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국 대선 경쟁하듯 관례 파괴…트럼프·바이든 누가 더 위기?

입력 2020.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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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로 지목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결 구도가 공식적으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위기감이 큰 걸까요?

미국 정치에서 건강하게 유지됐던 좋은 관례를 깨면서까지 상대를 헐뜯고 있습니다.

벌써 혼탁 과열 선거가 시작된 걸까요?

■ 전당대회 흥행 우려...'찬물 끼얹기' 경쟁

미국 정치에선 상대 당이 전당대회를 할 때는 선거 운동을 자제하며 존중해주는 게 관례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했던 이 관례는 지금의 미국 정치사에선 옛이야기로 밀릴 거 같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고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에 언론과 미국 국민의 관심이 많이 집중되며 세몰이에 도움이 되길 원했을 것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를 찾아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를 찾아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 선거 운동을 자제한다는 관례를 깼습니다.

맞불 연설을 열고, 김 빼기로 대응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네소타주를 방문하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를 돌며 맞불 연설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 국경을 제거하고, 경찰을 없애고, 우리 아이들을 세뇌하고, 우리 영웅들을 비방하며, 우리 에너지를 빼앗으려는 좌익극단주의자들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깨면서, 미국 언론과 국민의 시선과 관심 역시 양쪽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민주당도 관례 깨고 반격...미국 언론 '정치 전통 깨져'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 빼기 타격을 입은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지난달 24일 시작한 공화당의 전당대회 시기를 겨냥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블레이크 사건 이후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치적 이득으로 여기며 더 많은 폭력을 응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코로나19 초기 중국에 맞서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겁을 먹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정치 관례를 무시하는 모습에 미국 언론도 상대 당을 존중하는 전통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존칭' 뺀 오바마 전 대통령...'규정 위반' 논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전당대회 관례만 깨진 게 아닙니다.

미국 정치에선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관례에 따라 하지 않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관례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깨고 나섰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독립혁명박물관을 무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며, 그럴 능력도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자신이 원하는 관심을 얻으려고 활용하는 리얼리티쇼로 취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칭도 없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의 정치 전통까지 깨며 대통령 선거 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찬조 연설은 더욱 논란을 키웠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조 연설을 강행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자유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하면서, 거의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대담하게 주도권을 이끌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불공정한 무역 합의를 바로 잡고,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을 막을 내리게 했고, 중국의 코로나19 은폐와 외교관을 가장한 중국 공산당의 간첩 활동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찬조 연설은 즉각 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미국에선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해치법(Hatch Act)'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한쪽 편을 택하지 말라는 전문을 모든 외교 공관에 보내기도 해 스스로 한 말도 어겼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정치 문화의 발전을 막고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나쁜 관례라면 당연히 없어지는 게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해와 협조가 부족하고 대립과 분열이 쉽게 일어나는 정치 현장에서 그나마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유지됐던 관례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엔 부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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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06:00:23
    글로벌 돋보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로 지목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결 구도가 공식적으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위기감이 큰 걸까요?

미국 정치에서 건강하게 유지됐던 좋은 관례를 깨면서까지 상대를 헐뜯고 있습니다.

벌써 혼탁 과열 선거가 시작된 걸까요?

■ 전당대회 흥행 우려...'찬물 끼얹기' 경쟁

미국 정치에선 상대 당이 전당대회를 할 때는 선거 운동을 자제하며 존중해주는 게 관례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했던 이 관례는 지금의 미국 정치사에선 옛이야기로 밀릴 거 같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고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에 언론과 미국 국민의 관심이 많이 집중되며 세몰이에 도움이 되길 원했을 것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를 찾아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 선거 운동을 자제한다는 관례를 깼습니다.

맞불 연설을 열고, 김 빼기로 대응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네소타주를 방문하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를 돌며 맞불 연설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 국경을 제거하고, 경찰을 없애고, 우리 아이들을 세뇌하고, 우리 영웅들을 비방하며, 우리 에너지를 빼앗으려는 좌익극단주의자들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깨면서, 미국 언론과 국민의 시선과 관심 역시 양쪽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민주당도 관례 깨고 반격...미국 언론 '정치 전통 깨져'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 빼기 타격을 입은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지난달 24일 시작한 공화당의 전당대회 시기를 겨냥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블레이크 사건 이후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치적 이득으로 여기며 더 많은 폭력을 응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코로나19 초기 중국에 맞서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겁을 먹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정치 관례를 무시하는 모습에 미국 언론도 상대 당을 존중하는 전통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존칭' 뺀 오바마 전 대통령...'규정 위반' 논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전당대회 관례만 깨진 게 아닙니다.

미국 정치에선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관례에 따라 하지 않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관례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깨고 나섰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독립혁명박물관을 무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며, 그럴 능력도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자신이 원하는 관심을 얻으려고 활용하는 리얼리티쇼로 취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칭도 없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의 정치 전통까지 깨며 대통령 선거 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찬조 연설은 더욱 논란을 키웠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조 연설을 강행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자유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하면서, 거의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대담하게 주도권을 이끌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불공정한 무역 합의를 바로 잡고,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을 막을 내리게 했고, 중국의 코로나19 은폐와 외교관을 가장한 중국 공산당의 간첩 활동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찬조 연설은 즉각 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미국에선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해치법(Hatch Act)'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한쪽 편을 택하지 말라는 전문을 모든 외교 공관에 보내기도 해 스스로 한 말도 어겼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정치 문화의 발전을 막고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나쁜 관례라면 당연히 없어지는 게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해와 협조가 부족하고 대립과 분열이 쉽게 일어나는 정치 현장에서 그나마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유지됐던 관례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엔 부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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