로소득은 32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5.3% 줄었고, 사업소득도 94만2천 원으로 1년 전보다 4.6% 감소했다. 재산소득은 월평균 3만4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1.7% 줄었다.

이러한 '트리플 감소'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인데, 버팀목이 된 게 재난지원금이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77만7천 원)을 포함한 이전소득(98만5천 원)은 작년 동기(54만5천 원)보다 80.8%나 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인데, 역대 최악의 소득 감소를 역대 최대의 정부 지원으로 버텨낸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든 소득분위의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 감소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분기에 재난지원금 외에도 저소득층 소비쿠폰, 특별돌봄쿠폰, 일자리쿠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등의 정책을 폈다.


■2분기 소비 지출 2.7%↑…소비성향은 감소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천 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7% 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들고 가정 활동이 늘면서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45만4천 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20.1% 증가했다. 또,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18만 원으로 21.4% 늘었다.

반면 교육 지출은 16만8천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4% 줄었다. 오락·문화 지출은 17만4천 원으로 21.0% 감소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7.7%로 작년 동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100만 원을 벌면 67만 원을 쓴다는 의미다. 2003년 이후 최저(조사방식 달랐던 2017, 2018년 제외)다.

■2분기에 다 써버린 재난지원금…다시 덮친 코로나19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재난지원금을 줬다. 금액은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이었다.

재난지원금 신청률은 지급 첫 달인 5월에 90%를 넘겼다. 소득 효과는 이때 다 반영됐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 소진율도 2분기의 끝인 6월 말에 80%를 넘은 거로 추정됐다. 지출 효과 역시 2분기에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재난지원금 없이 맞이한 3분기도 7월까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8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자료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7월에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래방과 PC방, 뷔페 등 일부 업종은 지난 18일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 서울 잠실의 한 PC방 주인은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만 임대료 등 1천500만 원에 달한다"며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매출 감소를 버텼는데 앞으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3분기는 뭐로 버티나…정부, 2차 재난지원금엔 난색

코로나19 재확산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 나타나면서, 소득과 소비는 3분기에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 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 생산, 투자 등 내수부문이 회복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다시금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피해져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오늘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제안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3차례 추경으로 59조 원을 쏟아부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오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비용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꼭 재난지원금 형태가 아니라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오히려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원이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지급 중인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이 해당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월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전 국민 지급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엔 반대하고 있지만, 3분기에 나타날 충격에 대비한 재정 정책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홍 부총리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마련하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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