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중간점검]② 계속되는 ‘전작권 전환용’ 무기도입…목표는 분명할까

입력 2020.09.01 (07:01) 수정 2020.09.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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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조기 전환을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요?

전작권 전환 과정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고, 관련한 공개 논의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전작권 전환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방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 기사로 짚어봅니다.

[연관기사] [전작권 중간점검]①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나…전제 조건 달성률은?

지난 기사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 그 얼개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설정된 과제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또, 이 과제들에 대한 군 내외부의 평가는 어떤지 함께 싣습니다.


결국은 무기 구입…얼마나 더 도입해야

전작권 전환 조건ⓛ과 ②를 합쳐 50개의 큰 과제가 있고 그 아래 200개 안팎의 세부 과제들이 있습니다. 이 과제들은 조건 충족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영역별로 나눠 목록화한 것입니다.

과제 중에는 전쟁기획능력, 연습훈련기획능력 등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하드웨어'와 관련돼 있습니다. 즉,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기와 시설 등을 얼마나 새로 도입해 갖추는지의 문제인 것입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정찰 위성 도입, 탄도탄 작전통제소 성능 개량 등 여러 사업을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군사 능력의 많은 부분이 무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과제 내용이 무기 도입에 치중되는 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목표가 제대로 설정됐는 지입니다.

지난 기사에서도 살펴봤던 것처럼 조건①과 조건②의 과제를 얼마나 충족해야 전작권 전환에 충분한 것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선이 없는 상태입니다. 각 과제에서 요구하는 무기를 도입하면서도 어디까지 들여와야 하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군 내부에서는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결국은 무기를 더 사들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과제별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평가 과제에 관여한 군 관계자는 "지금 설정된 과제들은 한국군의 기존 전력화 계획을 조건①과 조건②로 나눠 묶어놓은 것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평가 과제를 정할 때, 한미 간에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을 바탕으로 과제를 산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건 평가가 이어지면서 세부 과제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지금 과제들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필요한 능력을 확보하는 데 명확한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불분명한 최종 상태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군이 가장 부족한 분야로 정보 능력이 많이 꼽힙니다. 감시·정찰 분야는 미군에 특히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네 가지 영역(작전, 정보, 군수, 통신) 중에 가장 많은 수의 과제가 부여된 것도 정보 분야입니다. 또, 조건②의 네 가지 영역(탐지, 방어, 결심, 격퇴) 중 탐지 부분 역시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징후를 파악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 분야의 과제를 설정할 때 목표, 즉 '최종 상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전력 도입 계획 위주로 나열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령,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독자 능력으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움직임을 몇 분 안에 몇 퍼센트 잡아내겠다'는 최종 목표를 정하고 그에 필요한 능력과 무기를 도출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경우 지금 열거된 과제들을 모두 해낸다고 해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얼마만큼의 작전적 요구를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최종 상태가 불분명하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한국군이 능력을 확보하고, 미군 측에서 보완해줄 능력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논의가 어려운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전작권 전환 후 목표로 하는 '최종 상태'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개념적인 목표보다는 수치화된 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실전과 같은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감시와 대응능력을 구체적으로 도출해 실현 가능한 조건과 평가 기준을 최신화해야 한다"라고주장했습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이 언제까지 어느 수준의 자주 정보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미군의 지원이 계속 필요한 능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예로 정찰 능력을 들었습니다. 한국군이 현재 진행 중인 425 정찰위성 사업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과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초소형 위성으로 가능한 능력 등을 명확히 검증하고 이것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수준에 해당하는지, 미측 보완 능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군에게 '과도한 과제'?

한편, 다른 측면에서 지금 설정된 과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됩니다. 다만 지금은 미군 장군이 맡고 있는 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이 맡도록 지휘 체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렇게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되고, 미국 측 자산 역시 작전에 투입될 것을 감안하면 지금 한국군에 부여된 과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사령부가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제시된 과제들이 과연 적당한 수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 세 가지를 충족하고 평가하는 문제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에서 병행한다던, 코로나19로 미처 다 못하게 됐다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는 무엇일까요?

1단계 기초운용능력(IOC)-2단계 완전운용능력(FOC)-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로 이어지는 평가는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전작권 전환 준비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하는 것과는 별도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미래연합사 임무능력 평가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금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전망은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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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07:01:18
    • 수정2020-09-04 20:40:18
    취재K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조기 전환을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요?

전작권 전환 과정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고, 관련한 공개 논의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전작권 전환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방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 기사로 짚어봅니다.

[연관기사] [전작권 중간점검]①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나…전제 조건 달성률은?

지난 기사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 그 얼개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설정된 과제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또, 이 과제들에 대한 군 내외부의 평가는 어떤지 함께 싣습니다.


결국은 무기 구입…얼마나 더 도입해야

전작권 전환 조건ⓛ과 ②를 합쳐 50개의 큰 과제가 있고 그 아래 200개 안팎의 세부 과제들이 있습니다. 이 과제들은 조건 충족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영역별로 나눠 목록화한 것입니다.

과제 중에는 전쟁기획능력, 연습훈련기획능력 등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하드웨어'와 관련돼 있습니다. 즉,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기와 시설 등을 얼마나 새로 도입해 갖추는지의 문제인 것입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정찰 위성 도입, 탄도탄 작전통제소 성능 개량 등 여러 사업을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군사 능력의 많은 부분이 무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과제 내용이 무기 도입에 치중되는 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목표가 제대로 설정됐는 지입니다.

지난 기사에서도 살펴봤던 것처럼 조건①과 조건②의 과제를 얼마나 충족해야 전작권 전환에 충분한 것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선이 없는 상태입니다. 각 과제에서 요구하는 무기를 도입하면서도 어디까지 들여와야 하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군 내부에서는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결국은 무기를 더 사들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과제별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평가 과제에 관여한 군 관계자는 "지금 설정된 과제들은 한국군의 기존 전력화 계획을 조건①과 조건②로 나눠 묶어놓은 것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평가 과제를 정할 때, 한미 간에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을 바탕으로 과제를 산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건 평가가 이어지면서 세부 과제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지금 과제들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필요한 능력을 확보하는 데 명확한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불분명한 최종 상태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군이 가장 부족한 분야로 정보 능력이 많이 꼽힙니다. 감시·정찰 분야는 미군에 특히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네 가지 영역(작전, 정보, 군수, 통신) 중에 가장 많은 수의 과제가 부여된 것도 정보 분야입니다. 또, 조건②의 네 가지 영역(탐지, 방어, 결심, 격퇴) 중 탐지 부분 역시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징후를 파악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 분야의 과제를 설정할 때 목표, 즉 '최종 상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전력 도입 계획 위주로 나열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령,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독자 능력으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움직임을 몇 분 안에 몇 퍼센트 잡아내겠다'는 최종 목표를 정하고 그에 필요한 능력과 무기를 도출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경우 지금 열거된 과제들을 모두 해낸다고 해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얼마만큼의 작전적 요구를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최종 상태가 불분명하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한국군이 능력을 확보하고, 미군 측에서 보완해줄 능력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논의가 어려운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전작권 전환 후 목표로 하는 '최종 상태'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개념적인 목표보다는 수치화된 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실전과 같은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감시와 대응능력을 구체적으로 도출해 실현 가능한 조건과 평가 기준을 최신화해야 한다"라고주장했습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이 언제까지 어느 수준의 자주 정보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미군의 지원이 계속 필요한 능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예로 정찰 능력을 들었습니다. 한국군이 현재 진행 중인 425 정찰위성 사업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과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초소형 위성으로 가능한 능력 등을 명확히 검증하고 이것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수준에 해당하는지, 미측 보완 능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군에게 '과도한 과제'?

한편, 다른 측면에서 지금 설정된 과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됩니다. 다만 지금은 미군 장군이 맡고 있는 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이 맡도록 지휘 체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렇게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되고, 미국 측 자산 역시 작전에 투입될 것을 감안하면 지금 한국군에 부여된 과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사령부가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제시된 과제들이 과연 적당한 수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 세 가지를 충족하고 평가하는 문제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에서 병행한다던, 코로나19로 미처 다 못하게 됐다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는 무엇일까요?

1단계 기초운용능력(IOC)-2단계 완전운용능력(FOC)-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로 이어지는 평가는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전작권 전환 준비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하는 것과는 별도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미래연합사 임무능력 평가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금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전망은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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