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강원도에서 농사 짓소”…의원님의 보금자리 주택 투자기

입력 2020.09.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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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지난달 27일 뉴스9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다주택 처분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검증 보도했습니다.

[탐사K] 2채 이상 주택 매각 약속, 잘 지키고 있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754
[탐사K] 주택 처분 중이라더니…증여하고 절세도 하고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755

이번엔 제1야당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부동산 내역을 들여다봤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신규 재산등록 자료를 보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민주당 초선 의원보다 '부동산 부자'입니다. 다주택자 비율도 35%로 민주당(19%)보다 높고, 건물 가액 순위 1, 2, 3위도 모두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다만, 민주당처럼 '다주택 처분'을 약속한 것이 아닌 만큼, 다주택을 보유했다거나 부동산 투자로 차익을 많이 얻었다고 해서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과정에 이해충돌이나 위법, 탈법의 소지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야를 떠나 누구나 엄정한 잣대로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취재팀은 부동산 재산 증식 과정에 수상한 거래 단서가 있는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검증했습니다. 경기도 포천·가평이 지역구인 최춘식 의원이 그중 한 명입니다.

■ 보금자리 주택을 기억하시나요?

최춘식 의원의 지난 총선 당시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2013년 말부터 송파구 장지동 소재 51㎡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최 의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냈습니다. 경기도 의원이 왜 송파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을까? 주소를 확인해 봤더니 이 아파트, 위례 보금자리 주택입니다.


보금자리 주택을 기억하시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도입한 공공 주택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세의 70% 안쪽 가격에 공급한 아파트입니다.

서울 강남과 서초, 위례, 고양, 하남 미사 등에 지었는데 노른자위 입지에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로또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투기를 막기 위해 청약 조건으로 '무주택자'에 소득과 재산 제한을 뒀고,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나 임대와 매매 금지 조건도 깐깐하게 달았습니다. 위례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에는 3년 거주 의무가 부여됐고 이 기간 전·월세 임대가 금지됐습니다.

■ 입주 직후부터 7년째 임대만…실거주는요?

최춘식 의원은 청약 당시 경기도 포천에 땅과 상가 등만 보유해 무주택자였고, 국가유공자여서 자격은 갖췄습니다. 그런데 최 의원은 해당 아파트 입주 직후인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포천을 지역구로 경기도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위례 보금자리 주택에서 100km 거리인데, 실거주 의무는 과연 지켰을까요?

경기도 의원 시절 최 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을 살펴보니, 임대보증금이 눈에 띕니다. 아파트 입주 직후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증금 4,000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3년 실거주 의무 기간 내내 임대를 줬다는 얘기입니다.


이후엔 보증금을 올려 2017년 7,000만 원, 2019년에는 1억 원을 받았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물어보니 "1억 원이면 반전세"이라면서 "보증금이 1억 원이면 월세가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해준 아파트인데 거주 의무는 어떻게 된 걸까요?

■ "강원도에서 생업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취재팀은 보금자리 주택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최 의원은 2014년 초 '수도권 외 지역인 강원도 철원에서 생업인 농사를 해서 송파에 거주할 수 없다'고 신고하고 실거주 의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강원도 철원 거주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과 전세계약서, 농지원부와 자경증명서 등도 함께 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거주의무' 면제 조건은 ▲입대 ▲해외체류 ▲생업이나 치료로 수도권 외 지역에 사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습니다. 최춘식 의원, 거듭 설명했듯이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했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살면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긴 곤란했다는 얘기입니다.

최춘식 의원은 강원도 철원에서 벼농사를 짓는다고 밝히고 ‘보금자리 주택’ 거주를 면제받았다 최춘식 의원은 강원도 철원에서 벼농사를 짓는다고 밝히고 ‘보금자리 주택’ 거주를 면제받았다

■ 실거주 의무 면제 직후 수도권으로 주소지 이전

그래서 최춘식 의원의 재산 자료를 다시 검토하던 중, LH 신고 내용과는 다른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2014년 2월 13일, 주소지를 경기도 포천시로 변경했다는 등기 내용이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 직전이었고, LH에서 실거주 의무 면제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취재팀은 최 의원이 직접 벼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한 철원 농지에도 가봤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인데 면적은 1,171㎡. 마을 주민은 "최춘식이라는 분은 외지인이라 모르겠다"면서 "농사를 지어봐야 쌀 두 가마니 나오는 면적인데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포천에서 출퇴근할 수 없어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한 취재팀, 아무리 봐도 최 의원이 실거주 의무 면제 기간 철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허위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최춘식 의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최 의원, 이렇게 취재팀에 되물었습니다. "포천이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거기서(위례) 포천까지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느냐, 집을 비워놓을 수도 없고 임대를 줬다고 해서 위법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개인 사정이고 그런 상황이면 위례 보금자리 주택 분양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지적에는 "언젠가 거주 의무를 채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물론 사정없는 집은 없겠죠.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운영한 서민을 위한 공공 주택입니다. 2014년 2월부터 수도권인 경기도 포천시에 실거주한 사실이 당시에 적발됐다면 분양 취소 대상입니다. 관련 법은 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효는 5년입니다.

실거주 의무와 매매금지 기간이 모두 끝나 이제 법적으로 최 의원 소유가 된 보금자리 주택은 최근 실거래가가 9억 8,000만 원입니다. 분양가 2억 5,000만 원에서 4배 올랐습니다.

최춘식 의원은 이후 KBS에 "강원도 철원에는 지인이 살아서 오갔다"면서 "2013년 말부터 2개월 정도 주소를 철원으로 옮겼다가 포천으로 돌아왔다"고 사실관계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 의원 시절, 보금자리 주택 거주 의무를 세심히 챙기지 못한 면이 있었다"며 "LH와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최춘식 의원의 '보금자리 주택 투자기', 그리고 또 다른 의원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오늘 저녁 뉴스9에서 심층 보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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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강원도에서 농사 짓소”…의원님의 보금자리 주택 투자기
    • 입력 2020-09-04 15: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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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지난달 27일 뉴스9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다주택 처분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검증 보도했습니다.

[탐사K] 2채 이상 주택 매각 약속, 잘 지키고 있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754
[탐사K] 주택 처분 중이라더니…증여하고 절세도 하고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755

이번엔 제1야당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부동산 내역을 들여다봤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신규 재산등록 자료를 보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민주당 초선 의원보다 '부동산 부자'입니다. 다주택자 비율도 35%로 민주당(19%)보다 높고, 건물 가액 순위 1, 2, 3위도 모두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다만, 민주당처럼 '다주택 처분'을 약속한 것이 아닌 만큼, 다주택을 보유했다거나 부동산 투자로 차익을 많이 얻었다고 해서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과정에 이해충돌이나 위법, 탈법의 소지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야를 떠나 누구나 엄정한 잣대로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취재팀은 부동산 재산 증식 과정에 수상한 거래 단서가 있는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검증했습니다. 경기도 포천·가평이 지역구인 최춘식 의원이 그중 한 명입니다.

■ 보금자리 주택을 기억하시나요?

최춘식 의원의 지난 총선 당시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2013년 말부터 송파구 장지동 소재 51㎡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최 의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냈습니다. 경기도 의원이 왜 송파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을까? 주소를 확인해 봤더니 이 아파트, 위례 보금자리 주택입니다.


보금자리 주택을 기억하시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도입한 공공 주택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세의 70% 안쪽 가격에 공급한 아파트입니다.

서울 강남과 서초, 위례, 고양, 하남 미사 등에 지었는데 노른자위 입지에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로또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투기를 막기 위해 청약 조건으로 '무주택자'에 소득과 재산 제한을 뒀고,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나 임대와 매매 금지 조건도 깐깐하게 달았습니다. 위례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에는 3년 거주 의무가 부여됐고 이 기간 전·월세 임대가 금지됐습니다.

■ 입주 직후부터 7년째 임대만…실거주는요?

최춘식 의원은 청약 당시 경기도 포천에 땅과 상가 등만 보유해 무주택자였고, 국가유공자여서 자격은 갖췄습니다. 그런데 최 의원은 해당 아파트 입주 직후인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포천을 지역구로 경기도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위례 보금자리 주택에서 100km 거리인데, 실거주 의무는 과연 지켰을까요?

경기도 의원 시절 최 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을 살펴보니, 임대보증금이 눈에 띕니다. 아파트 입주 직후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증금 4,000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3년 실거주 의무 기간 내내 임대를 줬다는 얘기입니다.


이후엔 보증금을 올려 2017년 7,000만 원, 2019년에는 1억 원을 받았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물어보니 "1억 원이면 반전세"이라면서 "보증금이 1억 원이면 월세가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해준 아파트인데 거주 의무는 어떻게 된 걸까요?

■ "강원도에서 생업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취재팀은 보금자리 주택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최 의원은 2014년 초 '수도권 외 지역인 강원도 철원에서 생업인 농사를 해서 송파에 거주할 수 없다'고 신고하고 실거주 의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강원도 철원 거주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과 전세계약서, 농지원부와 자경증명서 등도 함께 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거주의무' 면제 조건은 ▲입대 ▲해외체류 ▲생업이나 치료로 수도권 외 지역에 사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습니다. 최춘식 의원, 거듭 설명했듯이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했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살면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긴 곤란했다는 얘기입니다.

최춘식 의원은 강원도 철원에서 벼농사를 짓는다고 밝히고 ‘보금자리 주택’ 거주를 면제받았다
■ 실거주 의무 면제 직후 수도권으로 주소지 이전

그래서 최춘식 의원의 재산 자료를 다시 검토하던 중, LH 신고 내용과는 다른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2014년 2월 13일, 주소지를 경기도 포천시로 변경했다는 등기 내용이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 직전이었고, LH에서 실거주 의무 면제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취재팀은 최 의원이 직접 벼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한 철원 농지에도 가봤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인데 면적은 1,171㎡. 마을 주민은 "최춘식이라는 분은 외지인이라 모르겠다"면서 "농사를 지어봐야 쌀 두 가마니 나오는 면적인데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포천에서 출퇴근할 수 없어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한 취재팀, 아무리 봐도 최 의원이 실거주 의무 면제 기간 철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허위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최춘식 의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최 의원, 이렇게 취재팀에 되물었습니다. "포천이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거기서(위례) 포천까지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느냐, 집을 비워놓을 수도 없고 임대를 줬다고 해서 위법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개인 사정이고 그런 상황이면 위례 보금자리 주택 분양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지적에는 "언젠가 거주 의무를 채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물론 사정없는 집은 없겠죠.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운영한 서민을 위한 공공 주택입니다. 2014년 2월부터 수도권인 경기도 포천시에 실거주한 사실이 당시에 적발됐다면 분양 취소 대상입니다. 관련 법은 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효는 5년입니다.

실거주 의무와 매매금지 기간이 모두 끝나 이제 법적으로 최 의원 소유가 된 보금자리 주택은 최근 실거래가가 9억 8,000만 원입니다. 분양가 2억 5,000만 원에서 4배 올랐습니다.

최춘식 의원은 이후 KBS에 "강원도 철원에는 지인이 살아서 오갔다"면서 "2013년 말부터 2개월 정도 주소를 철원으로 옮겼다가 포천으로 돌아왔다"고 사실관계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 의원 시절, 보금자리 주택 거주 의무를 세심히 챙기지 못한 면이 있었다"며 "LH와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최춘식 의원의 '보금자리 주택 투자기', 그리고 또 다른 의원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오늘 저녁 뉴스9에서 심층 보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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