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박성민 “어느 시댄데 여대생?…송곳 역할하겠다”

입력 2020.09.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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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 전당대회로 선출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새 지도부 가운데 '깜짝 인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박성민 최고위원 내정자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날 밤, 이낙연 대표는 박 내정자에게 직접 전화해 지명직 최고위원을 제안했습니다.

올해 25살,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어제 오늘, 그를 '여대생'이라고 지칭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감수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남대생'이란 말은 안 쓰잖아요."


■ "젠더 문제는 '기본'…주머니 속 송곳 역할 하겠다"

박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성과 청년, 소수자 문제에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특히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당시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박 시장님을 추모하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신상 유포 등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미투사건에서 민주당이 지켜왔던 '피해자중심주의'를 이번에는 제대로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박 내정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KBS에 "당 내부자였기 때문에 당의 대응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컸다"며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약자는 피해자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피해자로 지칭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젠더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내라는 의도의 인사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어제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 내정자에 대해 "젠더 문제에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내정자는 앞으로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역할을 하면서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혁신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며 당내의 성차별적인 발언이 나온다면 당당하게 지적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어제 한 통화에서도 박 내정자는 "어떤 사안이든지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다, 내가 가진 시각을 공유하겠다"고 말했고, 이 대표도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해졌습니다.


■ 1년 전엔 "청년, 일회용 아니다"…'다양성 반영' 창구 될까

"청년은 일회용이 아니다. (...) 청년을 선거, 행사 때만 찾으며 쓰고 버리는 정치권의 청년 소비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 지난해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최종면접 중

박 내정자는 지난해 청년대변인 최종면접에서 이런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위 논평처럼 일각에선 박 내정자 발탁에 대해 여성과 청년 이미지만 이용하는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박 내정자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실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소신 발언으로 당에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갈등이 두드러질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의도로 저를 발탁했더라도 그런 역할에만 갇혀 있진 않았을 겁니다."

박 내정자는 젊은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여성과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내겠지만, 다른 현안에도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당에서 잘 주목하지 않았던, 사각지대에 놓인 '미래 의제'를 발굴하고 싶다는 겁니다. 예컨대 미래 세대에 영향을 많이 끼칠 환경 문제에 젊은 감각을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재활용 시설을 확대한다든지, 재활용품을 반환했을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해보고 싶다"는 게 박 내정자 설명입니다.


박 내정자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최고위원이 됩니다. 선출직 최고위원이 아닌 지명직 최고위원은 대표와 임기가 같아서, 이낙연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사퇴한다면 박 내정자의 임기도 끝납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박 내정자에게 '이것만큼은 하고 가겠다'는 건 뭔지 물었습니다.

"정치는 특정한 계층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민주당에도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청년이니까 여성이니까 잘 못 할 거란 우려를 없애주고 싶습니다."

실제로 박 내정자는 젠더 이슈에서만큼은 정치권에서 둔감한 부분이 있었고, 현재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도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최근 많은 비판을 받은 지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단 박 내정자의 역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박 내정자의 실제 지도부로서의 활동과 이 같은 쇄신 노력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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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위원’ 박성민 “어느 시댄데 여대생?…송곳 역할하겠다”
    • 입력 2020-09-01 18:53:39
    취재K
8.29 전당대회로 선출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새 지도부 가운데 '깜짝 인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박성민 최고위원 내정자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날 밤, 이낙연 대표는 박 내정자에게 직접 전화해 지명직 최고위원을 제안했습니다.

올해 25살,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어제 오늘, 그를 '여대생'이라고 지칭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감수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남대생'이란 말은 안 쓰잖아요."


■ "젠더 문제는 '기본'…주머니 속 송곳 역할 하겠다"

박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성과 청년, 소수자 문제에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특히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당시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박 시장님을 추모하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신상 유포 등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미투사건에서 민주당이 지켜왔던 '피해자중심주의'를 이번에는 제대로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박 내정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KBS에 "당 내부자였기 때문에 당의 대응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컸다"며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약자는 피해자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피해자로 지칭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젠더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내라는 의도의 인사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어제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 내정자에 대해 "젠더 문제에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내정자는 앞으로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역할을 하면서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혁신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며 당내의 성차별적인 발언이 나온다면 당당하게 지적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어제 한 통화에서도 박 내정자는 "어떤 사안이든지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다, 내가 가진 시각을 공유하겠다"고 말했고, 이 대표도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해졌습니다.


■ 1년 전엔 "청년, 일회용 아니다"…'다양성 반영' 창구 될까

"청년은 일회용이 아니다. (...) 청년을 선거, 행사 때만 찾으며 쓰고 버리는 정치권의 청년 소비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 지난해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최종면접 중

박 내정자는 지난해 청년대변인 최종면접에서 이런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위 논평처럼 일각에선 박 내정자 발탁에 대해 여성과 청년 이미지만 이용하는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박 내정자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실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소신 발언으로 당에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갈등이 두드러질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의도로 저를 발탁했더라도 그런 역할에만 갇혀 있진 않았을 겁니다."

박 내정자는 젊은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여성과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내겠지만, 다른 현안에도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당에서 잘 주목하지 않았던, 사각지대에 놓인 '미래 의제'를 발굴하고 싶다는 겁니다. 예컨대 미래 세대에 영향을 많이 끼칠 환경 문제에 젊은 감각을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재활용 시설을 확대한다든지, 재활용품을 반환했을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해보고 싶다"는 게 박 내정자 설명입니다.


박 내정자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최고위원이 됩니다. 선출직 최고위원이 아닌 지명직 최고위원은 대표와 임기가 같아서, 이낙연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사퇴한다면 박 내정자의 임기도 끝납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박 내정자에게 '이것만큼은 하고 가겠다'는 건 뭔지 물었습니다.

"정치는 특정한 계층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민주당에도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청년이니까 여성이니까 잘 못 할 거란 우려를 없애주고 싶습니다."

실제로 박 내정자는 젠더 이슈에서만큼은 정치권에서 둔감한 부분이 있었고, 현재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도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최근 많은 비판을 받은 지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단 박 내정자의 역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박 내정자의 실제 지도부로서의 활동과 이 같은 쇄신 노력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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