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박사 브랜드’ 꿈꾼 조주빈…“사건 해석에 색안경” 충고?

입력 2020.09.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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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온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 그리고 그 운영에 가담한 공범들의 재판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어제(1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 모 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관련 재판이 대체로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조주빈의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심각성을 깨우쳐준 '박사방' 사건. 그 중심에 선 조주빈이 말하는 '박사방'을 들여다봅니다.

돈, 브랜드, 여자, 칭찬…조주빈이 말한 '박사방'의 목적

"돈이 필요했다."

경찰과 함께 마약사범과 보이스피싱범을 잡고 보육원과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주빈. 처음 범행을 시작한 건, 오로지 '돈'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적과 검거가 불가능하고 범죄에 능한 이미지의 '박사'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든 뒤, 성 착취 범행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26살 조주빈'이라는 현실 세계의 자신은 철저히 숨겼지만, '박사'를 드러내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조주빈은 피해자들에게 특정 자세를 취하게 하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게 하는 등 자신만의 표식을 남겼습니다.

조주빈은 "어리석게도 제가 검거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고 있었고, 돈을 벌 목적으로 제가 만든 음란물에 대해 '브랜드화'하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게 '브랜드화'를 위해 만든 성 착취 영상물들은 모두 피해자의 인격을 철저하게 짓밟는 잔인한 내용이었습니다.

검사는 "그럼에도 증인은 영상을 '박사방'을 통해 게임이나 이벤트로 배포하고, 돈을 주면 더 많은 영상물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등 마치 장난이나 사업아이템처럼 반복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조주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된 다른 공범들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조주빈은 "제가 생각한 제 목적은 주된 게 돈을 버는 것이었다"며 "('부따') 강훈은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 원하는 여성을 전락시키기 위해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태평양') 이 모 군은 제 생각엔 박사방 내에서 인정받고 칭찬받는 게 목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밥 한 끼 먹을래? = '오프라인 만남' 할래?

이 사건 피고인 한 씨는 '박사방'에서 조주빈의 제안을 받고 오프라인에서 미성년자 여성을 직접 만나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주빈은 '박사방'을 운영하는 동안 이 같은 '오프 만남'이 실행된 건 딱 두 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사방' 회원들에게 '오프 만남' 제안은 일상이었습니다. 조주빈은 "일상생활에서 '밥 한 끼 먹을래?'처럼, '오프 한 번 할래?'라는 식으로 그런 하면 안 되는 장난을 많이 건넸다"며 "정상적인 세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오프라인 만남이 끝난 뒤에는 이른바 '기자회견'이라는 이벤트를 열어 회원들과 소감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성 착취 당시 상황을 서로 묻고 답하는 자리였습니다.

조주빈은 이런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하게 된 건 더 자극적인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n번방' 최초 개설자 '갓갓'의 영상물은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데, '박사'의 영상은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주변의 비판을 듣고 새로운 영상을 기획했다는 겁니다. 조주빈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을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허풍을 섞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 "같은 10대인데 피해자-피의자 다르게 봐"…'색안경' 주장한 조주빈

조주빈은 이어 '박사방' 사건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태평양' 이 군은 17살, 한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김 모 양(가명)은 18살로 또래인데 둘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깁니다.


조주빈은 "범죄자지만 소신껏 말하면, 저는 이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평양'은 17살로 피해자보다 한 살 어린데, 피의자를 볼 땐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며 "피해자는 아예 순진무구한 존재, 아예 자기가 뭘 하는지 판단할 수 없는 존재, 어른이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돈이랑 사회가 뭔지 모르는 존재로 파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주빈은 또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진짜 해결하고 싶고 해결해나가려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엄청난 상처를 남긴 점은 인정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조주빈이 '박사방' 범행을 일부 정당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오히려 '박사방'을 바라보는 수사기관과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죠.

■ '범죄 조직' 부인한 조주빈 "'조직도' 우스워…하나의 놀이 문화"

검찰은 조주빈과 공범들이 일종의 '범죄조직'을 꾸려 활동했다고 보고, 최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조주빈은, 이 같은 검찰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박사방' 회원 가운데 포인트가 높은 일부만 들어갈 수 있었던 '시민의회방(시민방)'에도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조주빈은 이 역시 별다른 혜택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조주빈은 "제 기분대로 운영한 것"이라며 "모두를 피해자로 보고, 모인 모든 사람을 수단으로 여겼지 조직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한 번도 회원들을 조직원처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또 성 착취물 홍보 등 일부 범행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공범이라고 생각하거나 애착을 가진 적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으로 여겼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조주빈은 강훈과 남경읍 등 4명 정도는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주빈은 이어, 자신이 구치소에서 '박사방 조직도'를 그려 수사기관에 건넸다는 언론 보도는 완전히 잘못됐다고도 말했습니다. 경찰에서 말해준 개념대로 그렸을 뿐 자신이 먼저 설명한 그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종의 무협지처럼 적힌 'n번방 평정기'도 하나의 놀이 문화로서 회원들에게 흥미를 끌려고 작성한 것일 뿐이라, 일부 언론 보도처럼 심각하게 해석하는 건 "우습게 여겨졌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강훈 등 많은 사람이 가담해 객관적으로 범행이 훨씬 쉬워졌고 더욱 많은 '박사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유포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조주빈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전체 운영 기간 중 잠깐이라도 모든 범행을 혼자서 저지른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도, 조주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 조주빈-강훈 증언 엇갈리기도…"수법 알려줬다 vs 아니다"

조주빈의 증언은,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나온 '최측근' 강훈의 증언과 일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우선 공범 여부를 가를 중요한 쟁점, '범행 수법'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의 설명이 다릅니다.

강훈은 지난해 11월 검거된 이후 한 달여가 지나 최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주빈의 수법을 아예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뒤늦게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하는 수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조주빈과 연락을 아예 끊기 직전인 12월 중순 이후라는 겁니다.

하지만 조주빈은 그 시기를 지난해 10월쯤으로 기억합니다. 강훈이 검거되기 전이죠. 조주빈은 자신이 알려준 수법대로, 강훈이 몇 차례 여성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시기는 기억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박사방' 관리자를 맡게 된 계기 역시 두 사람의 말이 다릅니다. 강훈은 성 착취 영상물을 더 보기 위해 조주빈에게 보내줬던 성기 사진에 발목이 잡혀 유포 협박에 시달리다가, 그때부터 시키는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주빈은 이와 달리 강훈이 먼저 '지인 능욕을 도와달라', '최고 수준의 고통을 받길 원한다'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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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2 07:02:13
    취재K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온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 그리고 그 운영에 가담한 공범들의 재판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어제(1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 모 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관련 재판이 대체로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조주빈의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심각성을 깨우쳐준 '박사방' 사건. 그 중심에 선 조주빈이 말하는 '박사방'을 들여다봅니다.

돈, 브랜드, 여자, 칭찬…조주빈이 말한 '박사방'의 목적

"돈이 필요했다."

경찰과 함께 마약사범과 보이스피싱범을 잡고 보육원과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주빈. 처음 범행을 시작한 건, 오로지 '돈'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적과 검거가 불가능하고 범죄에 능한 이미지의 '박사'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든 뒤, 성 착취 범행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26살 조주빈'이라는 현실 세계의 자신은 철저히 숨겼지만, '박사'를 드러내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조주빈은 피해자들에게 특정 자세를 취하게 하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게 하는 등 자신만의 표식을 남겼습니다.

조주빈은 "어리석게도 제가 검거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고 있었고, 돈을 벌 목적으로 제가 만든 음란물에 대해 '브랜드화'하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게 '브랜드화'를 위해 만든 성 착취 영상물들은 모두 피해자의 인격을 철저하게 짓밟는 잔인한 내용이었습니다.

검사는 "그럼에도 증인은 영상을 '박사방'을 통해 게임이나 이벤트로 배포하고, 돈을 주면 더 많은 영상물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등 마치 장난이나 사업아이템처럼 반복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조주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된 다른 공범들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조주빈은 "제가 생각한 제 목적은 주된 게 돈을 버는 것이었다"며 "('부따') 강훈은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 원하는 여성을 전락시키기 위해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태평양') 이 모 군은 제 생각엔 박사방 내에서 인정받고 칭찬받는 게 목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밥 한 끼 먹을래? = '오프라인 만남' 할래?

이 사건 피고인 한 씨는 '박사방'에서 조주빈의 제안을 받고 오프라인에서 미성년자 여성을 직접 만나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주빈은 '박사방'을 운영하는 동안 이 같은 '오프 만남'이 실행된 건 딱 두 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사방' 회원들에게 '오프 만남' 제안은 일상이었습니다. 조주빈은 "일상생활에서 '밥 한 끼 먹을래?'처럼, '오프 한 번 할래?'라는 식으로 그런 하면 안 되는 장난을 많이 건넸다"며 "정상적인 세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오프라인 만남이 끝난 뒤에는 이른바 '기자회견'이라는 이벤트를 열어 회원들과 소감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성 착취 당시 상황을 서로 묻고 답하는 자리였습니다.

조주빈은 이런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하게 된 건 더 자극적인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n번방' 최초 개설자 '갓갓'의 영상물은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데, '박사'의 영상은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주변의 비판을 듣고 새로운 영상을 기획했다는 겁니다. 조주빈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을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허풍을 섞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 "같은 10대인데 피해자-피의자 다르게 봐"…'색안경' 주장한 조주빈

조주빈은 이어 '박사방' 사건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태평양' 이 군은 17살, 한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김 모 양(가명)은 18살로 또래인데 둘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깁니다.


조주빈은 "범죄자지만 소신껏 말하면, 저는 이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평양'은 17살로 피해자보다 한 살 어린데, 피의자를 볼 땐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며 "피해자는 아예 순진무구한 존재, 아예 자기가 뭘 하는지 판단할 수 없는 존재, 어른이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돈이랑 사회가 뭔지 모르는 존재로 파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주빈은 또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진짜 해결하고 싶고 해결해나가려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엄청난 상처를 남긴 점은 인정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조주빈이 '박사방' 범행을 일부 정당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오히려 '박사방'을 바라보는 수사기관과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죠.

■ '범죄 조직' 부인한 조주빈 "'조직도' 우스워…하나의 놀이 문화"

검찰은 조주빈과 공범들이 일종의 '범죄조직'을 꾸려 활동했다고 보고, 최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조주빈은, 이 같은 검찰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박사방' 회원 가운데 포인트가 높은 일부만 들어갈 수 있었던 '시민의회방(시민방)'에도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조주빈은 이 역시 별다른 혜택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조주빈은 "제 기분대로 운영한 것"이라며 "모두를 피해자로 보고, 모인 모든 사람을 수단으로 여겼지 조직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한 번도 회원들을 조직원처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또 성 착취물 홍보 등 일부 범행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공범이라고 생각하거나 애착을 가진 적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으로 여겼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조주빈은 강훈과 남경읍 등 4명 정도는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주빈은 이어, 자신이 구치소에서 '박사방 조직도'를 그려 수사기관에 건넸다는 언론 보도는 완전히 잘못됐다고도 말했습니다. 경찰에서 말해준 개념대로 그렸을 뿐 자신이 먼저 설명한 그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종의 무협지처럼 적힌 'n번방 평정기'도 하나의 놀이 문화로서 회원들에게 흥미를 끌려고 작성한 것일 뿐이라, 일부 언론 보도처럼 심각하게 해석하는 건 "우습게 여겨졌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강훈 등 많은 사람이 가담해 객관적으로 범행이 훨씬 쉬워졌고 더욱 많은 '박사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유포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조주빈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전체 운영 기간 중 잠깐이라도 모든 범행을 혼자서 저지른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도, 조주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 조주빈-강훈 증언 엇갈리기도…"수법 알려줬다 vs 아니다"

조주빈의 증언은,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나온 '최측근' 강훈의 증언과 일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우선 공범 여부를 가를 중요한 쟁점, '범행 수법'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의 설명이 다릅니다.

강훈은 지난해 11월 검거된 이후 한 달여가 지나 최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주빈의 수법을 아예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뒤늦게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하는 수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조주빈과 연락을 아예 끊기 직전인 12월 중순 이후라는 겁니다.

하지만 조주빈은 그 시기를 지난해 10월쯤으로 기억합니다. 강훈이 검거되기 전이죠. 조주빈은 자신이 알려준 수법대로, 강훈이 몇 차례 여성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시기는 기억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박사방' 관리자를 맡게 된 계기 역시 두 사람의 말이 다릅니다. 강훈은 성 착취 영상물을 더 보기 위해 조주빈에게 보내줬던 성기 사진에 발목이 잡혀 유포 협박에 시달리다가, 그때부터 시키는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주빈은 이와 달리 강훈이 먼저 '지인 능욕을 도와달라', '최고 수준의 고통을 받길 원한다'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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