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9천억 소송 진다면?…대한민국 법정에 서다

입력 2020.08.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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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개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합니다.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즉, 투자자-국가 간 소송인 국제투자분쟁절차입니다. 투자자 등이 투자 상대국의 조치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국제중재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해외 투자가 늘며 국제투자분쟁절차가 제기되는 사례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소송은 2012년 1건에서 2015년 2건, 2018년에는 4건까지 제기됐습니다.

■ 역대 '對 대한민국' 소송 8건…청구액 7조 3천여억 원

2012년 론스타가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은 8건입니다. 지난 7월 제기돼 손해배상 청구액이 정해지지 않은 중국 투자자 소송 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7건의 청구액은 모두 합쳐 7조 3,260억 원에 이르는데요.

3건은 이미 마무리됐습니다. 2천억 원대 청구액 규모인 아랍에미리트 부호 '만수르'의 기업 하노칼이 제기한 중재절차는 취하로 마무리됐고, 미국 투자자가 제기한 '한국 국토부의 토지 수용 결정'에 대한 36억 원대 중재절차는 우리 정부가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란 다야니그룹이 제기한 935억 원대 소송은 우리 정부가 패소했는데요. 다야니 사건의 경우, 정부 공동 대응단이 꾸려지기 전이라 법률적 조언을 해줄 법무부 없이 금융위가 단독으로 소송에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건 5건, 청구액 규모는 6조 9,321억 원입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 투자자 소송 건의 청구액도 정해지면, 진행 중인 국제투자분쟁 청구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은 청구액만 5조 5,552억 원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판정에서 진다면 우리 정부가 최대 5조 원을 론스타 측에 물어줄 수도 있습니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중재신청서를 접수하고 2013년 5월 중재판정부가 꾸려진 이래, 7년 넘게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016년 심리는 끝이 났고, 현재는 절차종료선언과 그 뒤 이어질 판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남은 국제투자분쟁절차 중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의 소송 건도 규모가 큰 편입니다. 엘리엇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손해배상 청구액만 9,140억 원에 이릅니다. 만약 엘리엇 건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한다면, 같은 주장을 하며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이 제기한 청구액 2,255억 원 규모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법무부, 필드에서 뛸 '국제분쟁대응과' 신설…"중재 실무 전담"

정부는 지난해 법무부 산하에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만들었습니다. 대응단에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포함돼 있고, 단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이 맡습니다. 이들은 한국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절차의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게 되는데요. 고위급 공무원들이 모여 정부의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하는 일종의 '머리급' 대응단인 셈입니다.

이에 더해 8월부터는 대응단 산하에 '국제분쟁대응과'도 신설됐습니다. 지난 4일 국무회의 의결로 새로 생긴 겁니다. '머리급'인 대응단 아래에, 필드에서 직접 뛸 '실무팀'을 마련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대응과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즉 전문가 인원 14명이 들어갈 예정인데요. 축구로 치면 전술·전략을 짜는 감독과 유사한 것이 대응단,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선수가 대응과라고 보면 됩니다.

대응과 구성원들은 향후 국제투자분쟁 소송전에서 실무 대응을 맡게 됩니다. 국제투자분쟁절차가 제기되면 해당 사건의 증거를 모으고 서면을 작성한 뒤, 직접 심리기일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또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을 지휘·감독하고, 때에 따라서는 외부 로펌 선임 없이 이들이 중재 대리인으로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역할이 이미 제기된 소송에만 한정된 건 아닙니다. 대응과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에 나가 직접 조언을 제공하거나, 예방 교육을 하는 데에도 참여하게 될 텐데요. 이를 통해 국제투자분쟁을 사전에 막아 소송으로 인한 국가적 비용 손실을 막아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5건의 국제투자분쟁절차(ISDS), 법무부는 앞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분쟁대응과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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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조 9천억 소송 진다면?…대한민국 법정에 서다
    • 입력 2020-08-20 16:33:46
    취재K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합니다.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즉, 투자자-국가 간 소송인 국제투자분쟁절차입니다. 투자자 등이 투자 상대국의 조치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국제중재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해외 투자가 늘며 국제투자분쟁절차가 제기되는 사례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소송은 2012년 1건에서 2015년 2건, 2018년에는 4건까지 제기됐습니다.

■ 역대 '對 대한민국' 소송 8건…청구액 7조 3천여억 원

2012년 론스타가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은 8건입니다. 지난 7월 제기돼 손해배상 청구액이 정해지지 않은 중국 투자자 소송 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7건의 청구액은 모두 합쳐 7조 3,260억 원에 이르는데요.

3건은 이미 마무리됐습니다. 2천억 원대 청구액 규모인 아랍에미리트 부호 '만수르'의 기업 하노칼이 제기한 중재절차는 취하로 마무리됐고, 미국 투자자가 제기한 '한국 국토부의 토지 수용 결정'에 대한 36억 원대 중재절차는 우리 정부가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란 다야니그룹이 제기한 935억 원대 소송은 우리 정부가 패소했는데요. 다야니 사건의 경우, 정부 공동 대응단이 꾸려지기 전이라 법률적 조언을 해줄 법무부 없이 금융위가 단독으로 소송에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건 5건, 청구액 규모는 6조 9,321억 원입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 투자자 소송 건의 청구액도 정해지면, 진행 중인 국제투자분쟁 청구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은 청구액만 5조 5,552억 원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판정에서 진다면 우리 정부가 최대 5조 원을 론스타 측에 물어줄 수도 있습니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중재신청서를 접수하고 2013년 5월 중재판정부가 꾸려진 이래, 7년 넘게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016년 심리는 끝이 났고, 현재는 절차종료선언과 그 뒤 이어질 판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남은 국제투자분쟁절차 중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의 소송 건도 규모가 큰 편입니다. 엘리엇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손해배상 청구액만 9,140억 원에 이릅니다. 만약 엘리엇 건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한다면, 같은 주장을 하며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이 제기한 청구액 2,255억 원 규모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법무부, 필드에서 뛸 '국제분쟁대응과' 신설…"중재 실무 전담"

정부는 지난해 법무부 산하에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만들었습니다. 대응단에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포함돼 있고, 단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이 맡습니다. 이들은 한국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절차의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게 되는데요. 고위급 공무원들이 모여 정부의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하는 일종의 '머리급' 대응단인 셈입니다.

이에 더해 8월부터는 대응단 산하에 '국제분쟁대응과'도 신설됐습니다. 지난 4일 국무회의 의결로 새로 생긴 겁니다. '머리급'인 대응단 아래에, 필드에서 직접 뛸 '실무팀'을 마련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대응과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즉 전문가 인원 14명이 들어갈 예정인데요. 축구로 치면 전술·전략을 짜는 감독과 유사한 것이 대응단,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선수가 대응과라고 보면 됩니다.

대응과 구성원들은 향후 국제투자분쟁 소송전에서 실무 대응을 맡게 됩니다. 국제투자분쟁절차가 제기되면 해당 사건의 증거를 모으고 서면을 작성한 뒤, 직접 심리기일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또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을 지휘·감독하고, 때에 따라서는 외부 로펌 선임 없이 이들이 중재 대리인으로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역할이 이미 제기된 소송에만 한정된 건 아닙니다. 대응과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에 나가 직접 조언을 제공하거나, 예방 교육을 하는 데에도 참여하게 될 텐데요. 이를 통해 국제투자분쟁을 사전에 막아 소송으로 인한 국가적 비용 손실을 막아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5건의 국제투자분쟁절차(ISDS), 법무부는 앞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분쟁대응과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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