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분담” vs “동맹 갈취”…방위비 협상 앞날은?

입력 2020.08.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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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링 위에 오릅니다. 신경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주먹'을 주고받을 차례입니다. 4년마다 한 번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을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각각 후보로 지명됐고 수락 연설이 남았습니다.

주자가 정해진 만큼 이번 대선에 들고 나설 공약들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겨냥할 '주먹'들입니다. 공약 가운데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지금껏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방위비 협상' 문제입니다.

트럼프 캠프가 23일 홈페이지에 ‘당신을 위한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2기의 주요 의제들을 공개했다.트럼프 캠프가 23일 홈페이지에 ‘당신을 위한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2기의 주요 의제들을 공개했다.

■ 트럼프 캠프 "공정한 분담금 내도록 할 것"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2ND TERM AGENDA'라는 이름으로 공개됐습니다. 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 정도로 해석되는 데 구체적인 내용은 서술돼 있지 않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압축해 나열됐습니다. 일자리, 코로나19, 교육 등 미국 내부 문제들이 앞부분을 차지했고, 한미 관계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은 가장 마지막 '미국 우선의 외교 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이라는 분류 밑에 게시됐습니다.

트럼프 캠프는 "동맹들이 공정한 분담금을 내도록 하겠다(Get Allies to Pay their Fair Share)"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공정하다'는 것은 철저히 현재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단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과 50%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의 견해차로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분담금을 더욱 증액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캠프는 또 "끝없는 전쟁을 멈추고 군대를 집으로 귀환시키겠다(Stop Endless Wars and Bring Our Troops Home)"고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중동 등 분쟁 지역에 배치된 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시키겠다는 뜻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방위비 협상 문제와 연관 지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수시로 언급돼온 만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바이든 캠프의 공약과 다름없는 올해 민주당의 정강·정책(2020 Party Platform)은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바이든 캠프의 공약과 다름없는 올해 민주당의 정강·정책(2020 Party Platform)은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

■ 바이든 캠프 "트럼프는 동맹 갈취...유대 더욱 강화할 것"

바이든 캠프의 공약은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정강·정책(2020 Party Platform)에 나타나 있습니다. 방위비 협상 문제는 동맹 재창조(Reinventing Alliances)라는 단락에 소개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들이 꿈꿔온 방법들로 우리 동맹들을 약화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핵위기의 한가운데에서 분담금을 급격히 늘리기 위해 남한의 동맹들을 갈취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동맹들이 방어 능력을 구축하고 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공정한 분담(fair share)에 이바지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캠프와 마찬가지로 '공정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민주당은 "우리는 결코 폭력단의 갈취(protection racket)처럼 동맹들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또 동맹들을 깎아내리고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유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그 대상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을 둘러싼 한반도 주요 현안들은 미국 대선 앞에 모두 멈춰서 있습니다. 비핵화의 수레바퀴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미국이 방위비 50% 인상을 계속 고집할지,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과연 시작될지…. 하나같이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의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11월 3일 뽑힐 새로운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될지에 따라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미국 선거판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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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한 분담” vs “동맹 갈취”…방위비 협상 앞날은?
    • 입력 2020-08-25 11:56:04
    취재K
이제 링 위에 오릅니다. 신경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주먹'을 주고받을 차례입니다. 4년마다 한 번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을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각각 후보로 지명됐고 수락 연설이 남았습니다.

주자가 정해진 만큼 이번 대선에 들고 나설 공약들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겨냥할 '주먹'들입니다. 공약 가운데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지금껏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방위비 협상' 문제입니다.

트럼프 캠프가 23일 홈페이지에 ‘당신을 위한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2기의 주요 의제들을 공개했다.
■ 트럼프 캠프 "공정한 분담금 내도록 할 것"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2ND TERM AGENDA'라는 이름으로 공개됐습니다. 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 정도로 해석되는 데 구체적인 내용은 서술돼 있지 않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압축해 나열됐습니다. 일자리, 코로나19, 교육 등 미국 내부 문제들이 앞부분을 차지했고, 한미 관계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은 가장 마지막 '미국 우선의 외교 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이라는 분류 밑에 게시됐습니다.

트럼프 캠프는 "동맹들이 공정한 분담금을 내도록 하겠다(Get Allies to Pay their Fair Share)"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공정하다'는 것은 철저히 현재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단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과 50%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의 견해차로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분담금을 더욱 증액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캠프는 또 "끝없는 전쟁을 멈추고 군대를 집으로 귀환시키겠다(Stop Endless Wars and Bring Our Troops Home)"고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중동 등 분쟁 지역에 배치된 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시키겠다는 뜻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방위비 협상 문제와 연관 지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수시로 언급돼온 만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바이든 캠프의 공약과 다름없는 올해 민주당의 정강·정책(2020 Party Platform)은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
■ 바이든 캠프 "트럼프는 동맹 갈취...유대 더욱 강화할 것"

바이든 캠프의 공약은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정강·정책(2020 Party Platform)에 나타나 있습니다. 방위비 협상 문제는 동맹 재창조(Reinventing Alliances)라는 단락에 소개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들이 꿈꿔온 방법들로 우리 동맹들을 약화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핵위기의 한가운데에서 분담금을 급격히 늘리기 위해 남한의 동맹들을 갈취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동맹들이 방어 능력을 구축하고 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공정한 분담(fair share)에 이바지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캠프와 마찬가지로 '공정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민주당은 "우리는 결코 폭력단의 갈취(protection racket)처럼 동맹들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또 동맹들을 깎아내리고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유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그 대상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을 둘러싼 한반도 주요 현안들은 미국 대선 앞에 모두 멈춰서 있습니다. 비핵화의 수레바퀴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미국이 방위비 50% 인상을 계속 고집할지,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과연 시작될지…. 하나같이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의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11월 3일 뽑힐 새로운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될지에 따라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미국 선거판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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