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검찰, 25년 전쟁…이재용 승계의 마지막 분기점

입력 2020.09.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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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정 합병·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됐습니다.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은 순탄했던 적이 없습니다. 과정마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그 승계 과정은 법정 위에서 판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따져보면 25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삼성 승계'와 연결돼 있던 검찰 수사를 따라가 봅니다.

■시작은 1996년...'에버랜드 사건'

2000년 6월 곽노현 당시 방송통신대 교수 등 전국에 있는 법학과 교수 43명이 고발한 사건이 있습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입니다. 1996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등에게 에버랜드 사모전환사채(CB)를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을 2000년에 고발한 겁니다. 한 마디로 이때는 '편법 상속' 의혹이었습니다.

이 수사부터 짧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처분은 배임 공소시효(7년) 직전인 2003년 12월에야 이뤄졌습니다. 후에 검찰총장이 된 채동욱 당시 특수2부장검사는 삼성 임원진 2명만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이 대상이었습니다. 이게 검찰의 '삼성 승계'에 대한 첫 수사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이건희 회장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당시 그룹 차원의 지시나 공모행위가 있었는지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국 결과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2007년 '김용철 폭로'에 특검...결국 대법원 무죄

2003년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 사건은 1심과 2심까지 거칩니다. 이때가 2007년 5월입니다.

그리고 2007년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전 삼성 법무팀장이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전직 삼성 간부의 폭로가 '에버랜드 사건'의 새 국면을 만든 겁니다.

수차례 기자회견을 더해 결국 '특검' 수사가 이끌어졌습니다. 그렇게 2008년 1월 출범한 게 조준웅 특검팀입니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등 핵심 경영진을 소환했고, 결국 이건희 회장까지 소환합니다. 그리고 2008년 4월 특검 출범 99일이 되는 날 결국 이건희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2009년 이건희 회장은 대법원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받게 된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이 인수청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게 대법원의 취지였습니다.

■2016년 또 '특검'...이재용 구속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삼성 승계' 논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된 이후 또 검찰의 수사망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실마리는 '국정농단' 뇌물 수사였습니다. '삼성 승계'와 직결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이 출범해 수사를 착수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이재용 부회장에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2월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렇게 이재용 부회장은 구치소에 입감됐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최종 판단에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달라는 배경 속에 뇌물을 준 것으로 처벌이 확정된다면, 2009년 대법원 판단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삼성의 패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바'에서 튀어 오른 승계 논란

이제야 이번 수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단초는 '삼바', 삼성바이오로직스였습니다.

삼바 수사는 '삼성 승계' 수사가 아니라 '분식회계' 수사로 출발했습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한 겁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수사 규모를 '삼성 승계'로 키웠습니다. 회계부정의 배경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고, 그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를 끌어올리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커집니다. 이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게 되는 구조라는 게 검찰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재용 기소...25년 '전쟁' 지속

결국, 검찰은 오늘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했습니다.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사회 단계 △주주총회 단계 △ 주주총회 이후 단계에서 각각 위법행위가 수차례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 위법행위의 배경에는 '삼성 승계'가 있다는 게 검찰의 결론입니다.

검찰이 오늘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는 데만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1996년부터 이어져 온 검찰과 삼성의 장기간 '전쟁'을 비춰보면 수사와 재판이 짧게 끝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수사도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법정에서 또다시 검찰과 삼성 측은 맞붙을 예정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려면 또 긴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이 삼성 승계를 둘러싼 검찰과 삼성의 마지막 '전쟁'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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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VS 검찰, 25년 전쟁…이재용 승계의 마지막 분기점
    • 입력 2020-09-01 15:46:22
    취재K
'삼성 부정 합병·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됐습니다.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은 순탄했던 적이 없습니다. 과정마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그 승계 과정은 법정 위에서 판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따져보면 25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삼성 승계'와 연결돼 있던 검찰 수사를 따라가 봅니다.

■시작은 1996년...'에버랜드 사건'

2000년 6월 곽노현 당시 방송통신대 교수 등 전국에 있는 법학과 교수 43명이 고발한 사건이 있습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입니다. 1996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등에게 에버랜드 사모전환사채(CB)를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을 2000년에 고발한 겁니다. 한 마디로 이때는 '편법 상속' 의혹이었습니다.

이 수사부터 짧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처분은 배임 공소시효(7년) 직전인 2003년 12월에야 이뤄졌습니다. 후에 검찰총장이 된 채동욱 당시 특수2부장검사는 삼성 임원진 2명만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이 대상이었습니다. 이게 검찰의 '삼성 승계'에 대한 첫 수사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이건희 회장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당시 그룹 차원의 지시나 공모행위가 있었는지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국 결과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2007년 '김용철 폭로'에 특검...결국 대법원 무죄

2003년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 사건은 1심과 2심까지 거칩니다. 이때가 2007년 5월입니다.

그리고 2007년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전 삼성 법무팀장이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전직 삼성 간부의 폭로가 '에버랜드 사건'의 새 국면을 만든 겁니다.

수차례 기자회견을 더해 결국 '특검' 수사가 이끌어졌습니다. 그렇게 2008년 1월 출범한 게 조준웅 특검팀입니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등 핵심 경영진을 소환했고, 결국 이건희 회장까지 소환합니다. 그리고 2008년 4월 특검 출범 99일이 되는 날 결국 이건희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2009년 이건희 회장은 대법원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받게 된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이 인수청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게 대법원의 취지였습니다.

■2016년 또 '특검'...이재용 구속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삼성 승계' 논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된 이후 또 검찰의 수사망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실마리는 '국정농단' 뇌물 수사였습니다. '삼성 승계'와 직결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이 출범해 수사를 착수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이재용 부회장에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2월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렇게 이재용 부회장은 구치소에 입감됐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최종 판단에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달라는 배경 속에 뇌물을 준 것으로 처벌이 확정된다면, 2009년 대법원 판단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삼성의 패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바'에서 튀어 오른 승계 논란

이제야 이번 수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단초는 '삼바', 삼성바이오로직스였습니다.

삼바 수사는 '삼성 승계' 수사가 아니라 '분식회계' 수사로 출발했습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한 겁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수사 규모를 '삼성 승계'로 키웠습니다. 회계부정의 배경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고, 그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를 끌어올리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커집니다. 이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게 되는 구조라는 게 검찰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재용 기소...25년 '전쟁' 지속

결국, 검찰은 오늘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했습니다.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사회 단계 △주주총회 단계 △ 주주총회 이후 단계에서 각각 위법행위가 수차례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 위법행위의 배경에는 '삼성 승계'가 있다는 게 검찰의 결론입니다.

검찰이 오늘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는 데만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1996년부터 이어져 온 검찰과 삼성의 장기간 '전쟁'을 비춰보면 수사와 재판이 짧게 끝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수사도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법정에서 또다시 검찰과 삼성 측은 맞붙을 예정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려면 또 긴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이 삼성 승계를 둘러싼 검찰과 삼성의 마지막 '전쟁'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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