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눈물로 사과할 때 회장은 그룹 재건 꿈꿔

입력 2020.08.30 (21:22) 수정 2020.08.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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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 기억하십니까.

당시에는 ​ 기내식 업체 공장에 불이 나서 기내식을 제 때 공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해보니,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이 그 무렵 지배력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내식 사업권을 활용해 이면계약까지 했다는데, 자세한 내용 석민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던 2년 전, 직원들은 총수 퇴진을 외쳤습니다.

기내식 공급 차질로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했고, 기내식 없이 운행하기도 하는 혼란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기내식 업체 교체 과정에서 새로 짓던 공장에 불이 나 생긴 일이라는 게 알려진 이윱니다.

["예측을 잘못한 것이 저희들이 큰 실수라고."]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뒤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근본적으로 기내식 업체 변경 자체가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자금난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그룹 유동성 위기로 물러났던 박삼구 회장, 2013년 그룹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 매입에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정진욱/공정위 기업집단국장 : "과다한 차입금, 높은 부채비율, 담보 자산 고갈 등을 이유로 금호고속이 자력으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자금 마련을 위해 수익성 높은 기내식 사업을 활용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이런 정황은 당시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드러나는데, 자신들에게 2천억 원을 투자해야 공급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무산됐고, 금호 아시아나 측은 투자를 약속한 다른 업체에 기내식 공급을 맡깁니다.

2016년 말 이 업체와 30년 공급계약을 맺었고, 몇 달 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고속에 천6백억 원을 투자받습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 투자에 대한 이면 계약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알짜인 기내식 사업권을 사실상 담보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정진욱/공정위 기업집단국장/27일 :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입니다."]

공정위는 320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박삼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공급처 변경일 뿐, 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거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의 판단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KBS 뉴스 석민숩니다.

촬영기자:임동수 권혜미/영상편집:박경상/CG: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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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무원 눈물로 사과할 때 회장은 그룹 재건 꿈꿔
    • 입력 2020-08-30 21:23:13
    • 수정2020-08-31 00:51:29
    뉴스 9
[앵커] 2년 전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 기억하십니까. 당시에는 ​ 기내식 업체 공장에 불이 나서 기내식을 제 때 공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해보니,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이 그 무렵 지배력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내식 사업권을 활용해 이면계약까지 했다는데, 자세한 내용 석민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던 2년 전, 직원들은 총수 퇴진을 외쳤습니다. 기내식 공급 차질로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했고, 기내식 없이 운행하기도 하는 혼란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기내식 업체 교체 과정에서 새로 짓던 공장에 불이 나 생긴 일이라는 게 알려진 이윱니다. ["예측을 잘못한 것이 저희들이 큰 실수라고."]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뒤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근본적으로 기내식 업체 변경 자체가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자금난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그룹 유동성 위기로 물러났던 박삼구 회장, 2013년 그룹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 매입에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정진욱/공정위 기업집단국장 : "과다한 차입금, 높은 부채비율, 담보 자산 고갈 등을 이유로 금호고속이 자력으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자금 마련을 위해 수익성 높은 기내식 사업을 활용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이런 정황은 당시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드러나는데, 자신들에게 2천억 원을 투자해야 공급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무산됐고, 금호 아시아나 측은 투자를 약속한 다른 업체에 기내식 공급을 맡깁니다. 2016년 말 이 업체와 30년 공급계약을 맺었고, 몇 달 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고속에 천6백억 원을 투자받습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 투자에 대한 이면 계약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알짜인 기내식 사업권을 사실상 담보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정진욱/공정위 기업집단국장/27일 :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입니다."] 공정위는 320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박삼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공급처 변경일 뿐, 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거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의 판단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KBS 뉴스 석민숩니다. 촬영기자:임동수 권혜미/영상편집:박경상/CG: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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