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젤리 때문에”…의붓아들 죽인 계부의 ‘거짓말’

입력 2020.09.04 (11:22) 수정 2020.09.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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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0) 씨는 2017년 중반 인터넷 채팅으로 B 씨를 알게 돼 교제를 시작했고 두 사람은 2017년 11월 1일 결혼했다. 당시 B 씨는 이번이 두 번째 결혼으로, 5살짜리 아들 C 군을 키우고 있었다.

B 씨는 A 씨와 재혼하면서 아들을 대구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A 씨와 울산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약 2년 후인 2019년 12월 28일 B 씨는 아들을 데리고 와 A 씨와 함께 양육을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의붓아버지인 A 씨는 C 군이 평소 엄마 B 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식사할 때 얼굴을 그릇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등 식사 태도가 불량하고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이유로 나무랐다.

올해 2월 23일 오후 7시 45분쯤 A 씨 집 거실.

A 씨는 아들이 버릇없이 행동하면서 말대꾸를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격분, 손으로 아들의 머리를 세게 밀쳤다. 이 때문에 C 군은 넘어지면서 대리석 거실 바닥에 머리 부위를 강하게 부딪쳤고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오후 8시 3분쯤 119에 “훈육 중 갑자기 의식이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닷새만인 2월 28일 오후 4시 25분쯤 C 군은 결국 외상성 대뇌부종, 경막하출혈로 인한 뇌의 압박 등으로 사망했다.

단순 사고로 묻힐 수 있었던 C 군의 억울한 죽음은 당시 C 군을 치료하던 의사가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의사는 “사건 당일 응급실에 온 아이의 몸에 멍든 자국이 너무 많고, 멍의 행태가 하루 동안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했다.

아동보호기관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은 A 씨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A 씨는 아들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훈육 도중 먹던 젤리가 목에 걸려 기도폐쇄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숨졌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B 씨도 아들이 젤리에 의한 질식 가능성을 언급하며 A 씨의 진술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검찰은 A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검찰에서 한 진술을 계속 주장했지만, 법원도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먼저 C 군을 진료한 의사와 부검의,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등 전문가들의 판단을 근거로 A 씨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전문의들은 젤리에 의한 기도폐쇄로 스스로 넘어져 그 정도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극히 낮고, 머리에 가해진 큰 외력에 의한 충격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사고 당시 A 씨 아파트 바로 윗집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의 수사기관 진술도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 이웃 주민은 “사건 당시 쿵쿵 소리를 들었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는 정확하지 않고, 당시 쿵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지진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며 “쿵쿵하는 소리가 2~3차례 울렸다”고 진술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A 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의붓아들인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의 상실이라는 막중한 결과가 야기된 점, 자신이 보호하고 양육하는 나이 불과 5세의 방어능력 없는 어린 아동에 대한 범행인 점,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폐해를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심정을 밝혔다.

재판부는 "훈육의 리스트에 폭력의 자리는 없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선고할 때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 이름이 아동학대로 스러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다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아이들 이름에 이름 하나를 더한다"며 "최소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스러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아동학대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랙티브] 아동학대, 7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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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4 11:22:02
    • 수정2020-09-04 11:22:23
    취재후·사건후
A(40) 씨는 2017년 중반 인터넷 채팅으로 B 씨를 알게 돼 교제를 시작했고 두 사람은 2017년 11월 1일 결혼했다. 당시 B 씨는 이번이 두 번째 결혼으로, 5살짜리 아들 C 군을 키우고 있었다.

B 씨는 A 씨와 재혼하면서 아들을 대구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A 씨와 울산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약 2년 후인 2019년 12월 28일 B 씨는 아들을 데리고 와 A 씨와 함께 양육을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의붓아버지인 A 씨는 C 군이 평소 엄마 B 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식사할 때 얼굴을 그릇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등 식사 태도가 불량하고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이유로 나무랐다.

올해 2월 23일 오후 7시 45분쯤 A 씨 집 거실.

A 씨는 아들이 버릇없이 행동하면서 말대꾸를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격분, 손으로 아들의 머리를 세게 밀쳤다. 이 때문에 C 군은 넘어지면서 대리석 거실 바닥에 머리 부위를 강하게 부딪쳤고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오후 8시 3분쯤 119에 “훈육 중 갑자기 의식이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닷새만인 2월 28일 오후 4시 25분쯤 C 군은 결국 외상성 대뇌부종, 경막하출혈로 인한 뇌의 압박 등으로 사망했다.

단순 사고로 묻힐 수 있었던 C 군의 억울한 죽음은 당시 C 군을 치료하던 의사가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의사는 “사건 당일 응급실에 온 아이의 몸에 멍든 자국이 너무 많고, 멍의 행태가 하루 동안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했다.

아동보호기관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은 A 씨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A 씨는 아들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훈육 도중 먹던 젤리가 목에 걸려 기도폐쇄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숨졌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B 씨도 아들이 젤리에 의한 질식 가능성을 언급하며 A 씨의 진술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검찰은 A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검찰에서 한 진술을 계속 주장했지만, 법원도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먼저 C 군을 진료한 의사와 부검의,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등 전문가들의 판단을 근거로 A 씨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전문의들은 젤리에 의한 기도폐쇄로 스스로 넘어져 그 정도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극히 낮고, 머리에 가해진 큰 외력에 의한 충격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사고 당시 A 씨 아파트 바로 윗집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의 수사기관 진술도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 이웃 주민은 “사건 당시 쿵쿵 소리를 들었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는 정확하지 않고, 당시 쿵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지진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며 “쿵쿵하는 소리가 2~3차례 울렸다”고 진술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A 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의붓아들인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의 상실이라는 막중한 결과가 야기된 점, 자신이 보호하고 양육하는 나이 불과 5세의 방어능력 없는 어린 아동에 대한 범행인 점,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폐해를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심정을 밝혔다.

재판부는 "훈육의 리스트에 폭력의 자리는 없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선고할 때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 이름이 아동학대로 스러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다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아이들 이름에 이름 하나를 더한다"며 "최소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스러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아동학대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랙티브] 아동학대, 7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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