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세입자와 ‘새계약’하면 5% 이상 올릴 수 있다?!

입력 2020.08.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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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말부터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 사는 세입자 A씨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 씨는 오는 10월 말 전세계약이 만료되지만, 이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경우 A 씨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계약갱신요구권+5% 이하 임대료 인상

먼저,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최소 1개월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9월 안으로 임대인에게 명확하게 계약갱신요구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묵시적 갱신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 A 씨는 집주인과 합의해 임대료 상한선인 5% 내에서 임대료를 올려주고, 2년을 추가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2+2년의 거주를 보장받아 2022년 10월까지는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2) 새 계약 체결+5% 초과 임대료 인상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을 '갱신'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입니다.

새 계약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주인과 합의가 되면 임대료를 5%를 초과해 인상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언뜻 들어보면 집주인이 유리한 방식이고, 세입자들에게는 불리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A씨가 집주인하고 새 계약을 체결해 2020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2년을 거주하기로 하고 임대료를 5% 초과해 증액할 경우, A 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한번 미루게 되는 겁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어디까지나 계약을 '갱신'할 때 사용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A 씨는 새 계약 만료 시점인 2022년 10월 전 계약갱신요구권이 생깁니다. 만약 A씨가 2년 뒤에도 이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면, 계약 종료 최소 1개월 전까지 이 권리를 행사하면 됩니다. 그럼 A 씨는 2018년 10월~2020년 10월, 2020년 10월~2022년 10월(새 계약·5% 초과 인상), 2022년 10월~2024년 10월(계약갱신·5% 내 인상) 이렇게 2+2+2년의 거주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선택은?

집주인도 이렇게 되면 선택을 할 수 있겠죠. 당장 기존 세입자와 임대료의 5%를 넘게 올리는 새 계약을 맺고 대신 2년 뒤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5% 내에서 임대료를 올리는 계약갱신을 할지 세입자에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오늘(28일) 발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개정안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해설이 담겼습니다.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계약갱신요구권 행사하지 않는다"는 약정, 유효할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계약서에 쓰면 권리가 없어지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법에 따라 임차인에게 인정되는 권리를 배제하는 불리한 약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 2년 약정하면 무조건 2년 거주?

위에서 언급한 A씨가 당장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의 계약연장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다 갑자기 A씨가 사정이 생겨 거주를 못하게 됐다면, 2년을 채우지 않고도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에 통지를 한 날부터 3개월 뒤부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3개월 동안의 임대료는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처음 계약할 때 1년으로 계약했으면 1년만 살고 나가야 할까?

처음 계약할 때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했는데 더 거주하고 싶어질 경우는 어떨까요. 계약 기간인 1년보다 오래 거주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선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봅니다. 이 경우 2년의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 집주인이 요구하면 '무조건' 임대료 5% 올려줘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5%는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상한일 뿐입니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5% 내에서 얼마든지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동의해야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그럼 세입자 동의 없으면 임대료는 '절대' 못 올릴까?

계약 갱신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에 실패했을 경우, 집주인이 임대료를 그냥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입니다.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에 따라 임차주택에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분쟁조정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즉, 법원을 통해서 정당한 증액으로 인정받으면 세입자 동의 없이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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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세입자와 ‘새계약’하면 5% 이상 올릴 수 있다?!
    • 입력 2020-08-28 17:41:35
    취재K
2018년 10월 말부터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 사는 세입자 A씨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 씨는 오는 10월 말 전세계약이 만료되지만, 이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경우 A 씨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계약갱신요구권+5% 이하 임대료 인상

먼저,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최소 1개월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9월 안으로 임대인에게 명확하게 계약갱신요구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묵시적 갱신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 A 씨는 집주인과 합의해 임대료 상한선인 5% 내에서 임대료를 올려주고, 2년을 추가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2+2년의 거주를 보장받아 2022년 10월까지는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2) 새 계약 체결+5% 초과 임대료 인상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을 '갱신'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입니다.

새 계약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주인과 합의가 되면 임대료를 5%를 초과해 인상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언뜻 들어보면 집주인이 유리한 방식이고, 세입자들에게는 불리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A씨가 집주인하고 새 계약을 체결해 2020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2년을 거주하기로 하고 임대료를 5% 초과해 증액할 경우, A 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한번 미루게 되는 겁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어디까지나 계약을 '갱신'할 때 사용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A 씨는 새 계약 만료 시점인 2022년 10월 전 계약갱신요구권이 생깁니다. 만약 A씨가 2년 뒤에도 이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면, 계약 종료 최소 1개월 전까지 이 권리를 행사하면 됩니다. 그럼 A 씨는 2018년 10월~2020년 10월, 2020년 10월~2022년 10월(새 계약·5% 초과 인상), 2022년 10월~2024년 10월(계약갱신·5% 내 인상) 이렇게 2+2+2년의 거주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선택은?

집주인도 이렇게 되면 선택을 할 수 있겠죠. 당장 기존 세입자와 임대료의 5%를 넘게 올리는 새 계약을 맺고 대신 2년 뒤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5% 내에서 임대료를 올리는 계약갱신을 할지 세입자에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오늘(28일) 발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개정안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해설이 담겼습니다.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계약갱신요구권 행사하지 않는다"는 약정, 유효할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계약서에 쓰면 권리가 없어지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법에 따라 임차인에게 인정되는 권리를 배제하는 불리한 약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 2년 약정하면 무조건 2년 거주?

위에서 언급한 A씨가 당장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의 계약연장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다 갑자기 A씨가 사정이 생겨 거주를 못하게 됐다면, 2년을 채우지 않고도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에 통지를 한 날부터 3개월 뒤부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3개월 동안의 임대료는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처음 계약할 때 1년으로 계약했으면 1년만 살고 나가야 할까?

처음 계약할 때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했는데 더 거주하고 싶어질 경우는 어떨까요. 계약 기간인 1년보다 오래 거주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선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봅니다. 이 경우 2년의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 집주인이 요구하면 '무조건' 임대료 5% 올려줘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5%는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상한일 뿐입니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5% 내에서 얼마든지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동의해야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그럼 세입자 동의 없으면 임대료는 '절대' 못 올릴까?

계약 갱신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에 실패했을 경우, 집주인이 임대료를 그냥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입니다.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에 따라 임차주택에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분쟁조정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즉, 법원을 통해서 정당한 증액으로 인정받으면 세입자 동의 없이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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