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인턴자리 요구’ 오보 낸 조선일보…하루 만에 사과한 이유는?

입력 2020.08.29 (17:46) 수정 2020.08.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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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어제 보도가 부정확했다며 오늘 지면에 실은〈바로잡습니다〉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어제 보도가 부정확했다며 오늘 지면에 실은〈바로잡습니다〉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오늘(29일) 신문 2면에 <조민 씨·연세대의료원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하의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전날(28일) 일부 지역에 배달된 신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찾아가 '인턴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가 오보라는 취지입니다.

문제가 된 조선일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내용이 실린 어제(28일)자 조선일보 지면. 출처 : 조선일보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내용이 실린 어제(28일)자 조선일보 지면. 출처 : 조선일보

■ 하루 만에 '오보' 인정한 조선일보…무슨 내용이었기에?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담당 교수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복수의 연세대의료원 고위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내세웠습니다.

사전 조율 없는 조 씨의 일방적 방문이었다면서 의료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직 의사고시도 치르지 않은 학생이 특정 병원, 특정 과를 찾아가 면담 요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조민 씨를 면담했다는 피부과 A 교수가 했다는 말 역시 기사에 실었습니다.

"세브란스에 연고가 없는 조 씨가 갑자기 우려 병원을 찾아와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라고 상급자들에게 말했다면서, A 교수의 말을 따옴표로 인용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최근 정부가 공공의대 신설 등 이른바 '4대 의료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국 의과대학·의전원 졸업 예정자 89%가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있는데, 부산대 의전원 4학년생인 조민 씨는 국가고시 거부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민 씨는 대다수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거부에 나선 상황에서 자기만 인턴을 하겠다며 아버지의 배경과 권위를 내세워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됨으로써 조 씨는 동료 학생들은 물론, 의료계 전체로부터 커다란 비난을 받을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의 일부 지방판에 게재됐다가 이후 다른 판에서는 빠졌지만, SNS를 중심으로 조민 씨에 대한 비난이 확산하는 등 파급력은 컸습니다.

보도 당일(28일) 아침 조국 전 장관이 반박에 나섰습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제 딸은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병원 관계자 누구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라면서 "완벽한 허위 기사"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대응에 나설 뜻도 밝혔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측도 기사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홍보 담당자는 "피부과 교수 전원에게 물어봤는데, 어느 누구도 조민 씨와 연락하거나 보도처럼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선일보 "직접 취재 없이 2차 취재원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

조선일보는 만 하루만인 오늘 보도 경위를 밝혔습니다.

보도 하루 전날인 27일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 지원을 했다"라는 제보를 받았고, 해당 제보 내용을 취재하던 기자가 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와 외부인 등 4명이 식사를 한 자리에서 '조민 씨가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가 피부과 A 교수를 면담했고 그에 따른 의료원 측 고충을 토로하는 대화가 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을 해당 모임 참석자로부터 취재했다는 겁니다.

다른 참석자도 "비슷한 대화 내용이 오갔다"라고 확인해주었고, 이를 근거로 해당 기사가 작성됐다고 조선일보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민 씨와 조 씨를 면담했다는 피부과 교수 A 씨에 대한 취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는 당사자인 1차 취재원이 아닌,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됐다"라면서 "첫 지방판 인쇄 직후 이 기사를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2차 취재원의 증언만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인쇄판부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의 분량은 보통의 경우 두세 문장인데, 이번에는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조선일보가 이번 보도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醫)-정(政) 갈등' 속 나온 조선일보의 오보

조민 씨의 세브란스병원 인턴 지원설은 의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먼저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 의사 커뮤니티 등에 퍼뜨렸고, 이를 본 누군가가 조선일보에 해당 내용을 제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의료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지난 21일 전공의를 시작으로 개원의와 전임의까지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등 의(醫)-정(政)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이런 민감한 시기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인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세브란스병원 인턴 자리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은 의료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처럼 폭발력이 큰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는 당사자 확인도 없이 2차 취재원의 전언만 믿고 단정적인 기사를 작성한 겁니다.

조선일보가 부정확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무리한 보도를 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는 조국 전 장관…'징벌적 손해배상' 언급

조 전 장관은 최근 자신과 가족들 관련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모 언론사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관련자들에게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에 대해 최근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사건과 관련, 조 전 장관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독자가 오해하게 보도한 내용이 있다며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관련 기사에 대한 조정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딸 조민 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와 초인종을 누르는 등 취재 시도를 한 기자에 대해서도 주거 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의 사과문이 게재된 오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고 있는 나라(예컨대, 미국과 영국)에서 이번 조선일보 오보 사태가 발생했다면, 얼마 정도의 배상액이 선고될까 생각해본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약 8천9백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합의된 '미스 리틀 콜로라도' 존베넷 램지 피살사건-CBS 다큐멘터리' 사건 관련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취재와 보도 경위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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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딸 인턴자리 요구’ 오보 낸 조선일보…하루 만에 사과한 이유는?
    • 입력 2020-08-29 17:46:29
    • 수정2020-08-29 18:38:48
    취재K

조선일보가 어제 보도가 부정확했다며 오늘 지면에 실은〈바로잡습니다〉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오늘(29일) 신문 2면에 <조민 씨·연세대의료원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하의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전날(28일) 일부 지역에 배달된 신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찾아가 '인턴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가 오보라는 취지입니다.

문제가 된 조선일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내용이 실린 어제(28일)자 조선일보 지면. 출처 : 조선일보
■ 하루 만에 '오보' 인정한 조선일보…무슨 내용이었기에?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담당 교수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복수의 연세대의료원 고위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내세웠습니다.

사전 조율 없는 조 씨의 일방적 방문이었다면서 의료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직 의사고시도 치르지 않은 학생이 특정 병원, 특정 과를 찾아가 면담 요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조민 씨를 면담했다는 피부과 A 교수가 했다는 말 역시 기사에 실었습니다.

"세브란스에 연고가 없는 조 씨가 갑자기 우려 병원을 찾아와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라고 상급자들에게 말했다면서, A 교수의 말을 따옴표로 인용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최근 정부가 공공의대 신설 등 이른바 '4대 의료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국 의과대학·의전원 졸업 예정자 89%가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있는데, 부산대 의전원 4학년생인 조민 씨는 국가고시 거부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민 씨는 대다수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거부에 나선 상황에서 자기만 인턴을 하겠다며 아버지의 배경과 권위를 내세워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됨으로써 조 씨는 동료 학생들은 물론, 의료계 전체로부터 커다란 비난을 받을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의 일부 지방판에 게재됐다가 이후 다른 판에서는 빠졌지만, SNS를 중심으로 조민 씨에 대한 비난이 확산하는 등 파급력은 컸습니다.

보도 당일(28일) 아침 조국 전 장관이 반박에 나섰습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제 딸은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병원 관계자 누구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라면서 "완벽한 허위 기사"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대응에 나설 뜻도 밝혔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측도 기사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홍보 담당자는 "피부과 교수 전원에게 물어봤는데, 어느 누구도 조민 씨와 연락하거나 보도처럼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선일보 "직접 취재 없이 2차 취재원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

조선일보는 만 하루만인 오늘 보도 경위를 밝혔습니다.

보도 하루 전날인 27일 "조민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 지원을 했다"라는 제보를 받았고, 해당 제보 내용을 취재하던 기자가 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와 외부인 등 4명이 식사를 한 자리에서 '조민 씨가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가 피부과 A 교수를 면담했고 그에 따른 의료원 측 고충을 토로하는 대화가 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을 해당 모임 참석자로부터 취재했다는 겁니다.

다른 참석자도 "비슷한 대화 내용이 오갔다"라고 확인해주었고, 이를 근거로 해당 기사가 작성됐다고 조선일보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민 씨와 조 씨를 면담했다는 피부과 교수 A 씨에 대한 취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는 당사자인 1차 취재원이 아닌,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됐다"라면서 "첫 지방판 인쇄 직후 이 기사를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2차 취재원의 증언만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인쇄판부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의 분량은 보통의 경우 두세 문장인데, 이번에는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조선일보가 이번 보도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醫)-정(政) 갈등' 속 나온 조선일보의 오보

조민 씨의 세브란스병원 인턴 지원설은 의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먼저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 의사 커뮤니티 등에 퍼뜨렸고, 이를 본 누군가가 조선일보에 해당 내용을 제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의료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지난 21일 전공의를 시작으로 개원의와 전임의까지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등 의(醫)-정(政)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이런 민감한 시기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인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세브란스병원 인턴 자리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은 의료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처럼 폭발력이 큰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는 당사자 확인도 없이 2차 취재원의 전언만 믿고 단정적인 기사를 작성한 겁니다.

조선일보가 부정확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무리한 보도를 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는 조국 전 장관…'징벌적 손해배상' 언급

조 전 장관은 최근 자신과 가족들 관련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모 언론사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관련자들에게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에 대해 최근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사건과 관련, 조 전 장관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독자가 오해하게 보도한 내용이 있다며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관련 기사에 대한 조정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딸 조민 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와 초인종을 누르는 등 취재 시도를 한 기자에 대해서도 주거 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의 사과문이 게재된 오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고 있는 나라(예컨대, 미국과 영국)에서 이번 조선일보 오보 사태가 발생했다면, 얼마 정도의 배상액이 선고될까 생각해본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약 8천9백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합의된 '미스 리틀 콜로라도' 존베넷 램지 피살사건-CBS 다큐멘터리' 사건 관련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취재와 보도 경위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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