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 박사 논문서 ‘5·16 혁명’…“실수, 주의하겠다”

입력 2020.09.01 (18:33) 수정 2020.09.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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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서욱 육군참모총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 중 하나는 '박사 학위'입니다. 지난달 28일 후보 지명 직후 청와대와 육군에서 배포한 공식 프로필 학력에는 국방대학교 석사까지만 기재돼 있는데 사실 서 후보자는 사단장 시절인 2015년 경남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서욱 후보자, 2015년 '작전통제권 환수' 관련 논문 발표

서 후보자가 2015년 6월 발표한 박사 논문 주제는 '작전통제권 환수'입니다. 〈동맹 모델과 한국의 작전통제권 환수정책-노태우·노무현 정부의 비교-〉라는 제목으로 238쪽에 달하는 긴 논문입니다. 서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노태우 정부의 평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책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번 신임 국방부 장관 인사를 두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속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았는데, 서 후보자가 이 분야의 실무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전문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

서 후보자는 논문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첫째,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행사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행위를 주도할 수 있게 되고, 둘째, 군사력 운용의 자율권을 확보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도발 시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와 한국군 군사력 건설과 배치, 운용 역시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 후보자의 논문은 기본적으로 작전통제권의 환수 또는 전환 추진이 가능했던 요인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역사적 배경을 기술한 부분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바로 '5·16 혁명' 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에 '5·16 혁명' 두 차례 등장

서 후보자는 논문의 서론에서 한국의 작전통제권 변화를 설명하면서 1960년 발생한 '5·16군사정변'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5.16 군사정변은 실제 1961년에 발생했지만 논문에는 1960년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유엔군사령관에 귀속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역사적으로 일곱 차례 변화를 거쳐 왔다. 첫 번째는 1960년 한국 군부가 5·16 혁명을 일으킨 과정에서 일부 한국군 부대를 유엔군사령관 허락 없이 정권장악에 사용한 사례이다." (서욱 박사논문, 5쪽)

'5·16 혁명'이라는 표현은 또 한 번 등장합니다.

"한미동맹 역사에 있어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일곱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 박정희 정부 시기 5·16 혁명으로 인한 일부 부대의 작전통제권 환수와 주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행사, …" (서욱 박사논문, 7쪽)

서 후보자는 박사논문에서 이렇게 두 차례 '5·16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5·16에 대해서는 여러 역사적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 한국사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5·16혁명'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서 후보자의 박사 논문은 2015년에 발표됐기 때문에 "옛날에는 그랬다." 라고 하기엔 너무 '최근'입니다.


"5·16에 내려져 있는 역사적 판단이 무엇입니까?"

"5·16 군사쿠데타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다 정립되어 있고 공식화된 건데 답변하기가 힘들어요?"
"5·16에 대해서 내려져 있는 역사적 판단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2015년 10월 5일 이순진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야당 국방위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순진 후보자를 향해 5·16에 대한 생각을 거칠게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2001년 작성한 한국 민군관계에 대한 석사 논문에서 5·16을 군사혁명으로 지칭하고 군의 강력한 권위주의를 산업화의 기반으로 표현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히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 후보자가 이에 대해 "역사적 판단에 맡기겠다.", "합참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대해 명확한 소신을 갖겠다."라는 말로 정확한 답변을 피하자,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은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혁명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군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순진 전 의장은 이번 신임 국방장관 인사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5·16은 혁명'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현 정부의 역사의식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뿐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5·16 혁명'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이 됐고,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시절 많은 인사가 청문회에서 5·16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제 같은 질문을, 차기 국방 수장으로 지명된 서욱 후보자에게도 던질 수 있겠죠. 5·16에 대한 서 후보자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 서욱 "표기상 실수", '쿠데타' 표현도 8차례

서욱 후보자 측은 KBS의 질의에 "박사 학위 논문에 '5·16 혁명'이라고 쓴 건 단순 기재상의 실수"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논문에 '5·16 쿠데타'라는 표현도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5·16 혁명'이라고 쓴 건 두 번이고, 논문의 중간 부분에서 '쿠데타'라는 표현을 여덟 번 썼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 후보자의 논문을 보면 89쪽, 90쪽, 97쪽에 걸쳐 5·16을 '군사쿠데타'라고 칭한 표현이 일곱 번 등장합니다. '박정희 소장의 군사 쿠데타', '5·16 군사쿠데타'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또, 103쪽에는 "당시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부가…"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서 후보자 측은 "'5.16 군사정변'은 엄연한 군사정변이며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에 동의한다."라고 분명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또, "앞으로 용어 사용 시에 주의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서 후보자가 박사 학위를 공식 이력에 포함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서 후보자 측은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발표에서 제외됐을 뿐이라며, 박사 학위 취득 사실을 어제(8월 31일) 군 내 시스템에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서 후보자는 박사 학위 취득 전후인 2014년 4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경기도 양주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25사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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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18:33:40
    • 수정2020-09-01 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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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서욱 육군참모총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 중 하나는 '박사 학위'입니다. 지난달 28일 후보 지명 직후 청와대와 육군에서 배포한 공식 프로필 학력에는 국방대학교 석사까지만 기재돼 있는데 사실 서 후보자는 사단장 시절인 2015년 경남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서욱 후보자, 2015년 '작전통제권 환수' 관련 논문 발표

서 후보자가 2015년 6월 발표한 박사 논문 주제는 '작전통제권 환수'입니다. 〈동맹 모델과 한국의 작전통제권 환수정책-노태우·노무현 정부의 비교-〉라는 제목으로 238쪽에 달하는 긴 논문입니다. 서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노태우 정부의 평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책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번 신임 국방부 장관 인사를 두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속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았는데, 서 후보자가 이 분야의 실무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전문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
서 후보자는 논문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첫째,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행사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행위를 주도할 수 있게 되고, 둘째, 군사력 운용의 자율권을 확보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도발 시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와 한국군 군사력 건설과 배치, 운용 역시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 후보자의 논문은 기본적으로 작전통제권의 환수 또는 전환 추진이 가능했던 요인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역사적 배경을 기술한 부분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바로 '5·16 혁명' 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에 '5·16 혁명' 두 차례 등장

서 후보자는 논문의 서론에서 한국의 작전통제권 변화를 설명하면서 1960년 발생한 '5·16군사정변'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5.16 군사정변은 실제 1961년에 발생했지만 논문에는 1960년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유엔군사령관에 귀속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역사적으로 일곱 차례 변화를 거쳐 왔다. 첫 번째는 1960년 한국 군부가 5·16 혁명을 일으킨 과정에서 일부 한국군 부대를 유엔군사령관 허락 없이 정권장악에 사용한 사례이다." (서욱 박사논문, 5쪽)

'5·16 혁명'이라는 표현은 또 한 번 등장합니다.

"한미동맹 역사에 있어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일곱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 박정희 정부 시기 5·16 혁명으로 인한 일부 부대의 작전통제권 환수와 주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행사, …" (서욱 박사논문, 7쪽)

서 후보자는 박사논문에서 이렇게 두 차례 '5·16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5·16에 대해서는 여러 역사적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 한국사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5·16혁명'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서 후보자의 박사 논문은 2015년에 발표됐기 때문에 "옛날에는 그랬다." 라고 하기엔 너무 '최근'입니다.


"5·16에 내려져 있는 역사적 판단이 무엇입니까?"

"5·16 군사쿠데타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다 정립되어 있고 공식화된 건데 답변하기가 힘들어요?"
"5·16에 대해서 내려져 있는 역사적 판단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2015년 10월 5일 이순진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야당 국방위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순진 후보자를 향해 5·16에 대한 생각을 거칠게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2001년 작성한 한국 민군관계에 대한 석사 논문에서 5·16을 군사혁명으로 지칭하고 군의 강력한 권위주의를 산업화의 기반으로 표현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히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 후보자가 이에 대해 "역사적 판단에 맡기겠다.", "합참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대해 명확한 소신을 갖겠다."라는 말로 정확한 답변을 피하자, 문재인 당시 국방위원은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혁명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군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순진 전 의장은 이번 신임 국방장관 인사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5·16은 혁명'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현 정부의 역사의식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뿐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5·16 혁명'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이 됐고,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시절 많은 인사가 청문회에서 5·16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제 같은 질문을, 차기 국방 수장으로 지명된 서욱 후보자에게도 던질 수 있겠죠. 5·16에 대한 서 후보자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 서욱 "표기상 실수", '쿠데타' 표현도 8차례

서욱 후보자 측은 KBS의 질의에 "박사 학위 논문에 '5·16 혁명'이라고 쓴 건 단순 기재상의 실수"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논문에 '5·16 쿠데타'라는 표현도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5·16 혁명'이라고 쓴 건 두 번이고, 논문의 중간 부분에서 '쿠데타'라는 표현을 여덟 번 썼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 후보자의 논문을 보면 89쪽, 90쪽, 97쪽에 걸쳐 5·16을 '군사쿠데타'라고 칭한 표현이 일곱 번 등장합니다. '박정희 소장의 군사 쿠데타', '5·16 군사쿠데타'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또, 103쪽에는 "당시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부가…"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서 후보자 측은 "'5.16 군사정변'은 엄연한 군사정변이며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에 동의한다."라고 분명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또, "앞으로 용어 사용 시에 주의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서 후보자가 박사 학위를 공식 이력에 포함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서 후보자 측은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발표에서 제외됐을 뿐이라며, 박사 학위 취득 사실을 어제(8월 31일) 군 내 시스템에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서 후보자는 박사 학위 취득 전후인 2014년 4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경기도 양주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25사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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