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메시지’ VS ‘줄사표’…檢인사 온도차 극명

입력 2020.08.28 (17:51) 수정 2020.08.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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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규모 검찰 인사가 또 단행됐습니다. 이번엔 고검 검사급과 일반 검사 630명이 대상입니다. 이달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더하면 전체 검사 중 약 3분의 1이 이번에 물갈이된 셈입니다.

추 장관은 SNS에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있어야 하는 일에도 공정과 정의에 매진할 수 있다"고 총평을 남겼습니다. 이번 인사로 검찰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일정 부분 실현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형사·공판부에 전념해 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찰청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윤 총장은 인사 최종명단을 읽던 도중 "신문에 나오면 보겠다"며 덮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또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검사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줄 사표' 우려까지 불거집니다.

■ 떠나는 윤 총장 측근들

지난 화요일(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의 직제개편안과 이에 따라 처음으로 시행된 검찰 인사가 '윤석열 총장 힘 빼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항간의 오해처럼 '특정 지휘부에 대한 힘 빼기'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라고 국회 법사위에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 상당수가 대검찰청을 떠나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 총장이 직접 발탁한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입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등 주요 사안마다 대검의 입장을 설명하며 윤 총장의 '입'이라 불려 왔던 권 대변인은 이번에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깁니다.

통상 대검 대변인을 마친 검사는 수도권의 차장급 직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로 분석됩니다.

채널A 전 기자의 강요 미수 사건을 둘러싸고 중앙지검 수사팀을 정면 비판했던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울산으로 발령 났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의 소통 업무를 맡았던 박현철 정책기획과장도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중앙지검행이 유력시됐던 검사들입니다.

■ 윤석열 총장 의견 반영되지 않아...'힘 빼기' 완결?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했고, 청취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위의 두 사람을 포함해 윤 총장이 낸 대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의견을 추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대검 내 총장 보좌직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서도 대검은 여러 차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추 장관 임명 뒤 이어진 '인사 태풍'과 '지휘권 발동', '직제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윤 총장과 대검 힘 빼기'가 사실상 완결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대검찰청은 인사와 감찰을 통해 일선 청을 제어해왔는데 현재 총장은 두 가지 수단 모두를 잃게 됐다는 평이 나옵니다.

먼저 인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줬지만, 지난 1월 '총장 패싱'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총장의 인사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찰의 경우도 현재 대검 감찰부장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한동수 부장이 맡고 있습니다. 한 부장은 이달 초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유임됐습니다.

■ 정권 관련 수사팀 지휘부 대거 교체

현 정권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사 지휘부는 전면 교체됐습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온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기소한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으로 가게 됐습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맡았던 양인철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은 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 났습니다.

이 밖에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어 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도 대전지검으로 가게 됐습니다. 이 부장은 윤 총장 사단으로 분류된 인사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취임식에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다만 '원조 친노'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라임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한 조상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은 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겨, 주요 수사 책임자의 지방행 속에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 논란 속 검사들 승진·영전

논란이 있는 검사들의 승진과 영전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채널A 전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를 지휘한 정진웅 중앙지검 형사1부장입니다. 정 부장은 이번에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은 전국 부장 검사 중 수석 부장으로 보통 검사장 승진으로 가는 코스로 통합니다. 중앙지검 형사 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으로 간 것에 대해 영전이냐, 아니면 그동안 전임 부장들에 비하면 잘 대우를 받지 못했냐를 놓고 여러 말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정 부장이 현재 감찰 중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달 정 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논란이 됐습니다. 한 검사장 측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정 부장은 병원 입원 사진을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등 구설에 올랐습니다.

한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공모 혐의 입증에 실패한 정 부장을 승진시키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려 감찰 대상이 된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도 서울동부지검으로 이동합니다. 비판이 제기되자 진 검사는 "제주도를 지망했다"는 글을 써 반박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누구누구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던 추미애 장관이 스스로 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잇따르는 사직글 "검찰은 국가기관"

사표를 던지는 검사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사를 맡았던 이들의 사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 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신망받던 일선 검사들의 사직 글이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검찰 직제개편안을 비판했던 김우석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검찰은 국가 기관이고, 절대다수의 검사가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때때로 검찰 조직 자체가 사심 가득한 양 비칠 때는 마음 아프기도 했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했던 이재승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도 "
"마무리하는 이때 뒤돌아보니 참 잘 선택한 직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직 소회를 밝혔습니다.

신승희 인천지검 형사2부장은 "본성이 아둔해 고민하다 이제 물러난다. 검사로서의 소명과 사명을 감당할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세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장도 "검찰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떠난다"며 "밖에 나가더라도 항상 검찰을 응원하겠다"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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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8 17:51:50
    • 수정2020-08-28 17:58:27
    취재K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규모 검찰 인사가 또 단행됐습니다. 이번엔 고검 검사급과 일반 검사 630명이 대상입니다. 이달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더하면 전체 검사 중 약 3분의 1이 이번에 물갈이된 셈입니다.

추 장관은 SNS에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있어야 하는 일에도 공정과 정의에 매진할 수 있다"고 총평을 남겼습니다. 이번 인사로 검찰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일정 부분 실현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형사·공판부에 전념해 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찰청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윤 총장은 인사 최종명단을 읽던 도중 "신문에 나오면 보겠다"며 덮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또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검사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줄 사표' 우려까지 불거집니다.

■ 떠나는 윤 총장 측근들

지난 화요일(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의 직제개편안과 이에 따라 처음으로 시행된 검찰 인사가 '윤석열 총장 힘 빼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항간의 오해처럼 '특정 지휘부에 대한 힘 빼기'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라고 국회 법사위에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 상당수가 대검찰청을 떠나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 총장이 직접 발탁한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입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등 주요 사안마다 대검의 입장을 설명하며 윤 총장의 '입'이라 불려 왔던 권 대변인은 이번에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깁니다.

통상 대검 대변인을 마친 검사는 수도권의 차장급 직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로 분석됩니다.

채널A 전 기자의 강요 미수 사건을 둘러싸고 중앙지검 수사팀을 정면 비판했던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울산으로 발령 났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의 소통 업무를 맡았던 박현철 정책기획과장도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중앙지검행이 유력시됐던 검사들입니다.

■ 윤석열 총장 의견 반영되지 않아...'힘 빼기' 완결?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했고, 청취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위의 두 사람을 포함해 윤 총장이 낸 대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의견을 추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대검 내 총장 보좌직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서도 대검은 여러 차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추 장관 임명 뒤 이어진 '인사 태풍'과 '지휘권 발동', '직제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윤 총장과 대검 힘 빼기'가 사실상 완결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대검찰청은 인사와 감찰을 통해 일선 청을 제어해왔는데 현재 총장은 두 가지 수단 모두를 잃게 됐다는 평이 나옵니다.

먼저 인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줬지만, 지난 1월 '총장 패싱'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총장의 인사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찰의 경우도 현재 대검 감찰부장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한동수 부장이 맡고 있습니다. 한 부장은 이달 초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유임됐습니다.

■ 정권 관련 수사팀 지휘부 대거 교체

현 정권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사 지휘부는 전면 교체됐습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온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기소한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으로 가게 됐습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맡았던 양인철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은 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 났습니다.

이 밖에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어 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도 대전지검으로 가게 됐습니다. 이 부장은 윤 총장 사단으로 분류된 인사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취임식에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다만 '원조 친노'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라임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한 조상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은 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겨, 주요 수사 책임자의 지방행 속에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 논란 속 검사들 승진·영전

논란이 있는 검사들의 승진과 영전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채널A 전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를 지휘한 정진웅 중앙지검 형사1부장입니다. 정 부장은 이번에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은 전국 부장 검사 중 수석 부장으로 보통 검사장 승진으로 가는 코스로 통합니다. 중앙지검 형사 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으로 간 것에 대해 영전이냐, 아니면 그동안 전임 부장들에 비하면 잘 대우를 받지 못했냐를 놓고 여러 말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정 부장이 현재 감찰 중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달 정 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논란이 됐습니다. 한 검사장 측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정 부장은 병원 입원 사진을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등 구설에 올랐습니다.

한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공모 혐의 입증에 실패한 정 부장을 승진시키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려 감찰 대상이 된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도 서울동부지검으로 이동합니다. 비판이 제기되자 진 검사는 "제주도를 지망했다"는 글을 써 반박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누구누구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던 추미애 장관이 스스로 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잇따르는 사직글 "검찰은 국가기관"

사표를 던지는 검사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사를 맡았던 이들의 사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 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신망받던 일선 검사들의 사직 글이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검찰 직제개편안을 비판했던 김우석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검찰은 국가 기관이고, 절대다수의 검사가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때때로 검찰 조직 자체가 사심 가득한 양 비칠 때는 마음 아프기도 했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했던 이재승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도 "
"마무리하는 이때 뒤돌아보니 참 잘 선택한 직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직 소회를 밝혔습니다.

신승희 인천지검 형사2부장은 "본성이 아둔해 고민하다 이제 물러난다. 검사로서의 소명과 사명을 감당할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세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장도 "검찰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떠난다"며 "밖에 나가더라도 항상 검찰을 응원하겠다"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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