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최종조립·자주포 수출…K 방산에 ‘단비’

입력 2020.09.03 (17:41) 수정 2020.09.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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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실물 눈앞에 둔 '한국형 전투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 : Korean Fighter eXperimental)은 20년, 아니 엄밀히 말하면 20년을 넘게 끌어온 초대형 사업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모크업(외형을 실물 크기로 제작한 것) 기체가 지난해 서울항공우주방산전시회(ADEX)에서 일반에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비행기'는 시작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을지, 성공한다 해도 시장성이 있는지, 또 천문학적 개발비를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성능 좋은 외국 전투기를 수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진 않은지 등 수많은 논쟁과 그에 따른 수차례의 타당성 조사, 용역 등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형 전투기 시제기 조립 시작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오늘(3일) 경남 사천 공장에서 KF-X 최종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각 부분 기체 3부분(전방 동체, 주 날개 및 중앙동체, 후방동체)을 하나로 결합하는 작업입니다.

후방동체에 엔진 자리가 비어 있고, 중앙동체에는 기골 사이로 각종 부품이 들어가는 구멍이 보입니다.

조립에 앞서 전투기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이 국산화됐습니다. 특히 국내 개발이 과연 성공할지 우려가 컸던 에이사(AESA) 레이다도 지난 8월 시제품이 성공적으로 출고됐습니다.

F-22나 F-35 등 차세대전투기에 장착된 '전투기의 눈'으로 천여 개의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해 공중과 해상, 지상의 표적들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합니다. 워낙 까다로운 기술이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국가들이 우리의 협력이나 기술 이전 제의에도 응하지 않아 국내 개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기체 앞부분 빨간 덮개를 씌운 둥근 부품이 에이사(AESA) 레이더기체 앞부분 빨간 덮개를 씌운 둥근 부품이 에이사(AESA) 레이더

KF-X 시제 1호기는 최종 조립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일반에 공개됩니다. 군은 이후 약 5년간의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거쳐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개발이 끝나면 우리 공군이 100여 대를 도입하고, 공동 개발하는 인도네시아가 50여 대를 도입한다는 게 현재의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대금 미납…사업성 우려 여전

20여 년을 이어온 사업이 막바지로 가고 있고, 큰 변경이나 중간에 방향이 틀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스텔스 성능의 제한 등 기술적인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비용에 대한 우려는 양산 시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산 비용을 제외하고 KF-X는 개발에만 우리가 7조 원, 인도네시아가 1조7천억 원을 부담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7,270억 원 정도를 냈어야 하지만 약 2,270억 원만 냈습니다. 5천억 원 정도를 미납하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은 개발이 끝난 뒤에 확정됩니다. 개발 결정이 지연되면서 논의가 시작될 당시 예상보다 비용이 상승했고, F-35는 초기에는 대당 1천억 원이 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가격이 800억 원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산이라는 이유로 선진국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져도 비싸게 도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래도 항공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투자이자 미래 유지 비용까지 생각하면 국산전투기가 현명한 선택일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산 K9 자주포, 호주 수출 임박

희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국산 K9 자주포가 1조 원 규모의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에 단독 후보로 선정돼 수출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호주 육군 현대화 사업 중 하나인 자주포 도입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건데,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주 정부와 제안서를 놓고 가격 등 세부적인 조율을 거쳐 내년쯤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업은 호주 육군이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보유하는 것으로 장비 구매에만 6~7천억 원, 교육과 후속 지원까지 더하면 약 1조 원 규모입니다.

K9은 2010년에도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었습니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2012년 국방예산 삭감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수출이 무산됐다 다시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호주, 2차 자주포 도입사업 예정...후속 수출 전망은?

일단 하나의 무기 체계를 도입하면 후속 사업에서도 동일 기종이나 유사 기종이 입찰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군수 지원과 정비, 부품 조달, 운영의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호주 정부는 이번 자주포 도입 이외에도 2020년대 말 2차 자주포 도입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2030년 중반에는 자주포 업그레이드 사업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1차 자주포 사업에 K9이 최종 선정될 경우, 추가 사업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르웨이 설상 지대에서 시험 평가 중인 K9 자주포노르웨이 설상 지대에서 시험 평가 중인 K9 자주포

■방산 수출 주력 품목 K9...전천후 작전 가능

K9은 155mm, 52 구경장 자주포로 눈 위에부터 사막까지 전천후 작전이 가능합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1,700여 대가 운용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 수출 품목입니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한 기종이 48%를 차지합니다.

K9에 포탄을 보급하고 있는 K10 (사진 오른쪽)K9에 포탄을 보급하고 있는 K10 (사진 오른쪽)

K10은 한 번에 104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K9은 49발의 포탄을 적재하고 작전합니다. 전장에서 신속한 자동 탄약 공급으로 K9 자주포의 작전 능력을 높여주는 장비입니다.


■코로나19 가시밭길…K 방산에 '단비'

우리 방산업계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2018년 방산 수출액은 2016년 대비 35%나 줄었습니다. 기존에 계약해 놓은 물량은 다 나갔고, 신규 물량 확보는 못 하니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 물량을 따기 위해서는 도입 사업에 뛰어들어 이겨야 하는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협상 진행이 어렵습니다. 방산 협상이 이뤄지는 에어쇼 등 각종 무기, 방산 박람회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해외 영업을 하고 싶어도 오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우면 각국은 무기 구입 예산부터 줄입니다.

이런 가운데 KF-X의 순항과 K9의 수출 임박은 냉장고 비어가는 집안에 먹고살 거리가 들어왔다는 희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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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대 전투기 최종조립·자주포 수출…K 방산에 ‘단비’
    • 입력 2020-09-03 17:41:24
    • 수정2020-09-03 19:31:09
    취재K
■20년 만에 실물 눈앞에 둔 '한국형 전투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 : Korean Fighter eXperimental)은 20년, 아니 엄밀히 말하면 20년을 넘게 끌어온 초대형 사업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모크업(외형을 실물 크기로 제작한 것) 기체가 지난해 서울항공우주방산전시회(ADEX)에서 일반에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비행기'는 시작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을지, 성공한다 해도 시장성이 있는지, 또 천문학적 개발비를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성능 좋은 외국 전투기를 수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진 않은지 등 수많은 논쟁과 그에 따른 수차례의 타당성 조사, 용역 등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형 전투기 시제기 조립 시작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오늘(3일) 경남 사천 공장에서 KF-X 최종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각 부분 기체 3부분(전방 동체, 주 날개 및 중앙동체, 후방동체)을 하나로 결합하는 작업입니다.

후방동체에 엔진 자리가 비어 있고, 중앙동체에는 기골 사이로 각종 부품이 들어가는 구멍이 보입니다.

조립에 앞서 전투기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이 국산화됐습니다. 특히 국내 개발이 과연 성공할지 우려가 컸던 에이사(AESA) 레이다도 지난 8월 시제품이 성공적으로 출고됐습니다.

F-22나 F-35 등 차세대전투기에 장착된 '전투기의 눈'으로 천여 개의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해 공중과 해상, 지상의 표적들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합니다. 워낙 까다로운 기술이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국가들이 우리의 협력이나 기술 이전 제의에도 응하지 않아 국내 개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기체 앞부분 빨간 덮개를 씌운 둥근 부품이 에이사(AESA) 레이더
KF-X 시제 1호기는 최종 조립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일반에 공개됩니다. 군은 이후 약 5년간의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거쳐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개발이 끝나면 우리 공군이 100여 대를 도입하고, 공동 개발하는 인도네시아가 50여 대를 도입한다는 게 현재의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대금 미납…사업성 우려 여전

20여 년을 이어온 사업이 막바지로 가고 있고, 큰 변경이나 중간에 방향이 틀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스텔스 성능의 제한 등 기술적인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비용에 대한 우려는 양산 시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산 비용을 제외하고 KF-X는 개발에만 우리가 7조 원, 인도네시아가 1조7천억 원을 부담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7,270억 원 정도를 냈어야 하지만 약 2,270억 원만 냈습니다. 5천억 원 정도를 미납하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은 개발이 끝난 뒤에 확정됩니다. 개발 결정이 지연되면서 논의가 시작될 당시 예상보다 비용이 상승했고, F-35는 초기에는 대당 1천억 원이 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가격이 800억 원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산이라는 이유로 선진국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져도 비싸게 도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래도 항공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투자이자 미래 유지 비용까지 생각하면 국산전투기가 현명한 선택일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산 K9 자주포, 호주 수출 임박

희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국산 K9 자주포가 1조 원 규모의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에 단독 후보로 선정돼 수출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호주 육군 현대화 사업 중 하나인 자주포 도입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건데,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주 정부와 제안서를 놓고 가격 등 세부적인 조율을 거쳐 내년쯤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업은 호주 육군이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보유하는 것으로 장비 구매에만 6~7천억 원, 교육과 후속 지원까지 더하면 약 1조 원 규모입니다.

K9은 2010년에도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었습니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2012년 국방예산 삭감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수출이 무산됐다 다시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호주, 2차 자주포 도입사업 예정...후속 수출 전망은?

일단 하나의 무기 체계를 도입하면 후속 사업에서도 동일 기종이나 유사 기종이 입찰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군수 지원과 정비, 부품 조달, 운영의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호주 정부는 이번 자주포 도입 이외에도 2020년대 말 2차 자주포 도입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2030년 중반에는 자주포 업그레이드 사업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1차 자주포 사업에 K9이 최종 선정될 경우, 추가 사업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르웨이 설상 지대에서 시험 평가 중인 K9 자주포
■방산 수출 주력 품목 K9...전천후 작전 가능

K9은 155mm, 52 구경장 자주포로 눈 위에부터 사막까지 전천후 작전이 가능합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1,700여 대가 운용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 수출 품목입니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한 기종이 48%를 차지합니다.

K9에 포탄을 보급하고 있는 K10 (사진 오른쪽)
K10은 한 번에 104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K9은 49발의 포탄을 적재하고 작전합니다. 전장에서 신속한 자동 탄약 공급으로 K9 자주포의 작전 능력을 높여주는 장비입니다.


■코로나19 가시밭길…K 방산에 '단비'

우리 방산업계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2018년 방산 수출액은 2016년 대비 35%나 줄었습니다. 기존에 계약해 놓은 물량은 다 나갔고, 신규 물량 확보는 못 하니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 물량을 따기 위해서는 도입 사업에 뛰어들어 이겨야 하는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협상 진행이 어렵습니다. 방산 협상이 이뤄지는 에어쇼 등 각종 무기, 방산 박람회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해외 영업을 하고 싶어도 오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우면 각국은 무기 구입 예산부터 줄입니다.

이런 가운데 KF-X의 순항과 K9의 수출 임박은 냉장고 비어가는 집안에 먹고살 거리가 들어왔다는 희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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