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할까 안 할까…‘아픈 아베’ 내일 입 연다

입력 2020.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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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금까지 제기된 자신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엽니다.

교도통신은 어제(26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내일(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책에 관해 설명하고 본인 몸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기자 회견이 열린다면 6월 18일 이후 71일만인데, 아베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대응 부실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쳐 최근 '사임 가능성'까지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도쿄에 있는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재방문해 3시간 반 동안 진료를 받고 나온 뒤 오후 총리관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도쿄에 있는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재방문해 3시간 반 동안 진료를 받고 나온 뒤 오후 총리관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기에…

아베 총리는 이달 17일과 24일 각각 병원을 찾았습니다. 17일 검사는 '정례 검사'였다고 했다지만, 24일엔 무엇 때문에 검사를 받았는지 추측이 분분합니다. 3시간 반 넘게 진료받고 병원을 나오면서 "추가 검사를 받았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검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병명이나 증세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일까요?

가장 널리 퍼진 분석은 원래 지병이었던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입니다.

26일 일간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한 의학회의 소책자에서 자신의 궤양성 대장염 병력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고교 시절에도 1년에 한 번씩 복통과 혈변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1998년 중의원 시절에도 체중이 65㎏에서 53㎏으로 심하게 감소해 3개월 입원까지 했고, 2007년엔 1차 총리직에서 사임까지 해야 했습니다.

'총리직은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수십 배의 격무였다'는 아베 총리의 회상에서 짐작하건대, 국정 운영에 따른 큰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건강 악화도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는데, 오랜 투병으로 약이 제대로 들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27일호에서 아베 총리가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궤양성 대장염 염증 제거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치료는 한 번 받으면 최소 하루 이상 휴식이 권장되는데 정부 관계자는 "만약 그렇다면 공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주일 만에 25일 오전 총리관저로 출근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주일 만에 25일 오전 총리관저로 출근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이틀째 총리 관저로 '오전 출근'

이런 가운데 그 새 몸이 좀 나아진 건지, 아베 총리는 어제(26일) 오전에도 총리관저에 출근했습니다.

전날에도 도쿄에 있는 사저를 나와 총리관저로 출근해 우리의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 출석했으니, 이틀째 오전 출근인 겁니다.

'오전 출근'이 관심을 받게 된 건 아베 총리가 지난 16~18일 여름휴가 전후로 평일은 사저에서 보내고, 오후에 관저로 출근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날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아베 총리가) 지난주, 지지난 주에는 조금 피곤해하는 느낌"이었다면서도 "(각의가 열린) 25일에는 매우 건강했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여러 지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연속 오전 출근이나, 내각 각료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굳이 총리의 건강 상태를 언급한 것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8월 24일 기준 2천7백99일 연속 총리직을 수행해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재임 1964년 11월 9일~1972년 7월 7일)를 제치고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됐다. 아베 총리는 8월 24일 기준 2천7백99일 연속 총리직을 수행해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재임 1964년 11월 9일~1972년 7월 7일)를 제치고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됐다.

■총리직 사임? 유지? …'28일'에 쏠린 눈과 귀

아베 총리의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내일 기자회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한 나라 수반의 건강 상태는 향후 나라 운영에 크게 직결돼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향후 3가지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아베 총리의 전격 사임 발표입니다. 건강 상태가 악화해 도저히 정무 수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입니다. 이 경우 내각법 9조에 따라 아소 다로 부총리가 임시 대리를 맡게 됩니다.

두 번째, 퇴진 의사만 밝히고 추후 절차에 따라 자민당 새 총재가 임명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사실상 사임에 가깝긴 하죠.

코로나19 대응 등을 아소 부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지시하고 국정이 비상 내각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격 사임'이나 '당분간 총리직 유지'나 향후 '포스트 아베' 체제를 위한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밝히되 총리직은 자신의 임기인 내년 9월까지 계속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경우입니다.

그는 2007년 건강 악화로 1차 총리직을 사임한 후 두고두고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사임 발표까지는 가지 않을 거란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7년 8개월간의 총리직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예정 임기대로 1년 더 이어질지, 내일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50%나 되고(마이니치 22일 여론조사), 야당의 사퇴 압박도 거셉니다.

여기에, 애타게 바랐던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는 불투명하고 평화헌법 개정도 점점 물 건너가게 되면서 '최장수 총리'라는 영예의 기록도 바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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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임할까 안 할까…‘아픈 아베’ 내일 입 연다
    • 입력 2020-08-27 05:00:31
    취재K
일본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금까지 제기된 자신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엽니다.

교도통신은 어제(26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내일(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책에 관해 설명하고 본인 몸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기자 회견이 열린다면 6월 18일 이후 71일만인데, 아베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대응 부실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쳐 최근 '사임 가능성'까지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도쿄에 있는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재방문해 3시간 반 동안 진료를 받고 나온 뒤 오후 총리관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기에…

아베 총리는 이달 17일과 24일 각각 병원을 찾았습니다. 17일 검사는 '정례 검사'였다고 했다지만, 24일엔 무엇 때문에 검사를 받았는지 추측이 분분합니다. 3시간 반 넘게 진료받고 병원을 나오면서 "추가 검사를 받았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검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병명이나 증세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일까요?

가장 널리 퍼진 분석은 원래 지병이었던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입니다.

26일 일간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한 의학회의 소책자에서 자신의 궤양성 대장염 병력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고교 시절에도 1년에 한 번씩 복통과 혈변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1998년 중의원 시절에도 체중이 65㎏에서 53㎏으로 심하게 감소해 3개월 입원까지 했고, 2007년엔 1차 총리직에서 사임까지 해야 했습니다.

'총리직은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수십 배의 격무였다'는 아베 총리의 회상에서 짐작하건대, 국정 운영에 따른 큰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건강 악화도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는데, 오랜 투병으로 약이 제대로 들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27일호에서 아베 총리가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궤양성 대장염 염증 제거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치료는 한 번 받으면 최소 하루 이상 휴식이 권장되는데 정부 관계자는 "만약 그렇다면 공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주일 만에 25일 오전 총리관저로 출근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이틀째 총리 관저로 '오전 출근'

이런 가운데 그 새 몸이 좀 나아진 건지, 아베 총리는 어제(26일) 오전에도 총리관저에 출근했습니다.

전날에도 도쿄에 있는 사저를 나와 총리관저로 출근해 우리의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 출석했으니, 이틀째 오전 출근인 겁니다.

'오전 출근'이 관심을 받게 된 건 아베 총리가 지난 16~18일 여름휴가 전후로 평일은 사저에서 보내고, 오후에 관저로 출근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날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아베 총리가) 지난주, 지지난 주에는 조금 피곤해하는 느낌"이었다면서도 "(각의가 열린) 25일에는 매우 건강했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여러 지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연속 오전 출근이나, 내각 각료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굳이 총리의 건강 상태를 언급한 것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8월 24일 기준 2천7백99일 연속 총리직을 수행해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재임 1964년 11월 9일~1972년 7월 7일)를 제치고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됐다.
■총리직 사임? 유지? …'28일'에 쏠린 눈과 귀

아베 총리의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내일 기자회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한 나라 수반의 건강 상태는 향후 나라 운영에 크게 직결돼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향후 3가지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아베 총리의 전격 사임 발표입니다. 건강 상태가 악화해 도저히 정무 수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입니다. 이 경우 내각법 9조에 따라 아소 다로 부총리가 임시 대리를 맡게 됩니다.

두 번째, 퇴진 의사만 밝히고 추후 절차에 따라 자민당 새 총재가 임명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사실상 사임에 가깝긴 하죠.

코로나19 대응 등을 아소 부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지시하고 국정이 비상 내각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격 사임'이나 '당분간 총리직 유지'나 향후 '포스트 아베' 체제를 위한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밝히되 총리직은 자신의 임기인 내년 9월까지 계속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경우입니다.

그는 2007년 건강 악화로 1차 총리직을 사임한 후 두고두고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사임 발표까지는 가지 않을 거란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7년 8개월간의 총리직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예정 임기대로 1년 더 이어질지, 내일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50%나 되고(마이니치 22일 여론조사), 야당의 사퇴 압박도 거셉니다.

여기에, 애타게 바랐던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는 불투명하고 평화헌법 개정도 점점 물 건너가게 되면서 '최장수 총리'라는 영예의 기록도 바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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