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에 있었다던 전광훈, 방송 출연…성북구청 “추가 조사 계획 없다”

입력 2020.08.25 (05:21) 수정 2020.08.2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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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뒤 이달 17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 관할 구청인 성북구청은 지난 21일 전 목사의 역학조사 동선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있었다던 역학조사 기간 전 씨가 다른 자치구로 외출한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 사택에 있었다던 전광훈 목사…실제로는 인터넷 방송 출연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 캡처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 캡처

전광훈 씨는 성북구 #153번으로 분류돼있습니다. 구청이 공개한 동선을 보면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는 성북 사랑제일교회 사택에 머물렀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이달 13일 전광훈 씨는 집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전 씨는 정규재 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 TV'에 출연했습니다. 이날 방송을 유튜브로 다시 찾아봤습니다. 정 씨는 직접 전 씨가 스튜디오를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목사님 우리 회사 오시면 좀 불편하세요. 저희 스튜디오가 8층인데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밖에 안 되거든요. 목사님이 평지는 걸으시는데 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굉장히 불편하세요. 그래도 여기 오셔서 참여해주십사하고 독려를 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고맙고요."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은 전 씨의 집이 있는 성북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습니다. 성북구청이 공개한 동선에는 종로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펜엔드마이크 측은 이미 지난주에 소독과 방역 조치를 끝냈다고 밝혔습니다. 펜앤드마이크 측 관계자는 "지난 13일 전광훈 목사가 생방송에 출연했고, 함께 출연한 정규재 대표도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현재 건강에 이상이 있는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성북구청 공개한 전광훈 목사 동선 믿을 수 있나?

성북구가 공개한 전 목사의 동선을 보면 사랑제일교회 교인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던 12일 이후, 전 목사는 15일 광화문 집회에만 참석했을 뿐 그 외에는 사택에만 머물렀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 목사가 13일 종로구의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에 다녀온 것이 확인된 겁니다. 구청이 공개한 동선을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KBS는 전광훈 목사가 자가격리 기간에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 목사가 강남의 병원을 찾은 날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증상자의 역학조사 기준 등을 고려하면 15일 광복절 집회 당일, 전 목사가 강남의 병원에 다녀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됩니다.

[연관기사] [단독] 전광훈, 자가격리 기간 병원 방문…간호사 2명 진단 검사

이 역시 성북구가 공개한 전 목사의 동선에는 빠져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돌연 12일~14일 전 목사 동선 삭제한 구청, "추가 역학조사 계획 없어"

이달 21일과 24일 구청이 공개한 전광훈 씨 동선이달 21일과 24일 구청이 공개한 전광훈 씨 동선

애초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전 목사의 동선을 공개했던 구청은 현재는 12일부터 14일까지의 내용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서 삭제했습니다. 무증상자의 경우 검사일로부터 2일 전까지 동선을 공개해야 하지만, 그 범위를 초과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왜 12일부터의 동선을 공개한 건지에 대해 성북구청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북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전광훈 씨의 동선은 관악구 보건소의 기초 조사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씨는 17일 관악구 양지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고 관악구 보건소에서 동선을 포함한 기본적인 역학조사를 한 뒤 그 내용을 성북구 쪽에 넘겨줬다는 겁니다.

성북구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기 때문에 유선상으로만 역학 조사를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며 "전광훈 목사가 12일에서 14일까지 사택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그런 주장에 반할 만한 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전 목사의 진술로 동선공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로 전광훈 씨에 대한 역학 조사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추가로 역학조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성북구와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과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검사 이행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며 "이미 할 조치들은 대부분 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성북구는 전광훈 씨 사택의 CCTV도 없는 상황입니다. 성북구 관계자는 "CCTV나 카드 결제 내용 등은 우선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요청해도 실제로 내역을 받기까지 일주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기지국 조회 등을 통한 동선 조사는 없었다는 게 성북구청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짓말 잘 안 해요."라면서 "기억을 못 한 부분이 있을 순 있긴 한데, 본인이 성의만 있으면 굳이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사실상 전광훈 목사의 말만 믿고 역학조사를 진행한 것이고 전 목사의 진술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생각도 없다는 겁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코로나 19 진단 검사나 역학조사를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전 목사에 대한 역학조사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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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5 05:21:25
    • 수정2020-08-25 05:21:33
    취재K
8.15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뒤 이달 17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 관할 구청인 성북구청은 지난 21일 전 목사의 역학조사 동선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있었다던 역학조사 기간 전 씨가 다른 자치구로 외출한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 사택에 있었다던 전광훈 목사…실제로는 인터넷 방송 출연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 캡처
전광훈 씨는 성북구 #153번으로 분류돼있습니다. 구청이 공개한 동선을 보면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는 성북 사랑제일교회 사택에 머물렀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이달 13일 전광훈 씨는 집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전 씨는 정규재 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 TV'에 출연했습니다. 이날 방송을 유튜브로 다시 찾아봤습니다. 정 씨는 직접 전 씨가 스튜디오를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목사님 우리 회사 오시면 좀 불편하세요. 저희 스튜디오가 8층인데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밖에 안 되거든요. 목사님이 평지는 걸으시는데 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굉장히 불편하세요. 그래도 여기 오셔서 참여해주십사하고 독려를 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고맙고요."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은 전 씨의 집이 있는 성북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습니다. 성북구청이 공개한 동선에는 종로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펜엔드마이크 측은 이미 지난주에 소독과 방역 조치를 끝냈다고 밝혔습니다. 펜앤드마이크 측 관계자는 "지난 13일 전광훈 목사가 생방송에 출연했고, 함께 출연한 정규재 대표도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현재 건강에 이상이 있는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성북구청 공개한 전광훈 목사 동선 믿을 수 있나?

성북구가 공개한 전 목사의 동선을 보면 사랑제일교회 교인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던 12일 이후, 전 목사는 15일 광화문 집회에만 참석했을 뿐 그 외에는 사택에만 머물렀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 목사가 13일 종로구의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에 다녀온 것이 확인된 겁니다. 구청이 공개한 동선을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KBS는 전광훈 목사가 자가격리 기간에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 목사가 강남의 병원을 찾은 날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증상자의 역학조사 기준 등을 고려하면 15일 광복절 집회 당일, 전 목사가 강남의 병원에 다녀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됩니다.

[연관기사] [단독] 전광훈, 자가격리 기간 병원 방문…간호사 2명 진단 검사

이 역시 성북구가 공개한 전 목사의 동선에는 빠져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돌연 12일~14일 전 목사 동선 삭제한 구청, "추가 역학조사 계획 없어"

이달 21일과 24일 구청이 공개한 전광훈 씨 동선
애초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전 목사의 동선을 공개했던 구청은 현재는 12일부터 14일까지의 내용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서 삭제했습니다. 무증상자의 경우 검사일로부터 2일 전까지 동선을 공개해야 하지만, 그 범위를 초과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왜 12일부터의 동선을 공개한 건지에 대해 성북구청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북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전광훈 씨의 동선은 관악구 보건소의 기초 조사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씨는 17일 관악구 양지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고 관악구 보건소에서 동선을 포함한 기본적인 역학조사를 한 뒤 그 내용을 성북구 쪽에 넘겨줬다는 겁니다.

성북구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기 때문에 유선상으로만 역학 조사를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며 "전광훈 목사가 12일에서 14일까지 사택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그런 주장에 반할 만한 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전 목사의 진술로 동선공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로 전광훈 씨에 대한 역학 조사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추가로 역학조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성북구와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과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검사 이행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며 "이미 할 조치들은 대부분 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성북구는 전광훈 씨 사택의 CCTV도 없는 상황입니다. 성북구 관계자는 "CCTV나 카드 결제 내용 등은 우선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요청해도 실제로 내역을 받기까지 일주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기지국 조회 등을 통한 동선 조사는 없었다는 게 성북구청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짓말 잘 안 해요."라면서 "기억을 못 한 부분이 있을 순 있긴 한데, 본인이 성의만 있으면 굳이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사실상 전광훈 목사의 말만 믿고 역학조사를 진행한 것이고 전 목사의 진술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생각도 없다는 겁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코로나 19 진단 검사나 역학조사를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전 목사에 대한 역학조사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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