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때문에 경제 파탄?…상인들은 “교회 상대 소송”

입력 2020.09.01 (09:56) 수정 2020.09.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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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 비대위'라는 이름의 단체가 주도한 행사였습니다. 참여자들의 면면을 볼까요. 우선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8·15 비대위' 관계자들이 있고요.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 "정부와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의 방역 조치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19 방역을 바이러스 제로화에 몰입하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질병관리본부에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 19 종식을 목표로 하는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단 주장이었습니다.

지난 1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방역 단계는 상향됐습니다. 이들은 이로 인해 손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대면 사업 관련'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비대위'는 "지금 문재인 정부와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방역 조치는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는 줄일 수 있지만 수백만 명을 파산자와 아사자로 만들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역 지침도 8월 15일 전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 마디로 "방역 때문에 소상공인의 경제난이 심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의 방역을 "거친 방역"이라고 표현하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쏟아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굵고 짧게 잘 마쳐야 피해도 최소한"

하지만 방역 당국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경제적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제(8월 31일)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생업의 피해와 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이번 방역조치를 이행해 주시는 국민과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송구하다"면서도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굵고 짧게 잘 마쳐야 방역의 효과도 낼 수 있고,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 인해 '나와 소중한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이웃과 직장 동료의 안전을 도모하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의 생업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습니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 비대위'의 구호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 비대위'의 구호

■ "정부는 정치 방역…적어도 지난 19일 이전의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와 무관"

'비대위'는 어제(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또 한 가지 주장을 내놨습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피해자라는 내용입니다. 요약하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원인이 된 코로나 19 확산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린다는 겁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을 '정치 방역'이라고 주장합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코로나 슈퍼 전파자처럼 취급하며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고 검사를 강요하고 불응 시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정부가 위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코로나 19 잠복기를 고려하면 지난 13일 이후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는 휴가철의 많은 이동과 느슨해진 방역 의식과 관련 있다"면서 "적어도 지난 19일 이전의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광화문 집회 당시 마스크를 턱에 걸고 있는 시민광화문 집회 당시 마스크를 턱에 걸고 있는 시민

■ "책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돼"…사랑제일교회 인근 상인들 손해배상 소송 준비

직장인 이현석 씨는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정부가 광화문 집회를 하기 전에 코로나 19가 확산할 것을 걱정해 (집회를) 말렸는데 (집회를) 강행을 해서 사달이 난 거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방역 강화로 경제가 파탄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잘못을 오히려 정부에 전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광화문 집회 당시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등 방역지침을 어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방역지침 위반 등의 이유로 집회 현장에서 체포된 참가자가 30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3명은 심지어 이미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이었습니다. 3명 가운데 한 명은 지난달 18일 결국 확진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집회 현장에 나갔던 경찰관 7천여 명 등 많은 시민이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았습니다. 집회 참가자에 의한 'N 차 전파'로 인해 확진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오고도 그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의 한 40대 여성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다 자녀 2명과 회사 동료 5명이 확진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여성으로 인해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경남 창원시는 이 여성을 형사 고발하고 치료비·검사비 등의 이유로 3억 원의 구상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 씨.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주 씨와 주 씨 남편의 동선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절 집회의 한 축이었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자가격리 기간 강남의 한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등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사랑제일교회 인근 소상공인들은 참다못해 교회 측에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습니다. 교회 측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전가해 영업 손실 등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입니다. 장위 전통시장 내 60여 개 점포 전원이 소송에 참여하는 등 주변 160여 개 점포 가운데 120여 개 점포가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소상공인을 걱정하는 보수단체. 정작 이 상인들의 한숨과 눈물은 보이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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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때문에 경제 파탄?…상인들은 “교회 상대 소송”
    • 입력 2020-09-01 09:56:27
    • 수정2020-09-01 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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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 비대위'라는 이름의 단체가 주도한 행사였습니다. 참여자들의 면면을 볼까요. 우선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8·15 비대위' 관계자들이 있고요.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 "정부와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의 방역 조치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19 방역을 바이러스 제로화에 몰입하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질병관리본부에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 19 종식을 목표로 하는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단 주장이었습니다.

지난 1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방역 단계는 상향됐습니다. 이들은 이로 인해 손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대면 사업 관련'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비대위'는 "지금 문재인 정부와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방역 조치는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는 줄일 수 있지만 수백만 명을 파산자와 아사자로 만들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역 지침도 8월 15일 전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 마디로 "방역 때문에 소상공인의 경제난이 심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의 방역을 "거친 방역"이라고 표현하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쏟아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굵고 짧게 잘 마쳐야 피해도 최소한"

하지만 방역 당국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경제적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제(8월 31일)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생업의 피해와 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이번 방역조치를 이행해 주시는 국민과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송구하다"면서도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굵고 짧게 잘 마쳐야 방역의 효과도 낼 수 있고,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 인해 '나와 소중한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이웃과 직장 동료의 안전을 도모하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의 생업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습니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 비대위'의 구호
■ "정부는 정치 방역…적어도 지난 19일 이전의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와 무관"

'비대위'는 어제(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또 한 가지 주장을 내놨습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피해자라는 내용입니다. 요약하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원인이 된 코로나 19 확산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린다는 겁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을 '정치 방역'이라고 주장합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코로나 슈퍼 전파자처럼 취급하며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고 검사를 강요하고 불응 시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정부가 위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코로나 19 잠복기를 고려하면 지난 13일 이후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는 휴가철의 많은 이동과 느슨해진 방역 의식과 관련 있다"면서 "적어도 지난 19일 이전의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광화문 집회 당시 마스크를 턱에 걸고 있는 시민
■ "책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돼"…사랑제일교회 인근 상인들 손해배상 소송 준비

직장인 이현석 씨는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정부가 광화문 집회를 하기 전에 코로나 19가 확산할 것을 걱정해 (집회를) 말렸는데 (집회를) 강행을 해서 사달이 난 거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방역 강화로 경제가 파탄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잘못을 오히려 정부에 전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광화문 집회 당시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등 방역지침을 어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방역지침 위반 등의 이유로 집회 현장에서 체포된 참가자가 30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3명은 심지어 이미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이었습니다. 3명 가운데 한 명은 지난달 18일 결국 확진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집회 현장에 나갔던 경찰관 7천여 명 등 많은 시민이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았습니다. 집회 참가자에 의한 'N 차 전파'로 인해 확진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오고도 그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의 한 40대 여성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다 자녀 2명과 회사 동료 5명이 확진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여성으로 인해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경남 창원시는 이 여성을 형사 고발하고 치료비·검사비 등의 이유로 3억 원의 구상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 씨.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주 씨와 주 씨 남편의 동선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절 집회의 한 축이었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자가격리 기간 강남의 한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등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사랑제일교회 인근 소상공인들은 참다못해 교회 측에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습니다. 교회 측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전가해 영업 손실 등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입니다. 장위 전통시장 내 60여 개 점포 전원이 소송에 참여하는 등 주변 160여 개 점포 가운데 120여 개 점포가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소상공인을 걱정하는 보수단체. 정작 이 상인들의 한숨과 눈물은 보이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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