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대상인데…10년 넘게 교통유발부담금 받은 구청

입력 2020.08.22 (07:01) 수정 2020.08.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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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 않아도 될 돈을 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은 참 억울합니다. 금액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죠. 김주령 씨가 KBS에 제보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로 인해 주변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어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 면제 대상 존재 알 수 없는 구청 안내문…안 내도 될 돈이었는데

김주령 씨 가족은 2007년부터 서울 관악구에서 오피스텔을 짓고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자취생을 대상으로 운영할 생각이라 '주거용 오피스텔'로 지었습니다.

그 뒤 김 씨 가족은 매년 구청으로부터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김 씨 가족의 오피스텔이 교통유발부담금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일정 규모', 즉 전체면적 1,000㎡ 이상 시설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공동 분할 소유인 경우는 소유 면적 160㎡ 이상이면 부담금 대상입니다.)


안내문엔 부담금을 내는 방법과 경감 대상의 경우 받는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절차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아예 교통유발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제 대상도 있습니다. 바로 김 씨 가족의 경우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은 교통유발부담금을 안 내도 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안내문에 없습니다.

김 씨는 의심 없이 날라온 고지서에 적힌 금액대로 성실히 구청에 부담금을 냈습니다. 매년 60만 원 정도, 13년 동안 낸 교통유발부담금은 8백만 원이 넘습니다.

■ 구청 "제대로 인지 못 하게 한 점 인정"...환급은 5년 치만 가능

김 씨는 지난해 우연히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는 관악구청에 환급을 요청했습니다. 구청의 첫 답변은 "환급할 수 없다"였습니다.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냈다는 억울함과 구청의 안일한 태도에 김 씨는 화가 났습니다. 관련 법을 찾아 민원을 넣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의 문제 제기를 살펴본 권익위는 구청에 "법률적 유권해석을 기획재정부에 받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후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구청이 낸 질의서에선, 구청 스스로 부담금 면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민원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만 지방세기본법상 전액 환급은 불가능해 구청은 환급 가능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5년 치 부담금만 돌려줬습니다.


■ 면제 대상 제대로 기재 안 한 건 다른 구도 마찬가지

관악구청 외 서울시 24개 자치구에 올해 발송할 교통유발부담금 사전 안내문을 보여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5개 구만 사전안내문을 보내줬는데 관악구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은 제외된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은 곳이 1곳 더 있었습니다. 김 씨처럼 내지 않아도 될 부담금을 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겁니다.

박찬우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본부장은 "민원인으로서는 과오납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본인이 문제를 인지한 뒤 직접 자료를 찾아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이후 겨우 환급을 받는 과정은 결국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악구청은 올해 보낼 안내문부터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안내문에 면제 대상이 존재함을 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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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제 대상인데…10년 넘게 교통유발부담금 받은 구청
    • 입력 2020-08-22 07:01:36
    • 수정2020-08-24 10:03:10
    취재K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은 참 억울합니다. 금액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죠. 김주령 씨가 KBS에 제보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로 인해 주변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어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 면제 대상 존재 알 수 없는 구청 안내문…안 내도 될 돈이었는데

김주령 씨 가족은 2007년부터 서울 관악구에서 오피스텔을 짓고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자취생을 대상으로 운영할 생각이라 '주거용 오피스텔'로 지었습니다.

그 뒤 김 씨 가족은 매년 구청으로부터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김 씨 가족의 오피스텔이 교통유발부담금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일정 규모', 즉 전체면적 1,000㎡ 이상 시설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공동 분할 소유인 경우는 소유 면적 160㎡ 이상이면 부담금 대상입니다.)


안내문엔 부담금을 내는 방법과 경감 대상의 경우 받는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절차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아예 교통유발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제 대상도 있습니다. 바로 김 씨 가족의 경우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은 교통유발부담금을 안 내도 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안내문에 없습니다.

김 씨는 의심 없이 날라온 고지서에 적힌 금액대로 성실히 구청에 부담금을 냈습니다. 매년 60만 원 정도, 13년 동안 낸 교통유발부담금은 8백만 원이 넘습니다.

■ 구청 "제대로 인지 못 하게 한 점 인정"...환급은 5년 치만 가능

김 씨는 지난해 우연히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는 관악구청에 환급을 요청했습니다. 구청의 첫 답변은 "환급할 수 없다"였습니다.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냈다는 억울함과 구청의 안일한 태도에 김 씨는 화가 났습니다. 관련 법을 찾아 민원을 넣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의 문제 제기를 살펴본 권익위는 구청에 "법률적 유권해석을 기획재정부에 받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후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구청이 낸 질의서에선, 구청 스스로 부담금 면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민원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만 지방세기본법상 전액 환급은 불가능해 구청은 환급 가능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5년 치 부담금만 돌려줬습니다.


■ 면제 대상 제대로 기재 안 한 건 다른 구도 마찬가지

관악구청 외 서울시 24개 자치구에 올해 발송할 교통유발부담금 사전 안내문을 보여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5개 구만 사전안내문을 보내줬는데 관악구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은 제외된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은 곳이 1곳 더 있었습니다. 김 씨처럼 내지 않아도 될 부담금을 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겁니다.

박찬우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본부장은 "민원인으로서는 과오납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본인이 문제를 인지한 뒤 직접 자료를 찾아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이후 겨우 환급을 받는 과정은 결국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악구청은 올해 보낼 안내문부터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안내문에 면제 대상이 존재함을 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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