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권 넘겼다? 김정은 ‘위임통치’…의미는?

입력 2020.08.22 (08:00) 수정 2020.08.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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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20일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금세 '김정은'과 '김여정'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 등에게 국정을 '위임통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실시간 속보로 쏟아졌기 때문인데, '위임통치'라는 용어가 갖는 뉘앙스 때문인지 파장은 상당히 컸습니다. '이제 북한은 어떻게 되는거냐'부터 '김정은 건강이상설'까지 갖가지 얘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위임통치'가 과연 뭐냐, 또 그런 용어를 사용한 것이 적절했느냐를 놓고도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여정 등에게 국정 '위임통치'"... 통치권 넘겼다?

국가정보원은 20일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공개 보고였던 만큼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전한 내용입니다.

대남·대미 분야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전해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대남·대미 분야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전해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보고 내용을 정리하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위임 통치는 김 제1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하면 통치권을 넘겼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권한을 일부 분산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위임통치'라는 용어가 주로 최고권력자가 정상적인 통치행위를 하지 못할 때 통치권을 넘겨 대신 통치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용어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는데요. 당초 첫번째 브리핑에서 하태경 의원은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김여정 국정 전반 위임통치' 등의 제목으로 속보가 이어졌고, 한시간 쯤 뒤 추가 브리핑에서 하 의원은 "관련 보도가 나오고 의미가 맞냐 하는 얘기가 있어서 다시한번 명확히 한다"며 "국정 전반 전권의 의미가 아니라 사안별로 김여정 등에게 위임했다는 뜻"이라고 부연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야 간사는 이와 관련해 "위임통치는 북한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고, 국정원에서 만든 용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처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로써 혼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위임통치'라는 용어 선택이 적절하고 적확했냐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상당히 민감한 용어인데다, 국정원 보고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내용적으로도 '위임통치'라는 용어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실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위임'이라는 말을 아주 특수한 비상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라며 "응급상황이나 비상상태에서 주로 쓰는 용어이고, 학술적으로도 통치가 힘들거나 불가한 상황 또는 하야 등 의도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외교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도 "위임통치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쓴 것인지 의문"이라며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군정지도부·경제정책실 신설... '위임통치' 어떻게

그럼 '위임통치'든 '권한 분산'이든 용어가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 작동한다는 걸까요. 보고 내용을 토대로 보면 기본적으로 대미·대남, 경제, 군사의 3개 분야에서 주요 간부들에게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주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중간책임자를 두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건데, 물론 김정은 유일영도체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과거 전혀 없었던 패턴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핵심적인 분야 외에는 분야별 중간책임자를 두고 성과가 좋으면 계속 맡기되 미진하면 문책·처벌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듯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통치술' 가운데 하나라는 겁니다.

다만 김여정이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낸다든가 박봉주·김덕훈 등 고위 간부가 수해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등의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볼 때 과거보다 그 권한과 책임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김정일 집권 이후 당 중심의 통치와 단위별 '자율성'을 강조해 온 흐름과도 맥이 닿아있는데요.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김정은은 당의 회의체들을 통해 국가운영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가 하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으로 각 단위에 책임과 권한을 나눠주고 자율성을 강조해 왔다"며 "위임이라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흐름에서 해 오던 것을 좀더 체계적으로, 진화된 형태로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당 군정지도부'와 '경제정책실'이 신설됐다는 부분입니다. 국정원은 "경제 분야는 당부위원장 박봉주와 내각총리 김덕훈이 투톱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년 말 신설된 경제정책실은 박봉주 총괄 하에 경제운용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군사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를 신설하여 최부일 부장이 무력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리병철이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군정지도부와 경제정책실 모두 신설 시점이나 그 명칭이 공개된 것은 처음인데요. 이관세 소장은 "당의 지침을 받아 군에 투사하는 역할을 하던 것이 총정치국인데, 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당에 군정지도부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은 또 "경제정책실은 북한이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평가하고, 내년 1월 내놓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구체적 사항들을 수립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새 조직을 만들어 집중해야 할 만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치스트레스' 언급 부적절" 비판도

국정원은 이와 같은 '위임 통치'의 배경으로는 "첫째는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졌는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고, 둘째는 정책 실패 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근본적으로는 9년간 통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1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지난 1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이 같은 국정원의 설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홍민 실장은 "스트레스라는 용어 자체가 병리학적 용어이지 정치 현상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지 않나"라며 "북한 체제와 북한의 현 상태를 불안정하게 보게 하는 부적절한 용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표현을 한 것은 대화 상대를 고려할 때 명백한 실책"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국정원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오히려 권력 장악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21일 열린 '광복 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에서 "김정은이 여러 실무 권한을 나눠줬다는 건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김정은의 권력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의미"라며 "유일영도체제는 그대로 가지만 상당히 융통성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의 안정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대화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남북간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첫 국회 정보위 보고 자리였습니다. 데뷔 무대가 언론과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용어 선택의 정확성이나 적절성을 두고 여러 비판적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인 출신 원장의 화법과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관계에 깊숙히 관여해 온 '대북통'인 만큼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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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8-22 09: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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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20일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금세 '김정은'과 '김여정'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 등에게 국정을 '위임통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실시간 속보로 쏟아졌기 때문인데, '위임통치'라는 용어가 갖는 뉘앙스 때문인지 파장은 상당히 컸습니다. '이제 북한은 어떻게 되는거냐'부터 '김정은 건강이상설'까지 갖가지 얘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위임통치'가 과연 뭐냐, 또 그런 용어를 사용한 것이 적절했느냐를 놓고도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여정 등에게 국정 '위임통치'"... 통치권 넘겼다?

국가정보원은 20일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공개 보고였던 만큼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전한 내용입니다.

대남·대미 분야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전해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보고 내용을 정리하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위임 통치는 김 제1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하면 통치권을 넘겼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권한을 일부 분산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위임통치'라는 용어가 주로 최고권력자가 정상적인 통치행위를 하지 못할 때 통치권을 넘겨 대신 통치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용어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는데요. 당초 첫번째 브리핑에서 하태경 의원은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김여정 국정 전반 위임통치' 등의 제목으로 속보가 이어졌고, 한시간 쯤 뒤 추가 브리핑에서 하 의원은 "관련 보도가 나오고 의미가 맞냐 하는 얘기가 있어서 다시한번 명확히 한다"며 "국정 전반 전권의 의미가 아니라 사안별로 김여정 등에게 위임했다는 뜻"이라고 부연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야 간사는 이와 관련해 "위임통치는 북한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고, 국정원에서 만든 용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처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로써 혼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위임통치'라는 용어 선택이 적절하고 적확했냐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상당히 민감한 용어인데다, 국정원 보고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내용적으로도 '위임통치'라는 용어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실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위임'이라는 말을 아주 특수한 비상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라며 "응급상황이나 비상상태에서 주로 쓰는 용어이고, 학술적으로도 통치가 힘들거나 불가한 상황 또는 하야 등 의도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외교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도 "위임통치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쓴 것인지 의문"이라며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군정지도부·경제정책실 신설... '위임통치' 어떻게

그럼 '위임통치'든 '권한 분산'이든 용어가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 작동한다는 걸까요. 보고 내용을 토대로 보면 기본적으로 대미·대남, 경제, 군사의 3개 분야에서 주요 간부들에게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주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중간책임자를 두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건데, 물론 김정은 유일영도체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과거 전혀 없었던 패턴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핵심적인 분야 외에는 분야별 중간책임자를 두고 성과가 좋으면 계속 맡기되 미진하면 문책·처벌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듯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통치술' 가운데 하나라는 겁니다.

다만 김여정이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낸다든가 박봉주·김덕훈 등 고위 간부가 수해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등의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볼 때 과거보다 그 권한과 책임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김정일 집권 이후 당 중심의 통치와 단위별 '자율성'을 강조해 온 흐름과도 맥이 닿아있는데요.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김정은은 당의 회의체들을 통해 국가운영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가 하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으로 각 단위에 책임과 권한을 나눠주고 자율성을 강조해 왔다"며 "위임이라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흐름에서 해 오던 것을 좀더 체계적으로, 진화된 형태로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당 군정지도부'와 '경제정책실'이 신설됐다는 부분입니다. 국정원은 "경제 분야는 당부위원장 박봉주와 내각총리 김덕훈이 투톱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년 말 신설된 경제정책실은 박봉주 총괄 하에 경제운용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군사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를 신설하여 최부일 부장이 무력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리병철이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군정지도부와 경제정책실 모두 신설 시점이나 그 명칭이 공개된 것은 처음인데요. 이관세 소장은 "당의 지침을 받아 군에 투사하는 역할을 하던 것이 총정치국인데, 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당에 군정지도부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은 또 "경제정책실은 북한이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평가하고, 내년 1월 내놓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구체적 사항들을 수립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새 조직을 만들어 집중해야 할 만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치스트레스' 언급 부적절" 비판도

국정원은 이와 같은 '위임 통치'의 배경으로는 "첫째는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졌는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고, 둘째는 정책 실패 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근본적으로는 9년간 통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1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이 같은 국정원의 설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홍민 실장은 "스트레스라는 용어 자체가 병리학적 용어이지 정치 현상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지 않나"라며 "북한 체제와 북한의 현 상태를 불안정하게 보게 하는 부적절한 용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표현을 한 것은 대화 상대를 고려할 때 명백한 실책"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국정원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오히려 권력 장악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21일 열린 '광복 75주년 기념 평화통일포럼'에서 "김정은이 여러 실무 권한을 나눠줬다는 건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김정은의 권력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의미"라며 "유일영도체제는 그대로 가지만 상당히 융통성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의 안정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대화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남북간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첫 국회 정보위 보고 자리였습니다. 데뷔 무대가 언론과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용어 선택의 정확성이나 적절성을 두고 여러 비판적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인 출신 원장의 화법과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관계에 깊숙히 관여해 온 '대북통'인 만큼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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