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자연과 함께”…코로나가 바꾸는 집과 도시

입력 2020.08.25 (18:08) 수정 2020.08.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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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8월25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
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0.08.25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 한때 유행하던 말이 이제는 현실입니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장 내가 사는 집,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는데요. 오늘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포스트 코로나, 미래의 주거 환경을 구상하고 계신 분이죠,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평소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나다 해서 '셜록 현준' 이런 별명도 갖고 계신데. 건축가 입장에서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시던가요?

[답변]
저는 건축적으로 봤을 때는 과거에 쭉 사람들이 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 많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권력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 못하게 되면 권력들이 와해될 거고 전통의 권력 구조들이 해체되는 현상들이 생겨날 겁니다. 그걸 통해서 권력도 재구성될 거고 그거에 따라서 공간도 재구성되는 일들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약간 추상적으로 들리네요. 권력이라고 하면 학교, 회사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답변]
그렇죠. 종교단체 모임도 마찬가지고요. 모여서 한 방향을 바라봤을 때 앞에 앉아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얻게 되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면 그런 일들이 생겨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여러 가지 재구성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간이 권력을 만든다는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지금 교수님하고 저 사이에도 이런 가림막이 쳐졌지만 비대면 활동이 확대가 되면서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직장의 역할도 하고 학교의 역할도 하고 그야말로 열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향후 집의 구조나 설계가 바뀔 거라고 보시나요?

[답변]
네, 일단 1인당 필요한 면적은 좀 커지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보통 낮시간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가게 되고 어른들은 회사에 갔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다 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집에서 보내는 시간적으로 봤을 때는 150%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집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그만큼 뛰어넘었다는 거죠. 사실 더 집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죠.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동시에 생각해야 되는 거는 저희가 4인 가족에서 지금은 1~2인 가구가 더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적인 집의 사이즈는 줄되 1인당 사용하는 면적을 늘어나는 쪽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다시 말해서 밖에서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보니까 정원, 마당이 있는 집이 또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답변]
그렇죠. 코로나 시대일수록 사실은 사적인 외부 공간들을 가진 주거가 환영을 받는 그런 세대. 쉽게 말해서 발코니 같은 것들이 있는. 발코니도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좁고 긴 발코니가 아니고 폭도 넓어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놓을 수도 있고 나무를 심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앵커]
실례를 보면 이런 거잖아요. 교수님께서 직접 설계를 하신 도면이라고 들었는데 간단히 소개를 해 주시면요?

[답변]
일단 테라스가 있지만 그게 1.5M의 테라스가 아니고 3M 정도의 폭을 갖기 때문에 거기서 4명의 4인 가족도 둥그렇게 앉을 수 있고요. 나무를 심는데 큰 화분에다 나무를 심는 게 아니고 토심이 밑으로 들어가 있어서 나무를 마치 땅에 심은 것처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거죠. 비도 맞을 수 있고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런 식의 발코니죠.

[앵커]
저런 집이 실제로 지어집니까?

[답변]
밀라노에 지금 현재 지어진 것이 있고요. 밀라노에 있는 아파트를 보시면 화분이 뭐 9천 개 이렇게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저렇게요, 수직으로.

[답변]
네, 저런 식의 것들이 집합 주거 속으로 자연을 다시 갖고 오는 그런 현상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서서 더 적극적으로 저런 걸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앵커]
교수님 말씀대로 주거면적도 넓어져야 되고 테라스도 만들려면 돈이 들 거 같아요. 이거 부자 아니면 힘든 일 아닌가요?

[답변]
네, 현재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토부에서 발코니의 법이라든지 아니면 건폐율, 용적률 같은 건축 법규를 바꿔서 저런 것들을 쉽게 리모델링 할 수 있게끔 촉진하는 쪽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딱 전공 분야는 아닌 거 같은데 코로나19가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줄 거로 보시나요?

[답변]
아무래도 영향을 주겠죠. 그런데 사실 부동산 가격이라고 하는 거는 통화량이라든지 부동산 정책 등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관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앵커]
집 밖으로 시야를 넓혀볼게요. 지금 같이 고밀화된 도시에서는 오히려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될까요?

[답변]
제가 볼 때는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별로 그럴 거 같지 않고요. 왜냐하면 우리가 보통 아무리 화상통화가 잘 돼도, 문자가 잘 왔다 갔다 하더라도 연애할 때 손잡는 데이트를 포기하지 않잖아요.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소통하는 것이 있고 오프라인으로 소통해야 되는 것이 있다면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두 가지 기회를 다 잡으려고 할 겁니다. 그게 경제적일 때 더 그럴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밀도가 낮은 교외로 나갔을 때보다 밀도가 높은 도심으로 왔을 때 경제적인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회가 더 많죠. 이성 교제에 대한 가능성도 많고 그래서 더욱더 도심으로 모이는 것들은 없어지지 않을 거 같고요. 그런 것들은 사실 5천 명 인류 문명의 역사를 보면 증명된 사실입니다. 계속해서 5천 년 전에도 전염병이 있었고 꾸준히 전염병은 있어 왔는데 도시의 규모는 점점 커져 왔고 사람들은 도시로 인구가 이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거든요. 그런 커다란 추세들은 웬만해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흩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시 모여들고 그럴 때 모이기에 적합하면서 전염병에 강한 도시공간 구조를 만드는 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도시설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될까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인데 어떻게 적용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
일단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있는 식으로 공간구조를 바꿔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원이요?

[답변]
네,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면적이 많을수록, 예를 들어서 공원과 접한 주거환경이 훨씬 좋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신도시에다 만약에 우리가 새롭게 도시를 구상한다면 정방향인 모양의 공원보다는 가로로 긴 선형의 공간이 훨씬 유리합니다. 왜냐면 1:1의 정방향일 때의 비례에 접하는 변의 길이가 1:10으로 바꿨을 때는 공원과 접하고 있는 변의 길이가 5배가 늘어나거든요. 그 얘기는 가로로 길게 만들수록 공원을 가깝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공간구조를 새롭게 재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간의 재발견 그리고 재배치 말씀하셨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코로나19 이후에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물류가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도시의 인프라가 이거 앞으로도 감당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
저는 이번 기회에 사실 계속해서 물류는 늘어날 테니까 그거를 지하에 터널을 뚫어서 자율 주행 전용 로봇들만 다니는 그런 물류 시스템을 마치 우리 20세기 도시를 만들 때 지하 하수도를 만들 듯이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런 걸 만들어놨을 때 우리가 새로운 자율 주행 로봇 산업도 만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지상의 물류를 많이 없앰으로 인해서 교통량이 줄겠죠. 그러면 차선 숫자를 줄이고 줄어든 차선만큼 우리가 선형의 공원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집 그리고 도시를 선택할 때 관점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기준이 좋을까요?

[답변]
저는 그거는 이제는 우리나라 정도 되면 개개인이 알아서 다양하게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어느 하나의 방향보다 우리 이게 정답이니까 이쪽으로 가십시오 하는 것보다는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들은 맨날 나는 자연인이다 보시면서 자연 속에 살고 싶어 하시는 분도 있을 거고, 저 같은 사람들은 계속 도시에 살고 싶어하고 극장 근처나 카페 옆에 있는 데서 살고 싶어 하거든요. 다양한 도시 형태 다양한 주거환경 이런 것들을 다양성이 늘어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보통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비대면으로 전환된 시대에서 미래 도시의 모습은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어떻게 예상하세요?

[답변]
저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고 유토피아도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가 비대면이 늘어나고 언택트 소비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SNS를 통해서 많은 소통들을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사실 끼리끼리만 더 모이는 세상이 될 거고 갈등이 더 심해지는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럴 때 우리가 선제적으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여러 공간들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공원도 가깝게 만들고 벤치도 하나 만들고 함으로 인해서 전염병에 강하면서도 소셜 믹스가 더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도시공간 구조를 만든다면 저는 오히려 더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앵커]
위드 코로나 나아가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모습, 유현준 교수님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다음에는 가림막 없이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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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5 18:17:58
    • 수정2020-08-25 18: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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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 :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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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 한때 유행하던 말이 이제는 현실입니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장 내가 사는 집,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는데요. 오늘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포스트 코로나, 미래의 주거 환경을 구상하고 계신 분이죠,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평소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나다 해서 '셜록 현준' 이런 별명도 갖고 계신데. 건축가 입장에서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시던가요?

[답변]
저는 건축적으로 봤을 때는 과거에 쭉 사람들이 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 많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권력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 못하게 되면 권력들이 와해될 거고 전통의 권력 구조들이 해체되는 현상들이 생겨날 겁니다. 그걸 통해서 권력도 재구성될 거고 그거에 따라서 공간도 재구성되는 일들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약간 추상적으로 들리네요. 권력이라고 하면 학교, 회사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답변]
그렇죠. 종교단체 모임도 마찬가지고요. 모여서 한 방향을 바라봤을 때 앞에 앉아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얻게 되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면 그런 일들이 생겨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여러 가지 재구성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간이 권력을 만든다는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지금 교수님하고 저 사이에도 이런 가림막이 쳐졌지만 비대면 활동이 확대가 되면서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직장의 역할도 하고 학교의 역할도 하고 그야말로 열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향후 집의 구조나 설계가 바뀔 거라고 보시나요?

[답변]
네, 일단 1인당 필요한 면적은 좀 커지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보통 낮시간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가게 되고 어른들은 회사에 갔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다 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집에서 보내는 시간적으로 봤을 때는 150%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집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그만큼 뛰어넘었다는 거죠. 사실 더 집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죠.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동시에 생각해야 되는 거는 저희가 4인 가족에서 지금은 1~2인 가구가 더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적인 집의 사이즈는 줄되 1인당 사용하는 면적을 늘어나는 쪽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다시 말해서 밖에서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보니까 정원, 마당이 있는 집이 또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답변]
그렇죠. 코로나 시대일수록 사실은 사적인 외부 공간들을 가진 주거가 환영을 받는 그런 세대. 쉽게 말해서 발코니 같은 것들이 있는. 발코니도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좁고 긴 발코니가 아니고 폭도 넓어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놓을 수도 있고 나무를 심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앵커]
실례를 보면 이런 거잖아요. 교수님께서 직접 설계를 하신 도면이라고 들었는데 간단히 소개를 해 주시면요?

[답변]
일단 테라스가 있지만 그게 1.5M의 테라스가 아니고 3M 정도의 폭을 갖기 때문에 거기서 4명의 4인 가족도 둥그렇게 앉을 수 있고요. 나무를 심는데 큰 화분에다 나무를 심는 게 아니고 토심이 밑으로 들어가 있어서 나무를 마치 땅에 심은 것처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거죠. 비도 맞을 수 있고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런 식의 발코니죠.

[앵커]
저런 집이 실제로 지어집니까?

[답변]
밀라노에 지금 현재 지어진 것이 있고요. 밀라노에 있는 아파트를 보시면 화분이 뭐 9천 개 이렇게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저렇게요, 수직으로.

[답변]
네, 저런 식의 것들이 집합 주거 속으로 자연을 다시 갖고 오는 그런 현상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서서 더 적극적으로 저런 걸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앵커]
교수님 말씀대로 주거면적도 넓어져야 되고 테라스도 만들려면 돈이 들 거 같아요. 이거 부자 아니면 힘든 일 아닌가요?

[답변]
네, 현재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토부에서 발코니의 법이라든지 아니면 건폐율, 용적률 같은 건축 법규를 바꿔서 저런 것들을 쉽게 리모델링 할 수 있게끔 촉진하는 쪽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딱 전공 분야는 아닌 거 같은데 코로나19가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줄 거로 보시나요?

[답변]
아무래도 영향을 주겠죠. 그런데 사실 부동산 가격이라고 하는 거는 통화량이라든지 부동산 정책 등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관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앵커]
집 밖으로 시야를 넓혀볼게요. 지금 같이 고밀화된 도시에서는 오히려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될까요?

[답변]
제가 볼 때는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별로 그럴 거 같지 않고요. 왜냐하면 우리가 보통 아무리 화상통화가 잘 돼도, 문자가 잘 왔다 갔다 하더라도 연애할 때 손잡는 데이트를 포기하지 않잖아요.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소통하는 것이 있고 오프라인으로 소통해야 되는 것이 있다면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두 가지 기회를 다 잡으려고 할 겁니다. 그게 경제적일 때 더 그럴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밀도가 낮은 교외로 나갔을 때보다 밀도가 높은 도심으로 왔을 때 경제적인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회가 더 많죠. 이성 교제에 대한 가능성도 많고 그래서 더욱더 도심으로 모이는 것들은 없어지지 않을 거 같고요. 그런 것들은 사실 5천 명 인류 문명의 역사를 보면 증명된 사실입니다. 계속해서 5천 년 전에도 전염병이 있었고 꾸준히 전염병은 있어 왔는데 도시의 규모는 점점 커져 왔고 사람들은 도시로 인구가 이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거든요. 그런 커다란 추세들은 웬만해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흩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시 모여들고 그럴 때 모이기에 적합하면서 전염병에 강한 도시공간 구조를 만드는 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도시설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될까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인데 어떻게 적용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
일단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있는 식으로 공간구조를 바꿔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원이요?

[답변]
네,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면적이 많을수록, 예를 들어서 공원과 접한 주거환경이 훨씬 좋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신도시에다 만약에 우리가 새롭게 도시를 구상한다면 정방향인 모양의 공원보다는 가로로 긴 선형의 공간이 훨씬 유리합니다. 왜냐면 1:1의 정방향일 때의 비례에 접하는 변의 길이가 1:10으로 바꿨을 때는 공원과 접하고 있는 변의 길이가 5배가 늘어나거든요. 그 얘기는 가로로 길게 만들수록 공원을 가깝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공간구조를 새롭게 재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간의 재발견 그리고 재배치 말씀하셨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코로나19 이후에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물류가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도시의 인프라가 이거 앞으로도 감당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
저는 이번 기회에 사실 계속해서 물류는 늘어날 테니까 그거를 지하에 터널을 뚫어서 자율 주행 전용 로봇들만 다니는 그런 물류 시스템을 마치 우리 20세기 도시를 만들 때 지하 하수도를 만들 듯이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런 걸 만들어놨을 때 우리가 새로운 자율 주행 로봇 산업도 만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지상의 물류를 많이 없앰으로 인해서 교통량이 줄겠죠. 그러면 차선 숫자를 줄이고 줄어든 차선만큼 우리가 선형의 공원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집 그리고 도시를 선택할 때 관점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기준이 좋을까요?

[답변]
저는 그거는 이제는 우리나라 정도 되면 개개인이 알아서 다양하게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어느 하나의 방향보다 우리 이게 정답이니까 이쪽으로 가십시오 하는 것보다는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들은 맨날 나는 자연인이다 보시면서 자연 속에 살고 싶어 하시는 분도 있을 거고, 저 같은 사람들은 계속 도시에 살고 싶어하고 극장 근처나 카페 옆에 있는 데서 살고 싶어 하거든요. 다양한 도시 형태 다양한 주거환경 이런 것들을 다양성이 늘어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보통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비대면으로 전환된 시대에서 미래 도시의 모습은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어떻게 예상하세요?

[답변]
저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고 유토피아도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가 비대면이 늘어나고 언택트 소비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SNS를 통해서 많은 소통들을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사실 끼리끼리만 더 모이는 세상이 될 거고 갈등이 더 심해지는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럴 때 우리가 선제적으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여러 공간들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공원도 가깝게 만들고 벤치도 하나 만들고 함으로 인해서 전염병에 강하면서도 소셜 믹스가 더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도시공간 구조를 만든다면 저는 오히려 더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앵커]
위드 코로나 나아가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모습, 유현준 교수님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다음에는 가림막 없이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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