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④ “관사 받고 하나 더?”…차관님의 슬기로운 ‘관테크’

입력 2020.09.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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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에겐 관사가 제공됩니다.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장·차관이나 기관장 등 최고위직만 받는 혜택입니다. 맡은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 주거 환경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정부 부처들의 관사는 공관처럼 별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기존 아파트를 전세나 월세로 임대해서 씁니다. 관사 임대료를 전세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 2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 정도입니다. 각 정부 부처가 나랏돈으로 지급합니다.

그런데 관사에 살면서 낮은 경쟁률에 취득세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지는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특별공급으로 받은 아파트는 임대 주고 관사에 들어가 산다면 어떨까요? 고위 공직자들의 슬기로운 관테크 생활, KBS 탐사보도부가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14일 퇴임한 김양수 전 해양수산부 차관, 2011년 11월 세종시 어진동 59㎡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았습니다. 분양가는 2억 원 안팎인데 지난해 12월 퇴임을 앞두고 3억 9천8백만 원에 팔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2014년 완공됐는데, 김 전 차관은 이곳에 입주한 적이 없습니다.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본인은 작은 아파트나 원룸 같은 곳에 세를 주고 살다가, 2018년에 해양수산부 관사에 입주했기 때문입니다. 해수부 차관 관사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9천만 원, 월세 25만 원입니다. 물론 모두 세금으로 냅니다. 김 전 차관은 서울 용산구에도 집이 있습니다.

김 전 차관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관사에 들어가 있어서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는) 전세를 줬다"며 "다주택 공직자들에게 집을 매매해달라는 공고가 있어서 세종시 집은 매각했고 가족들이 서울에 있어 서울 집을 남겨 놓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처럼 '관사 받고 특공 하나 더'를 외친 고위 공직자는 KBS가 확인한 것만 최소 5명입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관사가 제공되면 별도로 집을 구하거나 전세를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아낀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금전적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시의 경우 특히 각종 혜택을 주는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중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물론 불법은 아닙니다. 법이나 규정상 모두 허용된 일입니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들의 '관테크'를 보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공무원 특별공급'을 신청했지만, 수차례 떨어졌던 한 5년 차 공무원은 "고위 공직자들이 집이 없어서 특별 분양을 넣는 것도 아닌데 저들은 당첨되고, 나는 정작 세종시에서 앞으로 몇십 년 근무해야 하는 상황인데 탈락해 박탈감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일 관사를 사용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가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았다면 관사에는 거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분양을 받아서 세종시에 집이 있다면 관사를 쓰게 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무원 특별공급'과 '관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고위공직자들의 명단과 이들의 각기 다른 해명, 오늘 KBS 뉴스 9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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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④ “관사 받고 하나 더?”…차관님의 슬기로운 ‘관테크’
    • 입력 2020-09-03 13:58:39
    탐사K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에겐 관사가 제공됩니다.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장·차관이나 기관장 등 최고위직만 받는 혜택입니다. 맡은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 주거 환경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정부 부처들의 관사는 공관처럼 별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기존 아파트를 전세나 월세로 임대해서 씁니다. 관사 임대료를 전세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 2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 정도입니다. 각 정부 부처가 나랏돈으로 지급합니다.

그런데 관사에 살면서 낮은 경쟁률에 취득세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지는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특별공급으로 받은 아파트는 임대 주고 관사에 들어가 산다면 어떨까요? 고위 공직자들의 슬기로운 관테크 생활, KBS 탐사보도부가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14일 퇴임한 김양수 전 해양수산부 차관, 2011년 11월 세종시 어진동 59㎡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았습니다. 분양가는 2억 원 안팎인데 지난해 12월 퇴임을 앞두고 3억 9천8백만 원에 팔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2014년 완공됐는데, 김 전 차관은 이곳에 입주한 적이 없습니다.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본인은 작은 아파트나 원룸 같은 곳에 세를 주고 살다가, 2018년에 해양수산부 관사에 입주했기 때문입니다. 해수부 차관 관사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9천만 원, 월세 25만 원입니다. 물론 모두 세금으로 냅니다. 김 전 차관은 서울 용산구에도 집이 있습니다.

김 전 차관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관사에 들어가 있어서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는) 전세를 줬다"며 "다주택 공직자들에게 집을 매매해달라는 공고가 있어서 세종시 집은 매각했고 가족들이 서울에 있어 서울 집을 남겨 놓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처럼 '관사 받고 특공 하나 더'를 외친 고위 공직자는 KBS가 확인한 것만 최소 5명입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관사가 제공되면 별도로 집을 구하거나 전세를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아낀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금전적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시의 경우 특히 각종 혜택을 주는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중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물론 불법은 아닙니다. 법이나 규정상 모두 허용된 일입니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들의 '관테크'를 보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공무원 특별공급'을 신청했지만, 수차례 떨어졌던 한 5년 차 공무원은 "고위 공직자들이 집이 없어서 특별 분양을 넣는 것도 아닌데 저들은 당첨되고, 나는 정작 세종시에서 앞으로 몇십 년 근무해야 하는 상황인데 탈락해 박탈감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일 관사를 사용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가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았다면 관사에는 거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분양을 받아서 세종시에 집이 있다면 관사를 쓰게 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무원 특별공급'과 '관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고위공직자들의 명단과 이들의 각기 다른 해명, 오늘 KBS 뉴스 9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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