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외교관’ 국내엔 사과하지만 뉴질랜드엔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0.08.25 (17: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7년 뉴질랜드 현지 근무 당시 동성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늘(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에게 거듭 사과했습니다.

강 장관은 어제 청와대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사과했는데, 오늘 또 사과를 한 겁니다. 특히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언급돼 대통령이 불편하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는 사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 국민과 대통령에게는 사과하지만, 뉴질랜드에는 사과 못 한다는 이유, 무엇일까요?


■ 강경화 장관 "'외교관 성추행' 관련 대통령·국민께 사과"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 간 통화에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외교관 성추행 의혹이 거론된 데 대해 "경위가 어쨌든,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며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외교관의 직원 성추행 의혹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강 장관은 해당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외교에 큰 부담이었고, 국민에 심려 끼쳤다"고 사과했습니다.


■ "뉴질랜드에도 사과하라"는 요구에 "그건 못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오늘 오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강 장관에게 뉴질랜드 국민에게도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면서 뉴질랜드 국민이 이 사태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강 장관은 그건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 장관은 평소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오늘은 목소리를 높여 뉴질랜드에는 사과를 못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강 장관은 먼저 "피해자가 했다는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신빙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말을 모두 진실로 받아들일 순 없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비슷한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바뀌고 있고, 태도에 일관성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외부 민간인이 포함된 징계위에서 감봉 1개월이 결정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강 장관은 "우리 국민께 사과드리는 건, 어쨌든 국민을 불편하게 해드렸기 때문이지만, 상대국에 사과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강 장관은 "국격과 주권 지켜야 한다"며 "상대국에게 사과하는 건 쉽사리 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 책임"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강 장관은 이 문제를 외교부 간 비공개로 처리해왔는데, 뉴질랜드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고, 이후 정상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외교 관계에서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강 장관은 "양국 관계의 외교의 틀이 있는데,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뉴질랜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이 자리에서 사과는 못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또 "외교 관계에 기본 틀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상 간 통화에서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의 책임이 크다"고도 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의 '책임'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성추행' 여부를 떠나 뉴질랜드의 외교 행태에 불만이 쌓여있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강 장관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외교 결례와는 별개로, 이번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사전에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점, 동성 간 성추행이라는 이유로 안이하게 대응한 점은 여전히 외교부의 문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를)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건 국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성추행 외교관’ 국내엔 사과하지만 뉴질랜드엔 못하는 이유는?
    • 입력 2020-08-25 17:03:17
    취재K
2017년 뉴질랜드 현지 근무 당시 동성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늘(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에게 거듭 사과했습니다.

강 장관은 어제 청와대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사과했는데, 오늘 또 사과를 한 겁니다. 특히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언급돼 대통령이 불편하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는 사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 국민과 대통령에게는 사과하지만, 뉴질랜드에는 사과 못 한다는 이유, 무엇일까요?


■ 강경화 장관 "'외교관 성추행' 관련 대통령·국민께 사과"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 간 통화에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외교관 성추행 의혹이 거론된 데 대해 "경위가 어쨌든,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며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외교관의 직원 성추행 의혹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강 장관은 해당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외교에 큰 부담이었고, 국민에 심려 끼쳤다"고 사과했습니다.


■ "뉴질랜드에도 사과하라"는 요구에 "그건 못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오늘 오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강 장관에게 뉴질랜드 국민에게도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면서 뉴질랜드 국민이 이 사태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강 장관은 그건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 장관은 평소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오늘은 목소리를 높여 뉴질랜드에는 사과를 못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강 장관은 먼저 "피해자가 했다는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신빙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말을 모두 진실로 받아들일 순 없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비슷한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바뀌고 있고, 태도에 일관성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외부 민간인이 포함된 징계위에서 감봉 1개월이 결정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강 장관은 "우리 국민께 사과드리는 건, 어쨌든 국민을 불편하게 해드렸기 때문이지만, 상대국에 사과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강 장관은 "국격과 주권 지켜야 한다"며 "상대국에게 사과하는 건 쉽사리 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 책임"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에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강 장관은 이 문제를 외교부 간 비공개로 처리해왔는데, 뉴질랜드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고, 이후 정상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외교 관계에서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강 장관은 "양국 관계의 외교의 틀이 있는데,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뉴질랜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이 자리에서 사과는 못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또 "외교 관계에 기본 틀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상 간 통화에서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의 책임이 크다"고도 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의 '책임'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성추행' 여부를 떠나 뉴질랜드의 외교 행태에 불만이 쌓여있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강 장관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외교 결례와는 별개로, 이번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사전에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점, 동성 간 성추행이라는 이유로 안이하게 대응한 점은 여전히 외교부의 문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를)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건 국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