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키맨’ 송병기의 귀환 시도…수사는 아직도?

입력 2020.08.26 (13:18) 수정 2020.08.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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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다음 달 1일 자로 경제특보로 위촉하기로 했다가, 오늘(26일) 이를 철회했습니다. 지난 1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며 울산시 부시장직에서 직권면직된 지 8개월여 만에 복귀 시도가 이뤄진 겁니다.

경제특보는 직급이나 보수, 사무실이 제공되지 않은 명예직이지만,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부시장을 다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직은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송철호 울산시장이 핵심 측근이었던 송 전 부시장을 다시 특보에 임명하며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이려 한 이유는 뭘까요.

송 시장이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하려 한 배경에는, 검찰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고 그에 따라 앞으로 있을 재판 역시 크게 불리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송병기 수첩'으로 확대된 검찰 수사

송병기 전 부시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송 전 부시장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직접 작성한 수첩을 확보했습니다. 송철호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공천을 다투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어떤 의사소통이 있었는지, 본선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가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가고 다시 경찰의 수사로 이어지게 됐는지, 또 송철호 캠프의 공약 수립 과정에 청와대와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 등 하명 수사·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전반적 정황이 송 전 부시장 수첩에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수첩을 근거로 수사를 몰아쳤습니다. 언론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송병기 수첩'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송 전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에서 '스모킹 건'이라고 하는 수첩은 지극한 개인 단상, 소회, 풍문,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송 전 부시장이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의 몸통처럼 여겨지게 된 상황, 송철호 시장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송 전 부시장은 직권면직으로 쫓겨나다시피 부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윗선' 추가 기소 의지 밝혔지만…수사는 지지부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지난 2월 검찰이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전 부시장, 청와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하며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13명에 대한 기소가 수사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더 윗선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경로로 드러냈습니다.

A4 용지 70여 장에 걸쳐 작성한 공소장의 첫머리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여가 지난 지금 검찰의 추가 수사는 결과적으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추가 기소를 염두에 뒀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1차 기소 이후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윗선'보다는 '아랫선'에 대한 수사가 더 활발(?)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송철호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 모 씨가 울산 중고차 매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 등을 두고 나온 얘기였습니다. 검찰은 김 씨와 송철호 시장이 공모해 중고차 매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의심된다면서 이런 정황을 김 씨의 구속영장에 담았지만, 법원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에 의해서는 구속할 만큼 피의사실이 소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김 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버렸습니다.

송 시장 측 인사들의 부정 채용 의혹 등을 두고도 수사가 계속됐습니다. 수사팀이 울산에 상주하며 울산시 공무원들을 수십 명씩 소환해 조사했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이 때문에 '울산시 공무원들이 수사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행정 업무가 차질을 빚는다'라는 하소연도 터져나왔습니다.

종착역 앞둔 수사…법정에서 '제2라운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수사를 지휘해온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이 전보되는 등 자연스럽게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고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되는 내일(27일)부터 실제 전보가 이뤄지는 다음 달 3일 사이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공소장에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진행한 수사치고는 다소 김빠지는 수사가 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의 압박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 차원의 압박이나 수사 방해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 제시된 바 없습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제 법원에서 제2라운드가 펼쳐지게 됩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대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사가 한창일 무렵, 송철호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눈이 펑펑 내릴 때는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수사 종료를 앞두고 송병기 전 부시장을 다시 경제특보로 불러들이려 한 송 시장의 결정 이면에는 '이제는 눈을 쓸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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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6 13:18:45
    • 수정2020-08-26 13:44:08
    취재K
울산시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다음 달 1일 자로 경제특보로 위촉하기로 했다가, 오늘(26일) 이를 철회했습니다. 지난 1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며 울산시 부시장직에서 직권면직된 지 8개월여 만에 복귀 시도가 이뤄진 겁니다.

경제특보는 직급이나 보수, 사무실이 제공되지 않은 명예직이지만,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부시장을 다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직은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송철호 울산시장이 핵심 측근이었던 송 전 부시장을 다시 특보에 임명하며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이려 한 이유는 뭘까요.

송 시장이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하려 한 배경에는, 검찰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고 그에 따라 앞으로 있을 재판 역시 크게 불리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송병기 수첩'으로 확대된 검찰 수사

송병기 전 부시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송 전 부시장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직접 작성한 수첩을 확보했습니다. 송철호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공천을 다투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어떤 의사소통이 있었는지, 본선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가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가고 다시 경찰의 수사로 이어지게 됐는지, 또 송철호 캠프의 공약 수립 과정에 청와대와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 등 하명 수사·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전반적 정황이 송 전 부시장 수첩에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수첩을 근거로 수사를 몰아쳤습니다. 언론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송병기 수첩'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송 전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에서 '스모킹 건'이라고 하는 수첩은 지극한 개인 단상, 소회, 풍문,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송 전 부시장이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의 몸통처럼 여겨지게 된 상황, 송철호 시장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송 전 부시장은 직권면직으로 쫓겨나다시피 부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윗선' 추가 기소 의지 밝혔지만…수사는 지지부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지난 2월 검찰이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전 부시장, 청와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하며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13명에 대한 기소가 수사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더 윗선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경로로 드러냈습니다.

A4 용지 70여 장에 걸쳐 작성한 공소장의 첫머리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여가 지난 지금 검찰의 추가 수사는 결과적으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추가 기소를 염두에 뒀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1차 기소 이후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윗선'보다는 '아랫선'에 대한 수사가 더 활발(?)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송철호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 모 씨가 울산 중고차 매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 등을 두고 나온 얘기였습니다. 검찰은 김 씨와 송철호 시장이 공모해 중고차 매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의심된다면서 이런 정황을 김 씨의 구속영장에 담았지만, 법원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에 의해서는 구속할 만큼 피의사실이 소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김 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버렸습니다.

송 시장 측 인사들의 부정 채용 의혹 등을 두고도 수사가 계속됐습니다. 수사팀이 울산에 상주하며 울산시 공무원들을 수십 명씩 소환해 조사했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이 때문에 '울산시 공무원들이 수사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행정 업무가 차질을 빚는다'라는 하소연도 터져나왔습니다.

종착역 앞둔 수사…법정에서 '제2라운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수사를 지휘해온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이 전보되는 등 자연스럽게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고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되는 내일(27일)부터 실제 전보가 이뤄지는 다음 달 3일 사이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공소장에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진행한 수사치고는 다소 김빠지는 수사가 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의 압박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 차원의 압박이나 수사 방해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 제시된 바 없습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제 법원에서 제2라운드가 펼쳐지게 됩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대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사가 한창일 무렵, 송철호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눈이 펑펑 내릴 때는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수사 종료를 앞두고 송병기 전 부시장을 다시 경제특보로 불러들이려 한 송 시장의 결정 이면에는 '이제는 눈을 쓸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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