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 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 ‘비밀영업팀’

입력 2020.08.28 (21:27) 수정 2020.08.28 (21: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 말입니다.

뭔가를 얻으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죠.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이른바 공짜폰, 프리드먼 교수가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막 나온 최신폰 공짜로 받으면 기분은 좋은데, 문제는 그다음이죠.

비싼 요금제에도 가입해야 하고요,

굳이 필요도 없는 부가 서비스도 써야 합니다.

이 공짜폰에 들어가는 막대한 불법 보조금, 통신사가 그냥 내주나요?

아니죠.

결국 가입자 몫입니다.

공짜폰을 사든 못 사든 소비자는 결국 이른바 '호갱'이 되는 겁니다.

6년 전엔 법까지 만들었는데 이통사들은 듣는 둥 마는 둥, 5G 가입자 늘리면서 불법 보조금 또 뿌린 게 지난달 적발됐죠.

끈질긴 K에서 불법보조금의 시작과 끝, 고발합니다.

오늘(28일)은 '공짜폰' 배후에 있는 이통사의 수상한 영업팀, 오승목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불법 인정"(SKT), "깊이 반성"(KT), "재발 방지"(LGu+).

5백억 원 과징금이 결정된 지난달 8일, 이동통신 3사의 약속들입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후 KBS에 들어온 제보, 바뀐 건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을 이른바 '호갱'으로 만드는 불법보조금의 시작과 끝, 끈질긴K가 추적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A씨,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문자들부터 보여줍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가장 최근에 그런 게 언제예요?) 최근요? 7월 22일 오늘이네요. 지금도 이렇게 구두 정책 던집니다. 정상적인 경로로 던지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던질까요? 암호 같죠?"]

이통사에서 떨어지는 특별한 지령, 이른바 '구두 정책'입니다.

5G 단말기를 한 대 팔면 웃돈 34만 원을 더 주고, '번호 이동' 즉,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하면 5만 원을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다.

판매장려금 규정보다 돈을 더 줄 테니 고객들에게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유도하는 겁니다.

["통신사 매니저들이 전화가 오죠. 그 위에 차장, 팀장급도 전화 올 때 있고요. 리베이트 70~80만 원까지 가는 거겠죠. (단말기) 개수를 정해줍니다. 몇 개까지 해달라."]

구두정책 전달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KT 같은 경우는 점조직 구조 자르기 좋게 1팀을 만들어서 '잘하는 판매자 있지, (구두) 정책 내려라'(고 합니다). 문제 생겼잖아요. 폭파시켜 버려요. 다시 2팀을 만들어요."]

이통3사의 구두 정책은 누가 왜 내려보내는 걸까.

본사를 찾아 물어봤습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LGu+ : "그쪽 부서에서도 담당자나... 특정을 먼저 해주시면..."]

본사 업무가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합니다.

[SKT : "본사 직원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찾고 있다고 하거든요."]

추적 끝에, 취재진은 구두 정책을 전달해 온 LG유플러스 직원의 명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속은 본사의 모 영업팀.

[LG유플러스 전략 ○○팀장 : "(○○○ 팀장님 되시죠? KBS 오승목 기자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비밀리에 진행된 '구두정책', 아예 본사에서 시작됐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이 추가로 확인한 SK텔레콤의 이른바 특수마케팅팀.

역시 본사 소속이었고, KT는 본사뿐 아니라 지역본부에도 공식 조직을 뒀습니다.

[KT 전략○○센터장 : "되게 민감한 얘기예요... 홍보 쪽으로 콘택트가 들어오면..."]

[SKT텔레콤 전략○○팀장 :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통화를 계속 해야 하나요?"]

SK텔레콤의 해당 팀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SK텔레콤 전략○○팀장 : "저희는 카톡으로 정책을 내지도 않고요. (시장과열 기준) 30만 원 이내에서 집행하고 있어요."]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SK텔레콤의 구두 정책.

특수마케팅팀을 지칭하는 '특마'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밖에도 취재팀이 확보한 이통3사의 구두정책만 40여 건.

부인과 회피에 급급하던 이통3사.

결국, 본사가 직접 주도한 불법보조금 정책의 실체를 인정했습니다.

[SK텔레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카톡 공지가 되는 경우는 최상위 대리점 일부에만 나가는데 굉장히 드문 일이다..."]

[LG유플러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경쟁사) 누군가가 이게 이제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

취재진이 이통사의 이른바 '구두정책'을 추적한 이유는 이 구두정책이 바뀔 때마다

단말기값도 바뀌면서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고, 지난 십 수년간 그야말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근본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KBS 취재 이후, 이통사들의 '소비자 우롱'은 멈췄을까.

[휴대전화 판매점주/음성변조 : "KT에서 보내 준 겁니다. 경쟁사들의 정책을 보고 대응차원으로서 문자를 보내주고 있는 겁니다."]

5G로 기기변경을 할 경우 기종별로 47만 원까지 지원금을 준다는 KT의 구두 정책,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 "그동안 여러 차례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형사처벌이라든지 또 영업정지라든 적극적인 행정처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아예 이동통신 3사 대표 차원의 공식 입장과 개선책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 출시로 또 한 번 승부처가 벌어진 상황.

이번엔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끈질긴K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 오광택/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강민수 김석훈 김정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끈질긴K] 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 ‘비밀영업팀’
    • 입력 2020-08-28 21:33:16
    • 수정2020-08-28 21:45:00
    뉴스 9
[앵커]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 말입니다.

뭔가를 얻으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죠.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이른바 공짜폰, 프리드먼 교수가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막 나온 최신폰 공짜로 받으면 기분은 좋은데, 문제는 그다음이죠.

비싼 요금제에도 가입해야 하고요,

굳이 필요도 없는 부가 서비스도 써야 합니다.

이 공짜폰에 들어가는 막대한 불법 보조금, 통신사가 그냥 내주나요?

아니죠.

결국 가입자 몫입니다.

공짜폰을 사든 못 사든 소비자는 결국 이른바 '호갱'이 되는 겁니다.

6년 전엔 법까지 만들었는데 이통사들은 듣는 둥 마는 둥, 5G 가입자 늘리면서 불법 보조금 또 뿌린 게 지난달 적발됐죠.

끈질긴 K에서 불법보조금의 시작과 끝, 고발합니다.

오늘(28일)은 '공짜폰' 배후에 있는 이통사의 수상한 영업팀, 오승목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불법 인정"(SKT), "깊이 반성"(KT), "재발 방지"(LGu+).

5백억 원 과징금이 결정된 지난달 8일, 이동통신 3사의 약속들입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후 KBS에 들어온 제보, 바뀐 건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을 이른바 '호갱'으로 만드는 불법보조금의 시작과 끝, 끈질긴K가 추적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A씨,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문자들부터 보여줍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가장 최근에 그런 게 언제예요?) 최근요? 7월 22일 오늘이네요. 지금도 이렇게 구두 정책 던집니다. 정상적인 경로로 던지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던질까요? 암호 같죠?"]

이통사에서 떨어지는 특별한 지령, 이른바 '구두 정책'입니다.

5G 단말기를 한 대 팔면 웃돈 34만 원을 더 주고, '번호 이동' 즉,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하면 5만 원을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다.

판매장려금 규정보다 돈을 더 줄 테니 고객들에게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유도하는 겁니다.

["통신사 매니저들이 전화가 오죠. 그 위에 차장, 팀장급도 전화 올 때 있고요. 리베이트 70~80만 원까지 가는 거겠죠. (단말기) 개수를 정해줍니다. 몇 개까지 해달라."]

구두정책 전달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KT 같은 경우는 점조직 구조 자르기 좋게 1팀을 만들어서 '잘하는 판매자 있지, (구두) 정책 내려라'(고 합니다). 문제 생겼잖아요. 폭파시켜 버려요. 다시 2팀을 만들어요."]

이통3사의 구두 정책은 누가 왜 내려보내는 걸까.

본사를 찾아 물어봤습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LGu+ : "그쪽 부서에서도 담당자나... 특정을 먼저 해주시면..."]

본사 업무가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합니다.

[SKT : "본사 직원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찾고 있다고 하거든요."]

추적 끝에, 취재진은 구두 정책을 전달해 온 LG유플러스 직원의 명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속은 본사의 모 영업팀.

[LG유플러스 전략 ○○팀장 : "(○○○ 팀장님 되시죠? KBS 오승목 기자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비밀리에 진행된 '구두정책', 아예 본사에서 시작됐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이 추가로 확인한 SK텔레콤의 이른바 특수마케팅팀.

역시 본사 소속이었고, KT는 본사뿐 아니라 지역본부에도 공식 조직을 뒀습니다.

[KT 전략○○센터장 : "되게 민감한 얘기예요... 홍보 쪽으로 콘택트가 들어오면..."]

[SKT텔레콤 전략○○팀장 :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통화를 계속 해야 하나요?"]

SK텔레콤의 해당 팀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SK텔레콤 전략○○팀장 : "저희는 카톡으로 정책을 내지도 않고요. (시장과열 기준) 30만 원 이내에서 집행하고 있어요."]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SK텔레콤의 구두 정책.

특수마케팅팀을 지칭하는 '특마'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밖에도 취재팀이 확보한 이통3사의 구두정책만 40여 건.

부인과 회피에 급급하던 이통3사.

결국, 본사가 직접 주도한 불법보조금 정책의 실체를 인정했습니다.

[SK텔레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카톡 공지가 되는 경우는 최상위 대리점 일부에만 나가는데 굉장히 드문 일이다..."]

[LG유플러스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경쟁사) 누군가가 이게 이제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

취재진이 이통사의 이른바 '구두정책'을 추적한 이유는 이 구두정책이 바뀔 때마다

단말기값도 바뀌면서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고, 지난 십 수년간 그야말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근본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KBS 취재 이후, 이통사들의 '소비자 우롱'은 멈췄을까.

[휴대전화 판매점주/음성변조 : "KT에서 보내 준 겁니다. 경쟁사들의 정책을 보고 대응차원으로서 문자를 보내주고 있는 겁니다."]

5G로 기기변경을 할 경우 기종별로 47만 원까지 지원금을 준다는 KT의 구두 정책,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 "그동안 여러 차례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형사처벌이라든지 또 영업정지라든 적극적인 행정처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아예 이동통신 3사 대표 차원의 공식 입장과 개선책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 출시로 또 한 번 승부처가 벌어진 상황.

이번엔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끈질긴K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 오광택/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강민수 김석훈 김정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