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틱톡 때리기 ‘설계자’는 저커버그?

입력 2020.08.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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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틱톡' 매각 시한(9월 15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관련 기사] “저커버그, 트럼프·의회에 ‘틱톡 제재’ 필요성 몰래 전달")

지난달부터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제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 SNS 황제 저커버그에게 틱톡은 눈엣가시?

틱톡은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사실상 유일한 업체입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억 회. 일일 이용자 수는 무려 8억 명에 달합니다.

현재 틱톡의 추산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로, 페이스북(시가총액 7,730억 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무서운 건 성장 속도입니다. 틱톡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제치고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습니다. 틱톡의 주 사용층이 10·20대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SNS 황제' 저커버그로서는 틱톡이 신경 쓰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커버그 입장에서 분통이 터지는 건 틱톡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을 먹어치우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혔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2009년 이후 중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저커버그가 중국에서 중국어로 강연하고,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조깅까지 했지만, 금지는 풀리지 않고 있죠.

그런데, 중국 앱 틱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자신들(페이스북)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저커버그로서는 울분이 터질 만도 합니다.

■ 저커버그가 꺼내 든 트럼프 맞춤 전략은 '위대한 미국'?

틱톡을 노려보던 저커버그가 꺼내 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말하는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 즉 애국심 전략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백악관 비공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보다 틱톡 같은 플랫폼들에 무너질 수 있는 미국 인터넷 산업을 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당시 페이스북은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IT 4대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커버그는 '지금은 우리 같은 미국 기업을 제재할 때가 아니라, 틱톡을 제재할 때'라고 말한 셈입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미국 의회가 개최한 반독점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며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 vs 틱톡'을 기업 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vs 중국'으로 몰고 간 겁니다.

미국 의회 온라인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미국 의회 온라인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저커버그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틱톡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사용 금지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 시장은 페이스북에게?..주가 30% 넘게 올라

한편 저커버그는 정치권에 틱톡 제재를 요청하며, 다른 한편으론 틱톡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 정식 출시한 인스타그램 '릴스'가 그것입니다. 릴스는 틱톡과 같은 숏폼 공유 서비스로, 틱톡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틱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금지 행정명령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 사업부문 매각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인데 오라클 등 다른 업체도 인수를 저울질 중입니다.

사연이야 어떻든 시장에선 현재 페이스북과 틱톡을 둘러싼 상황을 페이스북에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오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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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틱톡 때리기 ‘설계자’는 저커버그?
    • 입력 2020-08-25 14:10:10
    취재K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틱톡' 매각 시한(9월 15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관련 기사] “저커버그, 트럼프·의회에 ‘틱톡 제재’ 필요성 몰래 전달")

지난달부터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제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 SNS 황제 저커버그에게 틱톡은 눈엣가시?

틱톡은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사실상 유일한 업체입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억 회. 일일 이용자 수는 무려 8억 명에 달합니다.

현재 틱톡의 추산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로, 페이스북(시가총액 7,730억 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무서운 건 성장 속도입니다. 틱톡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제치고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습니다. 틱톡의 주 사용층이 10·20대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SNS 황제' 저커버그로서는 틱톡이 신경 쓰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커버그 입장에서 분통이 터지는 건 틱톡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을 먹어치우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혔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2009년 이후 중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저커버그가 중국에서 중국어로 강연하고,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조깅까지 했지만, 금지는 풀리지 않고 있죠.

그런데, 중국 앱 틱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자신들(페이스북)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저커버그로서는 울분이 터질 만도 합니다.

■ 저커버그가 꺼내 든 트럼프 맞춤 전략은 '위대한 미국'?

틱톡을 노려보던 저커버그가 꺼내 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말하는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 즉 애국심 전략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백악관 비공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보다 틱톡 같은 플랫폼들에 무너질 수 있는 미국 인터넷 산업을 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당시 페이스북은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IT 4대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커버그는 '지금은 우리 같은 미국 기업을 제재할 때가 아니라, 틱톡을 제재할 때'라고 말한 셈입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미국 의회가 개최한 반독점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며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 vs 틱톡'을 기업 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vs 중국'으로 몰고 간 겁니다.

미국 의회 온라인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저커버그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틱톡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사용 금지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 시장은 페이스북에게?..주가 30% 넘게 올라

한편 저커버그는 정치권에 틱톡 제재를 요청하며, 다른 한편으론 틱톡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 정식 출시한 인스타그램 '릴스'가 그것입니다. 릴스는 틱톡과 같은 숏폼 공유 서비스로, 틱톡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틱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금지 행정명령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 사업부문 매각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인데 오라클 등 다른 업체도 인수를 저울질 중입니다.

사연이야 어떻든 시장에선 현재 페이스북과 틱톡을 둘러싼 상황을 페이스북에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오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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