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체육회 대립 심화…책임지지 않는 체육계

입력 2020.08.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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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대립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문체부는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체적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기흥 체육회장을 엄중 경고하고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체육회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지적한 '조사 업무 태만, 스포츠 인권보호 관련 대책 이행 부실' 등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다.

문체부는 산하단체인 체육회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어 체육국장을 이례적으로 보직해임했지만, 즉각적인 체육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 대한체육회 대의원 결의문 "체육회-KOC 분리에 반대"

사흘 후인 오늘(31일) 체육회는 대의원 결의문를 통해 체육회(KSOC)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에 반대했다. 결의문은 신문 광고로도 게재했다. KOC 분리는 문체부가 7월 '최숙현 사건' 청문회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KOC 분리를 통해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엘리트 체육 위주의 체육회를 개편하겠는 것인데, 당시 청문회에서 박정 의원은 '정치적 독립이 필요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고 대한체육회(KSOC)는 준 공공기관으로 들어와서 국회와 정부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회는 결의문에서 국가 체육 정책의 불안감과 불신감을 증폭하고 체육인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문체부의 조치에 잇따라 체육회가 반발하는 모양새이다.

지난해 쇼트트랙 성폭력 사건 이후 실질적 반성과 개혁 없이 올해 철인3종 사건이 터졌다는 지적이 많다.  체육계를 대표하는 정부 부처와 단체가 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도 또 체육계 혁신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체육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 문체부 감사처분서 전달…체육회 반발로 절차만 상당기간 소요

문체부는 사무총장 해임 요구 등을 담은 감사 처분서를 내일까지는 체육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체육회는 1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체육회가 이의 신청을 하면 문체부는 2개월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의신청 절차가 끝나도 실질적인 조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체육회 임원인 사무총장 해임은 대의원 총회 의결사안이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임원은 자진 사퇴가 아니면 대의원 재적 과반수 발의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해임이 가능하다.

체육계에선 체육회가 법적으로 보장된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한다.

문체부는 앞서 "이달 4일 체육회에 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서를 보내고 수차례 답변서 요청에도 체육회가 내부 검토와 법률자문 등을 이유로 지난 27일에야 답변서를 제출해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체육회 현 집행부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다.

최숙현 사건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은 이기흥 체육회장에게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회장은 '사퇴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체육회는 이번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라 과실이 있는 임직원에게 엄격한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징계를 내릴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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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체육회 대립 심화…책임지지 않는 체육계
    • 입력 2020-08-31 16:24:06
    스포츠K

철인 3종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대립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문체부는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체적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기흥 체육회장을 엄중 경고하고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체육회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지적한 '조사 업무 태만, 스포츠 인권보호 관련 대책 이행 부실' 등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다.

문체부는 산하단체인 체육회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어 체육국장을 이례적으로 보직해임했지만, 즉각적인 체육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 대한체육회 대의원 결의문 "체육회-KOC 분리에 반대"

사흘 후인 오늘(31일) 체육회는 대의원 결의문를 통해 체육회(KSOC)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에 반대했다. 결의문은 신문 광고로도 게재했다. KOC 분리는 문체부가 7월 '최숙현 사건' 청문회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KOC 분리를 통해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엘리트 체육 위주의 체육회를 개편하겠는 것인데, 당시 청문회에서 박정 의원은 '정치적 독립이 필요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고 대한체육회(KSOC)는 준 공공기관으로 들어와서 국회와 정부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회는 결의문에서 국가 체육 정책의 불안감과 불신감을 증폭하고 체육인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문체부의 조치에 잇따라 체육회가 반발하는 모양새이다.

지난해 쇼트트랙 성폭력 사건 이후 실질적 반성과 개혁 없이 올해 철인3종 사건이 터졌다는 지적이 많다.  체육계를 대표하는 정부 부처와 단체가 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도 또 체육계 혁신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체육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 문체부 감사처분서 전달…체육회 반발로 절차만 상당기간 소요

문체부는 사무총장 해임 요구 등을 담은 감사 처분서를 내일까지는 체육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체육회는 1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체육회가 이의 신청을 하면 문체부는 2개월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의신청 절차가 끝나도 실질적인 조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체육회 임원인 사무총장 해임은 대의원 총회 의결사안이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임원은 자진 사퇴가 아니면 대의원 재적 과반수 발의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해임이 가능하다.

체육계에선 체육회가 법적으로 보장된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한다.

문체부는 앞서 "이달 4일 체육회에 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서를 보내고 수차례 답변서 요청에도 체육회가 내부 검토와 법률자문 등을 이유로 지난 27일에야 답변서를 제출해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체육회 현 집행부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다.

최숙현 사건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은 이기흥 체육회장에게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회장은 '사퇴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체육회는 이번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라 과실이 있는 임직원에게 엄격한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징계를 내릴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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