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텔레그램으로만 교신하는 그들, 중고차 사기 이야기

입력 2020.08.28 (16:36) 수정 2020.09.1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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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조직죄를 적용한 대법원판결이 최근 나왔죠. 예전엔 조직폭력배 정도에만 적용되던 이 죄를 중고차 사기단에 적용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요.


이번 상고심은 A 씨 등 22명에 대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실제 매물이 아닌 미끼 중고차량을 올려 계약을 체결한 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비싼 가격에 떠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죠.

사기 혐의는 쉽게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1, 2심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이들이 서로 친분을 바탕으로 팀이 결성된 만큼 그렇게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판결문에 의하면 이들은 조직 대표인 A 씨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하고 무단결근을 하면 대표로부터 질타를 당하기도 합니다. A 씨를 정점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업무지시가 이뤄졌고 매일 실적 체크도 했습니다. 심지어 A 씨는 조직을 탈퇴하려는 조직원에게 "중고차 관련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해 집단 이탈을 강제로 막은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형법 114조는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을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범죄단체는 조직화 수준이 좀 더 높은 것이고,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범죄의 계획·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만 갖추면 됩니다.

대법원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외부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역할 분담, 범행 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사기 범행이라는 공동 목적 아래 일을 했다고 본 것이다.

중고차 딜러 이주환씨(오른쪽)와 양지열 변호사중고차 딜러 이주환씨(오른쪽)와 양지열 변호사

중고차 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마련한 <속고살지마>의 중고차 시리즈, 오늘은 2편입니다. 중고차 사기 잡는 중고차 딜러 이주환 과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과장이 전하는 중고차 사기단의 실상은 충격적입니다.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하면 여성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계약 약속을 하면 당일 남자 딜러들이 나옵니다. 판매딜러(사수)는 나타나지 않고 텔레그램을 통해 부사수(판매딜러)의 보고를 받으면서 원격 지령을 내립니다. 나이는 몇 살이고, 무슨 옷을 입었고 등등의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합니다. 고객이 계약을 안맺고 나오려고 하면 물리력으로 막기도 합니다. 결국, 반강제 계약을 체결하게 합니다.

이들의 배후에는 매매상사, 캐피탈업체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유리한 저금리 할부 대출이 아니라 고금리의 캐피탈 할부대출이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캐피탈 진행을 위한 인증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휴대폰을 받아 몰래 주요 증거를 없애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강하게 나올 경우 환불 전담 딜러가 붙어 일부 금액만 환불해주는 것으로 회유합니다. 고객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바뀐 고객 주소까지 알아내 강제로 명의를 이전하기도 합니다. 매매 계약서와 이전 서류를 고객에게 넘겨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인천시청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발생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기에 대한 제보입니다. 중고차 사기 수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청원 내용을 요약한 것이니 중고차 사실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침수차 같은 불량 차량에 속지 않는 방법도 알려드립니다. 하나는 소액 비용이 드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본인이 직접 간단하게 체크하는 방법입니다. 유튜브에서 <속고살지마> 검색 후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주변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사기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해법까지 제시합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 가기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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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텔레그램으로만 교신하는 그들, 중고차 사기 이야기
    • 입력 2020-08-28 16:36:50
    • 수정2020-09-15 22:18:33
    속고살지마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조직죄를 적용한 대법원판결이 최근 나왔죠. 예전엔 조직폭력배 정도에만 적용되던 이 죄를 중고차 사기단에 적용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요.


이번 상고심은 A 씨 등 22명에 대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실제 매물이 아닌 미끼 중고차량을 올려 계약을 체결한 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비싼 가격에 떠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죠.

사기 혐의는 쉽게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1, 2심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이들이 서로 친분을 바탕으로 팀이 결성된 만큼 그렇게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판결문에 의하면 이들은 조직 대표인 A 씨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하고 무단결근을 하면 대표로부터 질타를 당하기도 합니다. A 씨를 정점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업무지시가 이뤄졌고 매일 실적 체크도 했습니다. 심지어 A 씨는 조직을 탈퇴하려는 조직원에게 "중고차 관련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해 집단 이탈을 강제로 막은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형법 114조는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을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범죄단체는 조직화 수준이 좀 더 높은 것이고,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범죄의 계획·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만 갖추면 됩니다.

대법원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외부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역할 분담, 범행 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사기 범행이라는 공동 목적 아래 일을 했다고 본 것이다.

중고차 딜러 이주환씨(오른쪽)와 양지열 변호사
중고차 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마련한 <속고살지마>의 중고차 시리즈, 오늘은 2편입니다. 중고차 사기 잡는 중고차 딜러 이주환 과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과장이 전하는 중고차 사기단의 실상은 충격적입니다.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하면 여성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계약 약속을 하면 당일 남자 딜러들이 나옵니다. 판매딜러(사수)는 나타나지 않고 텔레그램을 통해 부사수(판매딜러)의 보고를 받으면서 원격 지령을 내립니다. 나이는 몇 살이고, 무슨 옷을 입었고 등등의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합니다. 고객이 계약을 안맺고 나오려고 하면 물리력으로 막기도 합니다. 결국, 반강제 계약을 체결하게 합니다.

이들의 배후에는 매매상사, 캐피탈업체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유리한 저금리 할부 대출이 아니라 고금리의 캐피탈 할부대출이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캐피탈 진행을 위한 인증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휴대폰을 받아 몰래 주요 증거를 없애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강하게 나올 경우 환불 전담 딜러가 붙어 일부 금액만 환불해주는 것으로 회유합니다. 고객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바뀐 고객 주소까지 알아내 강제로 명의를 이전하기도 합니다. 매매 계약서와 이전 서류를 고객에게 넘겨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인천시청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발생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기에 대한 제보입니다. 중고차 사기 수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청원 내용을 요약한 것이니 중고차 사실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침수차 같은 불량 차량에 속지 않는 방법도 알려드립니다. 하나는 소액 비용이 드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본인이 직접 간단하게 체크하는 방법입니다. 유튜브에서 <속고살지마> 검색 후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주변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사기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해법까지 제시합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 가기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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