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넘어간 지소미아…압박 카드 유효할까?

입력 2020.08.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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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일 간 극심한 갈등 속에 파기 위기까지 갔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이 사실상 유지됐습니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2016년 11월 23일 양국 간에 체결됐는데, 1년 자동 연장 통보 시한인 '90일 전'이 바로 24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소미아 '유지 아닌 유지'로…

지난해 8월 일본 정부는 '안보상 신뢰 관계가 손상됐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우리 정부는 같은 달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내리면서 맞불을 놓았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으로 불신'한다는데 군사정보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냐는 반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일본이었지만, 미국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습니다. 청와대 발표 수 시간만에 2차례에 걸쳐 "한국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미국 국방부 논평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양국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필수요소라는 미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한일간, 한미간 갑론을박이 오간 끝에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둔 지난해 11월 22일 저녁 청와대는 다시 '지소미아 일단 유지'를 발표했습니다.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와 함께요.

숨통은 틔였지만 다시 문제의 '8월 24일'이 다가오자 관심은 또 한번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한일 양국 정부는 조용했습니다. 지소미아는 그렇게 '유지 아닌 유지'로 넘어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 설명한 입장 그대로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2016년 11월 23일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서명하고 있다. 2016년 11월 23일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서명하고 있다.

■日 정부 일단 '안도'…"文 정부, 내정에 바빠서?"

지소미아가 사실상 유지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오늘(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생각하면 한·미·일 3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3개국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전날 "지소미아는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ㆍ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평화ㆍ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8월 25일)자 일본 언론은 배경에 주목했는데,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문재인 정부가) 내정에 대응하느라 바빠서 일본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데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느라 일본 관련 사안이 뒤로 밀려났다는 해석입니다.

지지통신은 '지소미아 파기 통보 기한에 한국 움직임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유지를 요구했고, 한국도 이를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

■'대일 압박 카드' 유효할까?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압박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있고,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자산 압류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보복에 대응할 카드로서 살려 놓겠다는 겁니다.

8월 24일이 지났다고 지소미아가 자동 연장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종료해야겠다고 판단하면 협정은 종료될 수 있다는 겁니다.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개념이 아니고, 일본에 별도 통보하는 절차 자체도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대일 압박 카드로서 지소미아가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논란도 여전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지소미아를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필수 요소로 여기고 있는데, 지난번 발표 때 처럼 미국측 반발을 무릅쓰고 이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겠냐는 겁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한국은 상당히 압박을 받았다. 이제 한국은 지소미아를 대일 협상 카드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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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히 넘어간 지소미아…압박 카드 유효할까?
    • 입력 2020-08-25 19:11:36
    취재K
지난해 한·일 간 극심한 갈등 속에 파기 위기까지 갔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이 사실상 유지됐습니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2016년 11월 23일 양국 간에 체결됐는데, 1년 자동 연장 통보 시한인 '90일 전'이 바로 24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소미아 '유지 아닌 유지'로…

지난해 8월 일본 정부는 '안보상 신뢰 관계가 손상됐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우리 정부는 같은 달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내리면서 맞불을 놓았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으로 불신'한다는데 군사정보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냐는 반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일본이었지만, 미국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습니다. 청와대 발표 수 시간만에 2차례에 걸쳐 "한국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미국 국방부 논평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양국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필수요소라는 미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한일간, 한미간 갑론을박이 오간 끝에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둔 지난해 11월 22일 저녁 청와대는 다시 '지소미아 일단 유지'를 발표했습니다.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와 함께요.

숨통은 틔였지만 다시 문제의 '8월 24일'이 다가오자 관심은 또 한번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한일 양국 정부는 조용했습니다. 지소미아는 그렇게 '유지 아닌 유지'로 넘어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 설명한 입장 그대로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2016년 11월 23일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서명하고 있다.
■日 정부 일단 '안도'…"文 정부, 내정에 바빠서?"

지소미아가 사실상 유지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오늘(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생각하면 한·미·일 3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3개국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전날 "지소미아는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ㆍ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평화ㆍ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8월 25일)자 일본 언론은 배경에 주목했는데,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문재인 정부가) 내정에 대응하느라 바빠서 일본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데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느라 일본 관련 사안이 뒤로 밀려났다는 해석입니다.

지지통신은 '지소미아 파기 통보 기한에 한국 움직임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유지를 요구했고, 한국도 이를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
■'대일 압박 카드' 유효할까?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압박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있고,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자산 압류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보복에 대응할 카드로서 살려 놓겠다는 겁니다.

8월 24일이 지났다고 지소미아가 자동 연장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종료해야겠다고 판단하면 협정은 종료될 수 있다는 겁니다.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개념이 아니고, 일본에 별도 통보하는 절차 자체도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대일 압박 카드로서 지소미아가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논란도 여전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지소미아를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필수 요소로 여기고 있는데, 지난번 발표 때 처럼 미국측 반발을 무릅쓰고 이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겠냐는 겁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한국은 상당히 압박을 받았다. 이제 한국은 지소미아를 대일 협상 카드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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