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아베 후임’ 내일 낙점?…이시바 ‘지고’ 스가 ‘뜬다’

입력 2020.08.31 (16:00) 수정 2020.08.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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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내일(9월 1일) 차기 총리가 될 당 총재 선출 일정과 방식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총재 선출 방식에 따라 유력 후보 간 유·불리가 극명하게 나뉘게 되는 만큼 진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자민당 내 각 파벌의 합종연횡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9월 17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되며,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말까지입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내일 선출 시기·방식 결정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내일 오전 11시 당사에서 열리는 총무회의에서 새 총재 선출 시기와 방식 등을 결정합니다.

자민당은 현재 당원 투표를 생략하고, 다음 달 14일 오후 도쿄 시내 호텔에서 양원(참·중의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재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긴급한 경우는 소속 국회의원과 각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만 참가하는 '간이 선거'로 대신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당원투표 방식은 재적 국회의원 394표와 당원 표 394표를 더해 합계 788표로 총재를 결정하는 반면에, 양원 총회 방식을 택하면 국회의원 표 394표와 각 도도부현 대표가 3표씩 행사하는 141표를 더해 합계 535표로 총재를 정합니다.

이와 관련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오늘(31일) 기자들을 만나 "당연히 당원 투표를 실시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공백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많은 국민의 요망에 따라 판단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에 타격…'밀실 정치' 비판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은 차기 총재 선거 방식에 관한 결정 등을 일임받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인물입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과거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대결을 벌인 바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경우 유권자 상대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 선호도 1위로 꼽히고 당원 지지 기반도 튼튼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의원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그가 속한 이시바파의 국회의원 수는 19명에 그쳐 양원 총회 방식으로 총재 선거를 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일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자민당) 총재를 선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원 투표를 결합한 방식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아사히(朝日)신문 역시 "당내에서는 간이 선거 방침이 '이시바 뭉개기'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으며, 이시바파의 한 중의원은 '밀실 정치'라고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출이 '간이 선거'로 치러질 경우 출마 의사를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킹 메이커' 만난 스가 급부상

이시바가 지는 사이, 뜬 사람은 아베 정권의 '입' 역할을 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입니다.

스가 장관은 오늘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이 회견은 정부 견해를 설명하는 자리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입장이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쪽으로 처음 뉘앙스가 바뀐 것입니다.

NHK는 스가 장관이 내일 총재 선거 일정 등이 확정된 뒤 공식 출마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파벌에 속하지 않았지만, 7년 8개월간 총리관저의 이인자인 관방장관으로 활동하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측근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당내에 소장·중견 의원 약 30명 정도의 '스가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29일 저녁, 국회의원 47명을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총재 선거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니카이 간사장은 실제로 28일 민영 TBS 방송에 출연해 리더로서 스가 관방장관의 자질을 묻자, "훌륭하다"며 "충분히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기시다, 아베 만나 막판 뒤집기?

스가 관방장관이 급부상하면서 기사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아베 선호도가 낮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이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직후인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천5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정조회장은 이번에도 7.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의 지지를 얻어 또다시 1위에 올랐고, 스가 관방장관이 14.3%의 지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에 기시다 정조회장은 30일 이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특히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을 이끄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간사장과 연쇄 면담을 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특히 오늘 오전에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약 30분 동안 만나 출마 의사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내 입장에선 특정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피하겠다"면서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움직임도 지금부터"라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 입장에선 실망스런 반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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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31 16:00:47
    • 수정2020-08-31 16:19:37
    특파원 리포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내일(9월 1일) 차기 총리가 될 당 총재 선출 일정과 방식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총재 선출 방식에 따라 유력 후보 간 유·불리가 극명하게 나뉘게 되는 만큼 진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자민당 내 각 파벌의 합종연횡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9월 17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되며,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말까지입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내일 선출 시기·방식 결정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내일 오전 11시 당사에서 열리는 총무회의에서 새 총재 선출 시기와 방식 등을 결정합니다.

자민당은 현재 당원 투표를 생략하고, 다음 달 14일 오후 도쿄 시내 호텔에서 양원(참·중의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재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긴급한 경우는 소속 국회의원과 각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만 참가하는 '간이 선거'로 대신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당원투표 방식은 재적 국회의원 394표와 당원 표 394표를 더해 합계 788표로 총재를 결정하는 반면에, 양원 총회 방식을 택하면 국회의원 표 394표와 각 도도부현 대표가 3표씩 행사하는 141표를 더해 합계 535표로 총재를 정합니다.

이와 관련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오늘(31일) 기자들을 만나 "당연히 당원 투표를 실시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공백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많은 국민의 요망에 따라 판단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에 타격…'밀실 정치' 비판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은 차기 총재 선거 방식에 관한 결정 등을 일임받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인물입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과거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대결을 벌인 바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경우 유권자 상대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 선호도 1위로 꼽히고 당원 지지 기반도 튼튼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의원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그가 속한 이시바파의 국회의원 수는 19명에 그쳐 양원 총회 방식으로 총재 선거를 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일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자민당) 총재를 선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원 투표를 결합한 방식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아사히(朝日)신문 역시 "당내에서는 간이 선거 방침이 '이시바 뭉개기'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으며, 이시바파의 한 중의원은 '밀실 정치'라고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출이 '간이 선거'로 치러질 경우 출마 의사를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킹 메이커' 만난 스가 급부상

이시바가 지는 사이, 뜬 사람은 아베 정권의 '입' 역할을 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입니다.

스가 장관은 오늘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이 회견은 정부 견해를 설명하는 자리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입장이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쪽으로 처음 뉘앙스가 바뀐 것입니다.

NHK는 스가 장관이 내일 총재 선거 일정 등이 확정된 뒤 공식 출마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파벌에 속하지 않았지만, 7년 8개월간 총리관저의 이인자인 관방장관으로 활동하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측근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당내에 소장·중견 의원 약 30명 정도의 '스가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29일 저녁, 국회의원 47명을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총재 선거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니카이 간사장은 실제로 28일 민영 TBS 방송에 출연해 리더로서 스가 관방장관의 자질을 묻자, "훌륭하다"며 "충분히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기시다, 아베 만나 막판 뒤집기?

스가 관방장관이 급부상하면서 기사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아베 선호도가 낮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이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직후인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천5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정조회장은 이번에도 7.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의 지지를 얻어 또다시 1위에 올랐고, 스가 관방장관이 14.3%의 지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에 기시다 정조회장은 30일 이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특히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을 이끄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간사장과 연쇄 면담을 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특히 오늘 오전에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약 30분 동안 만나 출마 의사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내 입장에선 특정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피하겠다"면서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움직임도 지금부터"라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시다 정조회장 입장에선 실망스런 반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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