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녀’에 1억 손배 청구한 제주도?…재판 날짜조차 안 잡혀

입력 2020.09.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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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뒤 제주도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온천 방문 사실을 숨긴 제주 목회자 부부로 인한 제주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발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지 어느덧 반년째에 접어든 '강남 모녀' 소송은, 아직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제주지법에 미국 유학생 강남 모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제출한 제주도. (출처: 제주도)제주지법에 미국 유학생 강남 모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제출한 제주도. (출처: 제주도)

강남 모녀 손해배상 소송, 아직 시작조차 안 돼

지난 3월 제주에 여행 온 미국 유학생 모녀, 이른바 '강남 모녀'는 제주 여행 당일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4박 5일 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제주도 역학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제주에 오기 닷새 전 미국에서 입국해 정부의 '자가격리 권고 대상'이었지만 여행을 이어간 건데, 이들로 인해 제주 안팎에서 90여 명이 자가격리됐습니다.

결국, 제주도는 강남 모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만 1억 3,200만 원. 지난 3월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으로 영업폐쇄 등의 피해를 본 업체와 도민 등 4명도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방역 지침을 어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달라는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무시하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요즘. '강남 모녀' 소송의 진행 상황을 묻는 네티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소송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강남 모녀에게 아직 답변서도 못 받아"

손해배상 소송 절차는 이렇습니다.

제주도가 제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이 소장을 전달받은 피고, 즉 강남 모녀 측은 이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자신들은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답변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재판 날짜, 즉 '변론 기일'을 잡게 됩니다. 적게는 두세 차례의 재판이 열린 뒤에 비로소 판결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강남 모녀' 소송은 아직 소장 제출 단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는 "아직 강남 모녀 측으로부터 답변서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답변서를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법원에서 변론 기일을 잡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소송도 줄줄이 밀려있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직 재판 일자도 잡히지 않아 '잘못이 있다, 없다'를 다투는 단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강남구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어렵다고 답한 청와대 (출처: 청와대 SNS)강남구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어렵다고 답한 청와대 (출처: 청와대 SNS)

두 번째 사례, 안산시 확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강남 모녀'에 이어 두 번째 손해배상 사례가 됐던 경기도 안산시 확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진자의 답변서가 오지 않아 여전히 소장 제출 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태입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미열 증상을 보였고, 제주에 입도한 다음 날부터 몸살 증세를 보였지만 해열제를 복용하며 관광을 강행했습니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제주도는 이 확진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9일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제주 목회자 부부가 다녀간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탄산온천 (출처: 연합뉴스)제주 목회자 부부가 다녀간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탄산온천 (출처: 연합뉴스)

온천 방문 이력 숨긴 목회자 부부…제주도 손해배상 검토 중

온천 방문 사실을 숨겨 코로나19 확산세를 키운 제주 목회자 부부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제주 29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16일 설교차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새빛교회에 방문했다 감염된 제주 지역 목회자입니다. 이 목회자의 아내도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은 애초 역학조사 때 진술과 달리 지난달(8월) 23일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탄산온천에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목회자 부부로 인한 산방산탄산온천 관련 확진자는 4명으로 늘어난 상황. 추가 확진자 중 일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제주 지역 대형 마트와 영화관 등을 다녀가며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온천에서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목회자 부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형사 고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린 분위기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담당 보건소에 제주도의 형사 고발 의지를 전달한 바 있다"며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3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담당 보건소는 "목회자 부부가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 고발은 어려울 수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n번째' 손해배상 청구 사례 나와선 안 돼

목회자 부부에게까지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되면 제주 지역에선 세 번째 사례입니다.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아 제주 지역에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세 번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주도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또 다른 'n번째' 손해배상 청구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시민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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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모녀’에 1억 손배 청구한 제주도?…재판 날짜조차 안 잡혀
    • 입력 2020-09-01 07:01:18
    취재K
코로나19 확진 뒤 제주도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온천 방문 사실을 숨긴 제주 목회자 부부로 인한 제주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발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지 어느덧 반년째에 접어든 '강남 모녀' 소송은, 아직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제주지법에 미국 유학생 강남 모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제출한 제주도. (출처: 제주도)
강남 모녀 손해배상 소송, 아직 시작조차 안 돼

지난 3월 제주에 여행 온 미국 유학생 모녀, 이른바 '강남 모녀'는 제주 여행 당일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4박 5일 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제주도 역학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제주에 오기 닷새 전 미국에서 입국해 정부의 '자가격리 권고 대상'이었지만 여행을 이어간 건데, 이들로 인해 제주 안팎에서 90여 명이 자가격리됐습니다.

결국, 제주도는 강남 모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만 1억 3,200만 원. 지난 3월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으로 영업폐쇄 등의 피해를 본 업체와 도민 등 4명도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방역 지침을 어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달라는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무시하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요즘. '강남 모녀' 소송의 진행 상황을 묻는 네티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소송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강남 모녀에게 아직 답변서도 못 받아"

손해배상 소송 절차는 이렇습니다.

제주도가 제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이 소장을 전달받은 피고, 즉 강남 모녀 측은 이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자신들은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답변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재판 날짜, 즉 '변론 기일'을 잡게 됩니다. 적게는 두세 차례의 재판이 열린 뒤에 비로소 판결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강남 모녀' 소송은 아직 소장 제출 단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는 "아직 강남 모녀 측으로부터 답변서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답변서를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법원에서 변론 기일을 잡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소송도 줄줄이 밀려있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직 재판 일자도 잡히지 않아 '잘못이 있다, 없다'를 다투는 단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강남구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어렵다고 답한 청와대 (출처: 청와대 SNS)
두 번째 사례, 안산시 확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강남 모녀'에 이어 두 번째 손해배상 사례가 됐던 경기도 안산시 확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진자의 답변서가 오지 않아 여전히 소장 제출 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태입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미열 증상을 보였고, 제주에 입도한 다음 날부터 몸살 증세를 보였지만 해열제를 복용하며 관광을 강행했습니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제주도는 이 확진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9일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제주 목회자 부부가 다녀간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탄산온천 (출처: 연합뉴스)
온천 방문 이력 숨긴 목회자 부부…제주도 손해배상 검토 중

온천 방문 사실을 숨겨 코로나19 확산세를 키운 제주 목회자 부부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제주 29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16일 설교차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새빛교회에 방문했다 감염된 제주 지역 목회자입니다. 이 목회자의 아내도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은 애초 역학조사 때 진술과 달리 지난달(8월) 23일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탄산온천에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목회자 부부로 인한 산방산탄산온천 관련 확진자는 4명으로 늘어난 상황. 추가 확진자 중 일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제주 지역 대형 마트와 영화관 등을 다녀가며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온천에서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목회자 부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형사 고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린 분위기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담당 보건소에 제주도의 형사 고발 의지를 전달한 바 있다"며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3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담당 보건소는 "목회자 부부가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 고발은 어려울 수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n번째' 손해배상 청구 사례 나와선 안 돼

목회자 부부에게까지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되면 제주 지역에선 세 번째 사례입니다.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아 제주 지역에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세 번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주도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또 다른 'n번째' 손해배상 청구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시민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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