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리, ‘최장수 재임’ 막 내려…‘포스트 아베’는 누구?

입력 2020.08.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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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격 총리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2012년 12월 26일 재집권한 후 7년 8개월 넘게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쓴 아베 총리였지만 건강 악화의 벽은 끝내 넘지 못했습니다.

2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 발표를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2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 발표를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전격 사임 발표

아베 총리는 NHK방송이 생중계한 이 날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병세가 악화해 국정에 지장을 주는 일을 피하겠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궤양성 대장염을 10대 때부터 앓기 시작했는데,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건강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때도 이 병이 도지면서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을 사임해야 했습니다.

몸을 추스르고 2012년 선거를 이끈 그는 집권 민주당을 누르고 정권을 3년여 만에 자민당으로 되찾아왔고, 2차 집권 초반 70%를 웃도는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돈은 풀고 규제는 완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인 '세 개의 화살' 정책으로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성장률은 전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재임 기간 보수 일변도의 정책과 역사·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도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에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이 쇄도하며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고, 건강 이상설까지 겹치면서 퇴임설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퇴임 발표와 함께, 그가 필생의 과업이라고 했던 평화헌법 개정이나 재임 중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 등 뚜렷한 유산은 남기지 못하게 됐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전 외무상. (연합뉴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전 외무상. (연합뉴스)

■'아베 다음'은 누구?

아베 사임으로 집권 자민당은 신속히 총재 선거를 통해 후임을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합니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 총리는 집권당 총재가 맡는 게 관례입니다. 보통 의원과 지역당원들이 함께 투표하지만, 이번엔 의원만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여럿인데, 선두엔 스가 요시히데 내각 관방장관이 있습니다.

그는 당내에 속한 파벌이 없고, 관방장관으로 정부 각 부처를 아우르며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상 정국을 이끌 적절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날 스가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반(反) 아베 노선을 걷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 매체의 차기 후보 총리 선호 조사에서 1위를 달립니다.

그것도 다른 후보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서면서요. 하지만 당내 기반이 별로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게다가 여론조사로 당 총재를 뽑는 것은 아니기에 이변이 없는 한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있습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얼굴입니다. 아베가 자신의 후계자로 미는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중 지지도가 낮고 특별한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시바와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셋 말고도 최근 거침없는 발언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고노 다로 방위상,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다크호스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분수령 될까

아베 총리가 재임한 7년 8개월 동안 한일 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며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총리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특히 유력 후보인 스가 관방장관의 경우, 과거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수출규제와 관련한) 한일 관계 악화는 모두 한국 때문"이라고 발언해 한국에 대한 생각이 아베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 아베 총리 사임으로 갈등 일변도였던 한일 두 나라가 미래와 협력을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조금이라도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 양국 시민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이날 아베 총리과 관련해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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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아베 총리, ‘최장수 재임’ 막 내려…‘포스트 아베’는 누구?
    • 입력 2020-08-28 18:54:43
    취재K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격 총리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2012년 12월 26일 재집권한 후 7년 8개월 넘게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쓴 아베 총리였지만 건강 악화의 벽은 끝내 넘지 못했습니다.

2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 발표를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전격 사임 발표

아베 총리는 NHK방송이 생중계한 이 날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병세가 악화해 국정에 지장을 주는 일을 피하겠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궤양성 대장염을 10대 때부터 앓기 시작했는데,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건강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때도 이 병이 도지면서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을 사임해야 했습니다.

몸을 추스르고 2012년 선거를 이끈 그는 집권 민주당을 누르고 정권을 3년여 만에 자민당으로 되찾아왔고, 2차 집권 초반 70%를 웃도는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돈은 풀고 규제는 완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인 '세 개의 화살' 정책으로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성장률은 전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재임 기간 보수 일변도의 정책과 역사·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도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에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이 쇄도하며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고, 건강 이상설까지 겹치면서 퇴임설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퇴임 발표와 함께, 그가 필생의 과업이라고 했던 평화헌법 개정이나 재임 중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 등 뚜렷한 유산은 남기지 못하게 됐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전 외무상. (연합뉴스)
■'아베 다음'은 누구?

아베 사임으로 집권 자민당은 신속히 총재 선거를 통해 후임을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합니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 총리는 집권당 총재가 맡는 게 관례입니다. 보통 의원과 지역당원들이 함께 투표하지만, 이번엔 의원만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여럿인데, 선두엔 스가 요시히데 내각 관방장관이 있습니다.

그는 당내에 속한 파벌이 없고, 관방장관으로 정부 각 부처를 아우르며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상 정국을 이끌 적절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날 스가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반(反) 아베 노선을 걷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 매체의 차기 후보 총리 선호 조사에서 1위를 달립니다.

그것도 다른 후보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서면서요. 하지만 당내 기반이 별로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게다가 여론조사로 당 총재를 뽑는 것은 아니기에 이변이 없는 한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있습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얼굴입니다. 아베가 자신의 후계자로 미는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중 지지도가 낮고 특별한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시바와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셋 말고도 최근 거침없는 발언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고노 다로 방위상,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다크호스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분수령 될까

아베 총리가 재임한 7년 8개월 동안 한일 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며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총리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특히 유력 후보인 스가 관방장관의 경우, 과거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수출규제와 관련한) 한일 관계 악화는 모두 한국 때문"이라고 발언해 한국에 대한 생각이 아베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 아베 총리 사임으로 갈등 일변도였던 한일 두 나라가 미래와 협력을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조금이라도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 양국 시민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이날 아베 총리과 관련해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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